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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지금…“온갖 뒷거래 난무”

경력10년 사무장이 밝힌 병원 세태고발

박순주 기자 | 기사입력 2010/02/22 [11:45]
병원을 둘러싼 모종의 뒷거래가 비단 제약사와 병원간의 리베이트뿐일까. 단연코 아니다. 10년 이상 병원에서 근무한 한 사무장의 증언에 따르면 병원 영업권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사이엔 떳떳하게 내세울 수 없는 그들만의 암묵적인 계약이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 제약사와 병원, 병원과 약국, 병원과 보험회사, 병원 사무장의 영업망 등등… 당당하지 못한 비리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강남 모처에 소재한 병원에서 사무장을 맡고 있는 p씨. 그는 30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베테랑급 병원 관리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p씨는 매스컴을 통해 정부가 병원과 제약사 간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시키겠다는 보도를 접했다. 하지만 그는 의미심장한 쓴웃음을 지었다. 
 
10년 이상 병원에 근무하면서 온갖 궂은일을 해오던 그가 보기엔 “어떤 수법으로든 리베이트는 계속될 것이고, 리베이트 외에도 병원을 둘러싼 온갖 뒷거래가 난무하고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란 게 이유다.
 
병원↔제약사, 주종 관계

병원과 제약사들은 ‘갑’과 ‘을’의 관계다. p씨 역시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처음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원장의 ‘몸종’인 줄 알았다”며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강남에서 가정의학과 병원을 운영하던 a원장은 주변 의원에 비해 환자가 많은 편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다른 의원들보다 처방전 발행부수가 월등히 많았다. 때문에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병원에 상주하듯이 지내며 원장 수발을 들기에 바빴다.
 
병원 청소에서부터 시작해 원장이 몰고 다니는 차량을 세차하고, 고장 난 원장의 테니스 라켓을 수리했다. 나아가 원장 와이프를 대신해 시장도 봐주고, 회식 후 원장의 대리운전도 기꺼이 해줬다.

심지어 매달 수차례의 병원 회식비용 부담과 원장과의 모종의 뒷거래를 통해 처방전 발행부수에 따른 수수료를 챙겨주는 등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온갖 원장 비위 맞추기와 뒷거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p씨는 “언론에서 제약회사나 병원 간의 리베이트 문제가 가끔 터져 나와 이슈로 다뤄지지만 현직에 있는 사무장들이 보면 코웃음을 칠 것”이라며 “제약사와 병원 간의 병폐는 병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암묵적으로 영원이 계속될 것”이라 장담했다.
 
교통사고 뒷거래 난무

교통사고 전문병원에 근무하는 사무장은 자동차보험회사 직원들과 보통 형님, 동생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좋든 싫든 마주해야 할 상대들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갑’은 보험회사요, ‘을’은 병원인 셈이다. 이들 사이에 모종의 뒷거래가 생긴다.
 
p씨는 “어느 교통사고 전문병원이 합의를 잘 봐준다고 소문난다면 아마 그 병원 사무장과 보험회사 직원들이 친분이 있거나 아니면 모종의 업무계약 관계가 있다고 보면 된다”며, 관련된 일화를 전했다.

서울 소재 b병원에 한 환자가 가벼운 접촉사고로 들어왔다. 환자는 경찰보다 빠른 레카 운전사가 데려왔고, 아무런 외상이 없었다. b병원은 환자에게 교통사고 2주 진단을 내렸고, 환자는 당일 b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다음 날 자동차보험회사 직원이 b병원을 찾아와 환자도 보지 않고 사무장과 바로 합의를 했고, 이 와중에 b병원은 입원하지도 않은 환자를 두고 자동차보험회사에 1주일 입원한 것으로 청구했다. 한마디로 말해 환자는 업무상 병원에 입원할 처지가 못 돼 입원 처리만 한 것이고, 합의는 병원 사무장이 대신한 것이다.

이는 병원 입장에선 입원하지 않은 환자를 입원한 것으로 처리해 보험회사에 청구하면 수입을 올릴 수 있고, 보험회사 직원 역시 환자와의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이면서 빠른 합의를 통해 보험회사 내 본인의 입지를 다질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뿐 아니다. 사무장의 영업망에는 경찰서와 소방서, 그리고 개인택시나 법인택시 등이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병원급 응급실의 경우 응급차량 운전자들이 교통사고 환자를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
 
p씨는 “일부 응급차량 운전자들이 특정 병원을 찾는 이유는 환자가 원해서 오는 경우보단 병원에서 본인들의 소모품을 무상으로 챙겨주거나, 회식비용 혹은 수수료를 챙겨주기 때문이다”고 밝히고, 자신 역시 관련 업무를 직접 맡았던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일부 경찰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고 전한다. 특히 택시나 레카의 경우 입원환자 한 명당 병원측이 얼마의 수수료를 주는 것이 관례인 게 현실이다.
 
광고를 둘러싼 함정

병원 광고는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으로 나뉜다. 온라인 광고의 경우 오버추어·배너·제휴 마케팅 그리고 지식인·카페 관리·블로그 작업 등이 있다.

오버추어와 배너 등 기타 온라인 마케팅은 돈으로 할 수 있지만 지식인 같은 경우는 일반 환자가 병원에 내원 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그 병원의 지식을 답글 형식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마케팅 업체나 병원 직원들을 활용해 본인이 묻고 본인이 타인 명의의 아이디로 답글을 적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 객관적이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병원 홈페이지에는 방문 후기란 카테고리가 있다. 이곳 역시 대부분 병원 내 직원들이 작성하거나 마케팅 업체에서 글을 남긴다. p씨는 “일반인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병원의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감독기관의 규제가 있다 해도 현재의 온라인 특성상 정확한 정보를 얻기에는 거의 힘들다”며, 병원 광고의 허구성을 알렸다.

오프라인 마케팅의 경우 언론매체(신문·잡지)·현수막·전단지 등이 있다. 이것 또한 돈으로 할 수 있는 광고다.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특히 건강보험 비급여 목록을 진료하는 병원은 이런 광고를 통해 환자가 대부분 유입된다.

따라서 환자가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시술을 받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p씨 역시 시술 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경험했다. 그 예로 몇 년 전 잘못된 성형으로 환자가 죽은 일이 있었다. 당연히 문제의 병원은 문을 닫아야 했고, 그 원장은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몇 해 지나 다른 지역에서 동료 원장의 이름으로 병원을 개설, 버젓이 진료를 보고 있다.

또한 의사가 아닌 사무장이 주인인 병·의원에선 봉급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한 뒤 과대광고로 환자를 유입해 진료를 한다. 그러다 문제가 발생하면 폐업처리를 해버리곤 다른 봉급의 명의로 다시 같은 자리에 병원을 개설한 뒤 간판만 교체한 채 진료를 계속한다. 이런 일들은 전국 곳곳의 개인병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p씨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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