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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경쟁 도를 넘어…“민망해서 못 봐주겠다”

막장 케이블 방송 퇴출되나?

문지혜 기자 | 기사입력 2010/03/08 [13:11]

최근 방송 프로그램의 도를 지나친 선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음제의 효능과 마리화나의 흡입방법 등을 소개하는 케이블tv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는가 하면 원나이트 스탠드(하룻밤 정사)를 위해 여자를 호텔룸으로 데려오는 선수에게 상금을 주는 프로그램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은 것이다. 경쟁적으로 케이블tv가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규정을 어기는 막장 방송에 대해 더 큰 불이익을 주기로 결정해 귀추가 주목된다. 
 
▲ 최근 최음제의 효능과 마리화나의 흡입방법 등을 소개한 '29금 남성대백과'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최근 케이블 채널 xtm ‘29금 남성대백과’의 방송 내용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나친 상업주의로 인해 최음제·마약, 성매매 등 자극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내보냈기 때문이다. 케이블 채널의 폭력성과 선정성에 대한 우려는 예전부터 있어왔으나 이렇다 할 대책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경쟁적인 리얼리티로 인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음제의 효능 전파 타
케이블 채널 xtm ‘29금 남성대백과’가 막장 방송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남성들을 위한 에로 백과사전’임을 내세우던 이 프로그램이 해외제작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내용을 보여주고 불법적인 행위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월11일·12일·18일 방송에서 국내 유통이 금지된 약물(최음제)의 제품명과 효능을 설명하는 내용을 방송하고 ‘마리화나’ 흡입방법 및 환각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또 ‘성매매 알선업’을 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적나라하게 운운하거나 도끼가 목에 꽂혀 피가 솟구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등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내보내 시청자에게 충격과 혐오감을 줬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2월25일 ‘해당 방송프로그램 중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해당 프로그램의 중지’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위반으로 문제가 된 프로그램을 방송하지 못하도록 한 방송법 100조 1항에 따른 법정 제재조치로, 제재 대상이 된 방송분(1월11일·12일·18일)은 향후 방송할 수 없다. 평소 이 프로그램을 즐겨봤다는 안모씨는 “약간 야하긴 하지만 엉뚱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아 자주 시청했는데 더 이상 볼 수 없어 아쉽다”며 “요즘엔 하도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아 이 정도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고 밝혔다.

