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벡이‘기적의 항암제’, ‘마법의 탄환’과 같은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개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적인 상을 휩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혁신성이 바로 그 답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혈액 내 비정상적인 백혈구 세포가 지나치게 많이 증식하는 악성 종양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매년 약 500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글리벡 개발 이전에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는 주로 화학요법을 사용했는데, 환자 예후가 좋지 않고 평균 생존율도 3~5년에 그쳤다. 골수 이식이 유일한 대안이었지만 성공률이 낮아 조기 사망률이 높았다. 이러한 이유로 백혈병은 대표적인 불치병으로 인식되어 슬픈 드라마, 영화에서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다.
|
하지만 2001년 글리벡의 등장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의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글리벡은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관여하는 암세포를 생성하는 단백질인 타이로신 키나제(tyrosine kinase)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도록 설계된 ‘최초 분자 표적 항암제’로, 이전의 화학요법과는 달리 정상세포는 죽이지 않고 암세포만을 공격할 수 있는 최초의 치료제였던 것이다. 이러한 혁신성을 인정받아 글리벡은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2개월 만에 기록적인 승인을 받아냈고, 국내에서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승인을 얻어 도입됐다.
또, 글리벡의 도입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치료기간이 장기화 될수록 그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인데, 2008년 발표 된 임상연구결과, 7년간 글리벡을 복용한 환자의 전체 생존율은 86%로 거의 10명 중 9명이 현재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뇨, 고혈압 등 평생 약을 복용하며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의 생존율 보다 높은 수치로, 글리벡이‘마법의 탄환’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리벡의 혁신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백혈병 외에도 위장관기질종양(gist)과 5개 희귀 질환의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스트는 우리 몸의 단백질의 일종인 kit 단백질이 변형되어 생기는 근육 종양인데 수술이 주요 치료 방법으로 쓰였다. 그러나 글리벡이 기스트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됨에 따라 기스트 역시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기스트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도 국내 식약청의 추가 승인을 받아, 재발 위험을 줄이거나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첫 번째 치료 옵션이 되었다.
이 외에도 글리벡은 융기성 피부섬유육종 등을 포함, 직접적으로, 또는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다섯 가지 희귀 질환에 대해 적응증을 가지고 있어 표적항암제 중에서도 매우 이례적이고 혁신적인 개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불치병과 다름 없었던 만성골수성 백혈병과 위장관기질종양. 글리벡이라는 혁신 항암제가 지금도 전 세계 20만 여 명, 국내 약 3000 명의 환자들 생명 하나하나에 희망의 불을 지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