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고나면 연일 스팟(spot)성 ‘깜짝 뉴스’다. 놀랄 일이 하도 많아 뉴스 ‘속보 판’을 보기조차 껄끄러울 정도다. ‘초계함 침몰 사태’ ‘탤런트 최진영 자살’ 등등 마치 불행하고 무거운 뉴스의 레이스라도 펼쳐지는 듯하다. 여기에 마지막 보루, 신성불가침(神聖不可侵)의 대명사인 ‘교육계’까지 첨가돼 맥을 놓게 한다.
최근 공정택 서울교육감의 구속과 더불어 서울소재 초등교장 587명 중 5분의 1인 120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적발됐다. 또 여행사로부터 수학여행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혐의로 전·현직 교장 157명이 적발돼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이중 149명은 초등교장들이다. 수사 대상자는 현직만 48명에 전직도 5명이나 포함됐다. 조사대상에 오른 또 다른 전·현직 교장도 104명에 달한다. 검찰의 서울시교육청 시설·인사비리 수사에서 전직 교육감을 포함한 장학관, 장학사 등 직원 40명가량이 적발되는 등 단 3개월 만에 드러난 일이다.
건국이후 최대 교육비리라 한다. 사실 이게 어디 하루 이틀일 일까. 또 과연 이번 서울지역에만 국한된 일일까. 관련 ‘카더라 통신’과 ‘설마? 設’은 이미 오래전부터 떠돌았지만 심증만 갔을 뿐, 물증이 없었을 뿐이다. 그런데 비리의 실체를 보니 썩어도 너무 썩었다. 후안무치(厚顔無恥)가 하늘을 찌를 정도다. 마치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이라도 안듯 꺼림칙하고 무겁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형국이다. 이도 물론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사람’을 카테고리로 한 ‘연상 법’엔 딱 세 부류가 있다. 생각하면 그냥 미소 지어지는 이와 미간 찌푸려지는 이, 이도 저도 아닌 경우 등이다. 대개 정치-정치인들의 경우 자동으로 미간이 찌푸려지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통상이다. 이젠 여기에 ‘교육계’가 첨가될 형국이다. ‘모럴(moral)’의 첨예인 교육계가 오히려 관련 재교육을 받아야 할 아이러니에 처했다. ‘부끄러운 치부’의 씨앗을 뿌렸으니 설령 정신교육대에 보내진들 유구무언일 입장이다.
뭣보다 분노가 이는 건 이들이 직위를 이용해 소위 ‘고사리 돈’까지 손대며 개인 욕망을 채워 왔다는 점이다. 그간 ‘뒷돈’을 얼마나 받아 왔는지 개중엔 전체 수학여행경비의 3분의 1까지 챙긴 ‘철면피파’도 있다. 통상 2박3일 수학여행의 경우 학생 1인당 8천~1만2천원, 버스기준으론 1일 2~3만원을 받아 챙겼다. 일선 교사들은 “교사는 수학여행 시 인솔자란 그 명분 하나로 거의 공짜가 많다”며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사정당국의 비리 관행점검이 그간 제대로 이뤄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게 또 그들의 전언이다. 학교 행정관련 모든 권한이 교장 1인에게 집중되면서 업체와 계약내용이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맹점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문제는 비리 관행이 너무 광범해 사정당국 스스로가 방치해왔다는 점이다.
학생들 여행경비는 모두 부모들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중엔 경제암흑기속에서도 자식 기죽이기 싫어 나온 ‘무거운 돈(?)’도 아마 있을 것이다. ‘교육-자식’ 카테고리는 특히나 대한민국 부모들에겐 민감하고 첨예한 단상이다. 일례로 정치가 잘못되면 목청 높이는 반면 ‘교육-학교’ 얘기엔 유독 조심스레 한다. ‘자식’이 관련된 탓이다. 사회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교사 앞에서 고개 숙이는 이유는 그들이 잘나서가 아니다. 행여나 자식에 ‘불이익’이 갈 까서다. 그러나 이를 그들은 철저히 악용해 온 것이다. ‘교육’을 앞세운 채 오랜 세월 잇속을 채우며 검은 치부를 가려왔을 까 생각하니 그 가증스런 ‘위선’에 조소마저 일려 한다.
사실 작금의 포화된 비리는 mb정부 집권 후 따른 4.15 자율화 조치로 더욱 심각해졌다. 이 때문에 교육청-교장의 권한은 오히려 늘면서 기존 교육 비리의 관행에 날개를 달아 준 격이 된 것이다. 또 기껏 5~6명의 학부모 대표가 별 권한도 없이 간접 민주제의 거수기 노릇을 하면서 교장의 비호기능까지 더하는 현실에서 과연 누가 교장비리를 견제할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에 봉착한 게 현실이다.
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교장공모제’도 딜레마다. 교장을 공모해서 학교를 좀 더 민주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정부는 ‘개방’ 교육일선에선 ‘내부’형을 선호하지만 방식은 천지차이다. 정부주도인 ‘개방형(초빙)’엔 ‘교육자치 축소’우려가 일고 있다. 현재 전체학교의 5%선에서 시범운영중이지만 향후 50%로 확대 추진될 조짐이다. 금번 교육감 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이와 관련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표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가려진 허상이 드러나면 환상이 깨지는 건 필연이다. 그러나 가장 큰 딜레마는 자라나는 후세대들에게 이 상황을 어찌 이해시켜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교육이 무너질 경우 뒤따를 후폭풍은 상상조차 힘들다. 당연한 관행처럼 오랜 세월 묵어 온 이 부정부패의 고리를 어디서부터 ‘메스’를 대야할지도 엄두조차 못 낼 지경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 국한해 단순 시범 케이스에 그쳐선 절대 안 된다. 가뜩이나 ‘교육’카테고리에 유독 심약한 대한민국이다. 위선의 썩은 환부를 이번 기회에 뼈를 깎는 자세로 도려내지 않을 경우 교육계 전체의 오명도 지속 회복 불명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교육계는 먼저 비리의 온상인 ‘교장실’부터 없애라(‘고양이에게 생선맡긴’꼴에 대한 자업자득이다). 또 학교자율화 정책 틈새에서 교장권한만 강화되고 있는데 강력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라(종합감사를 제외하면 상부의 어떤 견제도 없는 거의 ‘치외법권’역에 머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