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북한의 화폐개혁 조치에 따른 사회 혼란

화폐개혁 실패 박남기에게 뒤집어 씌워 총살까지 감행

지원삼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0/03/22 [11:13]
조선시대 후기의 실학자이며 ‘목민심서’를 저술하여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했던 다산 정약용선생은 첫 유배지인 포항 장기면에서 보릿고개를 견뎌내는 백성들과 탐관오리들의 실상을 빗대어 “보릿고개는 태항산처럼 높고 험한데/ 단오절이 지나서야 보리가 익기 시작하네/ 어느 누가 풋보리죽 한사발이라도 들고가서 대감나리께도 맛보라고 나누어 줄고/..........”라는 시를 지었다.

옛날부터 우리는 춘궁기가 다가오면 보릿고개라는 높은 산을 수월하게 넘기지 못하고 초근목피로 연명해오다가 수많은 백성들이 굶어 부황이 들어 죽어갔다. 지금은 춘궁기라는 말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봄이 되면 농촌에서 먹을 것이 떨어져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만성적인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에서는 아직까지도 춘궁기가 다가오면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다 못해 얼굴이 누렇게 뜨고 배가 퉁퉁 부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지난 몇 년 동안은 남한을 비롯해서 국제사회에서 상당량의 식량을 지원해줌으로써 식량난 해소에 큰 보탬이 되었지만 지금은 장거리 미사일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인해 모든 지원이 중단되고 있고, 금년에도 150여만 톤의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 감시받는 북한의 거리     ©브레이크뉴스
게다가 엎친데 겹친 격으로 지난해 11월30일, 전격적으로 단행한 화폐개혁의 후유증으로 인플레이션과 함께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 화폐개혁 직후에 1kg당 20원에 거래되던 쌀값이 지금은 1000원으로 50배 이상 올랐다. 이로 인해 북한에서 아직 춘궁기가 닥치지 않았음에도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한 가운데, 주민들은 김정일에 대한 비하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고, 보위부원들이 보는 앞에서도 이제는 악밖에 남지 않았다고 불평불만을 노골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 당국은 미증유의 대 혼란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화폐개혁을 주도했던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을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총살시켰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화폐개혁을 전격적으로 단행했던 것은 지난 2002년 ‘7.1경제관리조치’로 인해 개인의 상거래가 허용되고 일부 기업의 독립채산제가 도입됨에 따라 농민시장이 성행하고 주민들의 상행위가 늘어나면서 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해소키 위해 취한 조치였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주민들이 장사를 해서 장롱 속에 쌓아둔 돈을 끌어내고자 함과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째 세습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북한이 화폐개혁 조치 직후에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백두산 3대장군의 영도업적과 선군시대의 면모를 사상 예술적으로 풍부히 반영했다”고 선전하고 있는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의 업적으로 부각하기 위해 김정은이 김정일의 승인 하에 주도했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막상 화폐개혁이 실패하고 그 후유증이 심각하게 되자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모든 책임을 박남기에게 뒤집어 씌워 총살까지 감행한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화폐개혁의 후유증을 예상외로 심하게 앓고 있는 것은 북한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98년, 선군정치를 김정일의 통치방식으로 정식화하고, 모든 것을 군에 우선하여 배급하고 군을 중시하는 등 인민경제를 소홀히 해왔는데, 이런 상황에서 단기간 내에 인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한 전환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겉으로는 인민생활 향상 운운 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선군정치와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외치면서 장거리 미사일과 핵개발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장거리 미사일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인해 유엔의 대북제재에 직면하여 대외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데다가 장기간의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남한으로부터 식량과 비료, 생활필수품의 지원이 중단되고 있어 북한을 더욱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정황들은 북한에서 화폐개혁조치에 따른 후유증이 조기에 가라앉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고, 본격적인 춘궁기가 닥쳐오면 사회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임을 예측케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사회적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돌파구를 대남도발이나 추가 핵실험 등에서 찾으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음으로 경계가 요망된다.

어찌됐건 간에 북한이 화폐개혁주치에 따른 후유증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선군정치를 폐지하고 봉건왕조와도 같은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체제 구축을 중지하는 길이다. 이와 함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한반도를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중지하고 남한과 화해협력을 이루어 경제 지원을 받는 길일 것이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