자극적인 뉴스만 팔린다
케이블 채널 qtv 김구라의 진실게임 토크쇼 ‘모먼트 오브 트루스 시즌2(이하 mot)’는 자극적인 질문으로 방송 때마다 화제가 되고 있다. 솔직함과 당당함을 덕목으로 삼는 가수 신해철은 최근 ‘mot’에 출연해 “아내 이외에 내 나체를 본 여자는 100명 이상”이라며 “20살에 데뷔해 싱어 송 라이터를 했고, 얼굴까지 반반했으니 사방에서 입질이 들어오지 않았겠냐”고 충격발언을 했다. 또 그는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그 당시의 라이프스타일이었을 뿐, 이것은 선악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당당한 태도를 고수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유부남인 그가 아내의 심경을 고려하지 않고 폭탄발언을 한 것은 경솔한 태도라는 것이다. 누리꾼 이모씨는 “아무리 봐도 정신과 치료 좀 받아야겠다”며 “공인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솔직한 대답이었을 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그에 대해 호의적인 댓글을 단 김모씨는 “지상파도 아니고 케이블tv에서 한 마디 한 것 가지고 도덕군자인 양 훈계를 하려 한다”며 “위선적인 것보다 솔직한 것이 더 낫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29일에는 한국 플레이보이 모델 1호로 유명한 이파니가 출연해 “엑스트라 시절 성상납 요구를 받은 적 있다”며 “플레이보이 모델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자들이 다른 여자 연예인들보다 나를 더 쉽게 보는 것 같아 속상하다. 본격적으로 활동한 후에도 몇 번 그런 경험이 있다”고 밝혀 한동안 잠잠했던 스폰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 연예인과 사귀어본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하면서 “‘연예인이 부담스럽다’고 그 사람에게 말했더니 바로 연예 생활을 그만뒀다”고 말해 그 연예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mot’는 자신과 관련된 21개의 질문에 진실만을 대답하면 1억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리얼리티 퀴즈쇼로, 시즌 1에서부터 ‘전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낙태한 경험이 있나’ 등 지극히 사적이고 자극적인 질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원나이트 스탠드를 방송에서?
“누가 하룻밤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국내 최초 원나이트 스탠드 실험 프로그램! 미션은 ‘여자를 호텔룸으로 데려와라’입니다.”
채널텐·앨리스tv에서 방영했던 ‘정재윤의 작업남녀’는 길거리에서 헌팅한 여자를 호텔룸까지 데려오는 전 과정을 보여주며 연애고수들의 작업 비법을 알려준다는 ‘리얼리티’쇼이다. 이 프로그램은 스킨십을 할 때마다 돈으로 계산돼 적립되고 미션을 성공한 사람에게 상금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선수들을 모집했다. 첫 회부터 등장한 선수들은 모텔비로 600만원을 날렸다는 조모(25)씨와 ‘여자 돈은 곧 나의 돈’이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는 이모(25)씨였다.
먼저 두 선수들이 길거리에서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 누가 더 많은 돈을 얻었는지 대결을 펼쳤다. 제작진이 시도했을 때는 6000원에 불과했지만 선수들이 여자들에게 다가가자 만원 지폐를 선뜻 내줬다. 선수들은 제작진이 준 미션을 수행하며 여성들에게 접근해 번호를 땄다. 최종 미션은 여성들을 유혹해 제작진이 숨어 있는 호텔로 데려오는 것이었다. 이들은 ‘임자 있는 여자를 유혹하라’는 미션을 받고 각자 길거리로 나섰다.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여자에게 접근해 휴대폰 번호를 ‘따고’ 술집으로 이동했다.
선수와 여자가 술집에서 나누는 대화는 낯이 부끄러워질 만큼 노골적이었다. 선수가 야릇한 분위기를 끌어내기 위해 “너 남자 친구랑 자봤어”라고 묻자 오히려 여자는 “당연하지. 오빠는 여자 친구랑 안 자?”라고 되물었다. 선수가 진한 스킨십을 시도할 때마다 화면에는 ‘거침없는 스킨십’이라는 자막이 뜨면서 스킨십머니가 올라갔다. 결국 선수 한 명이 여자를 호텔방으로 데려오고, 현재 남자친구와 50일 됐다는 여자는 선수가 마음에 들어 따라왔다고 고백하며 ‘예쁜 사랑 하세요’라는 자막이 뜨며 방송이 끝났다.
‘작업남녀’는 19세 미만 관람 불가 프로그램이지만 이를 찾아보는 청소년들은 적지 않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재수생이 된 김모(20)양은 “이런 내용을 방송하는 프로그램도 문제지만 쉽게 선수를 따라가는 여자가 같은 여성으로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분노했지만 이어 “욕을 하긴 하지만 친구들과의 이야깃거리도 되고 해서 자주 찾아본다”고 밝혔다.

