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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를 넘어 온 바람! 마른가지를 흔들며"

<늘 푸른 샘물> 한상림, 바람이 겨울나무에게

시인 한상림 | 기사입력 2009/08/11 [23:27]
 

           
           바람이 겨울나무에게 


         
덕유산 향적봉

          이파리 하나 매달지 않은 주목 가지에

          바람이 내려 놓은 눈꽃이 활짝 피어있다

          눈꽃은 바람의 껍질인가

          세기를 넘어 온 바람은 마른가지를 흔들며 

          생명을 불어 넣으려 한다

         
          껍질을 벗기 위해서는

          자신의 속부터 우선 비워야 했다는 내력을

          바람은 나뭇가지에 촘촘히 새기고 있다

          이제부터 바람의 껍질을 매단 가지들은

          늦봄까지 바람의 내력를 읽어갈 것이다

         
          한 때 산정상 가장 높은 곳에서 앉아

          비바람에 맞서 잔가지로 허공길 찾으며

          구름의 무게를 재고 푸른 햇살을 마셨을 시간들

          억겁을 지나온 바람에 맞서 과시했을 푸르름 어디가고

          허물을 걸친 고사목은 지금, 살랑살랑

          찬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는가
 
    
▲ 
    


 


詩 作 note
 

▲ 시인 한상림
작년 겨울이었다. 덕유산 향적봉에서 바라본 고사목 주목에 핀 눈꽃들이 찬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잠시 죽어있는 나무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듯한 바람이 위대한 신의 존재처럼 다가왔다.
 
생의 무상함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듯,  옛 선인들의 위상과 푸르른 숨결이 흰꽃 가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비록 죽은 나무지만 해발 1,614m의 그 높은 꼭대기에 우뚝서서 비바람과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현재의 우리 모습을 가지마다 새기고 있는 건 아닐까?
 
세기와 세기를 넘나드는 바람은 여전히 우리의 내력을 하얀 눈꽃에 실어 살랑살랑 희망적인 윤회의 삶을 말해주는 듯 보였다.
 


∇ 한상림( 韓相林) 
충남 논산 출생
시인, 수필가
인터넷문학신문 편집기자
서정시마을 동인
문학동인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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