더 자극적으로 더 선정적으로
지상파보다 소재의 선정과 표현 수위에서 비교적 제약이 적은 케이블 프로그램들의 막장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코미디tv ‘신해철의 데미지’, tvn ‘스캔들 2.0’ 등은 ‘페이크 리얼리티’라는 포맷 안에서 사생활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페이크 리얼리티’는 철저하게 짜인 각본에 의해 이루어진 상황과 에피소드를 마치 실제 상황인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이다. 사회 문제를 실제 이슈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리얼토크쇼 ‘데미지’의 mc 신해철은 “‘데미지’는 저질 서민 재현 프로그램”이라며 “프로그램 소재들이 좀 어처구니없기도 하지만 이게 사실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 않느냐”라는 말로 저질 프로그램이라는 비난을 반박했다.
이미 종영한 프로그램 ‘연애불변의 법칙-커플 브레이킹’은 남자와 여자의 갈등관계를 몰래카메라로 보여주는 형식으로 시청자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관음증적, 성적 호기심을 유발한다는 문제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연애불변의 법칙-커플 브레이킹’은 일종의 연인판 ‘사랑과 전쟁’으로, 사랑의 진실성을 확인시켜 준다는 명목하에 작업녀가 남자를 유혹하고 그 과정을 제보자와 mc들이 몰래카메라로 확인해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5월 방송분에는 유난히 큰 가슴에 집착하는 남성을 위해 작업녀 외에 가슴 큰 여성을 더 투입했는데 그 여성의 프로필에 ‘가슴사이즈 측정불가’, 별명 ‘거봉’이라고 언급하고 이어 ‘내가 볼 땐 수박’이라고 말하는 여성을 희화화한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타 막장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방통위는 이를 단속하기 위해 막말 방송, 막장 드라마, 위법한 광고 등 방송관련 법령ㆍ심의규정을 자주 어기는 방송사업자는 정부 평가·심사 때 지금보다 훨씬 큰 불이익을 주기로 결정했다. 방송위는 방송의 공적 책임과 방송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매년 실시하는 방송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지난해 11월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방송평가규칙’ 개정안을 의결, 내년 방송분(평가는 2011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최근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오락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리얼리티’라 불리는 형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며 20대 청춘남녀들의 사적인 대화, 스킨십 등을 몰래카메라를 통해 보여주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관음증적인 욕구를 부추기고 선정적인 표현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게 한다는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를 넘은 방송의 선정성에 대해 “프로그램 제작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리얼리티의 소재에 집중되고 있다”며 “점차 시청률을 의식하면서 내용의 질적 확보보다는 빠른 시간 안에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자극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실제가 아닌 리얼리티”
지난 2월22일 방통위는 ‘오락 프로그램의 정체성 위기’ 세미나를 열고 오락프로그램의 극단적 상업주의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종임 동국대 대중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대에 따라 그리고 사회마다 다른 판단근거인 가치와 도덕을 포함하기 때문에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선정성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최근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팩추얼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오락 프로그램의 중심을 이루게 되면서 표현 수위 상승 인신공격, 사생활 노출, 타인의 생활 폭로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와 같은 프로그램에 자주 노출될 경우 시청자들, 특히나 청소년들의 경우 지속적인 노출을 통한 잠재적인 학습효과로 인해 이후 실제 현실에 직면했을 때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시청자들이 텔레비전 노출과정에서 스스로 좀더 분석적이며 능동적으로 되어 건설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간의, 실제와 환상 간의, 그리고 사실과 신화 간의 차이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며 “제작진 역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주제에 대한 접근, 출연자를 드러내는 방식 등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시청자의 권리, 방송사의 표현의 수위, 정부심의기관의 참여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과정들이 지속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가능성도 보여
한편, 지난 3월3일 ‘제4회 케이블tv 방송대상’에서 버라이어티 부문 ‘올해의 작품상’을 tvn 재밌는 tv ‘롤러코스터’가 수상했다. ‘롤러코스터’는 2009년 케이블tv 버라이어티 부문 최고의 화제작으로 선정성과 폭력성이 아닌 참신하고 차별화된 기획력만으로 높은 시청률을 유지해 10대부터 40,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로부터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더라도 막대한 자본 투자 없이 틈새시장을 공략한 케이블 프로그램이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케이블tv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계음을 연상시키는 서혜정 성우의 무미건조한 내레이션은 각종 프로그램과 cf에 패러디되며 높은 인기를 과시했으며, 가장 큰 인기를 끈 ‘남녀탐구생활’ 코너의 주연 정가은 정형돈 등도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최고 스타반열에 등극했다. tvn ‘롤러코스터’는 지난해 7월18일 첫 방송 이후 18회인 11월14일 방송에서는 4.7%(agb닐슨, 케이블유가구)의 최고시청률을 경신, 분당 최고시청률은 6.6%까지 치솟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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