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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손님이 떠나도 휴지를 하루 밤 묵히는 까닭

일본 제국 호텔 서비스 정신 이야기

송현(시인.본지주필) | 기사입력 2010/04/12 [10:21]
 
 
 
 

            



일본의 "제국호텔dk9103"은 손님이 떠난 뒤에도 그 방의 휴지를 반드시 하루 를 더 묵혀둔다. 1890년에 문을 연 제국호텔은 100년의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데, 일본의 본격적인 국제 호텔의 시조이며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유명한 곳이다.  왜 제국호텔에서는 손님이 떠나면 곧장 휴지를 버리지 않고, 객실의 휴지를  따로 봉지에 담아 객실 번호, 날짜등을 기록해서 하루를 더 묵혀 두는 것일까?  이 해답은 제국호텔이 1978년부터 십년동안 "문예춘추"에 시리즈로 실어온 광고를 보면 금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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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지는 호텔에 하루 더 묵습니다.> 

아서 헤일리의 소설 "호텔"에서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메모가 발견되는 것은 소각로에 들어가기 바로 직전의 쓰레기 더미에서였습니다. 실제 호텔에서도 그런 일이 흔히 일어나곤 합니다.  

중요한 메모를 잃어버리셨다면--염려없습니다. 안심하십시오. 방의 휴지통들은 손님께서 체크 아웃한 후 층별로 모아지고, 하루를 더 호텔에서 머무르게 됩니다. 손님께서 버리신 것인지, 혹은 잊어버린 것인지를 판단할 수 없는 것들, 이런 것들은 휴지보다 더 오랫동안 호텔에서 보관합니다. 패스포드를 비롯해 잊어버리고 가신 것이 확실한 물건들은 물론 손님께 연락을 드립니다. 

하루 분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보관할 공간을 확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쓸데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많고, 헛일로 끝나버리는 수도 허다합니다. 그러나 제국 호텔에 묵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시는 손님이 계시는 한, 우리들은 그러한 헛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국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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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호텔이다. 일본 사람들 참 멋장이다! 나도 반일 감정을 누구 못지 않게 가지고 있지만, 특히 이런 대목에서는 머리가 숙여진다. 장사를 해도 이렇게 철저하게 하고, 전쟁을 해도 가미가제 특공대식으로 똑 소리 나게 하고, 물건을 만들어도 똑소리 나게 만들고, 심지어 섹스를 해도 얼마나 끝내주게들 하길래 섹스동물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하니 이 얼마나 멋진 사람들인가! 부럽다,부러워! 

나는 며칠 전에 종로통에 나갔다. 점심 때, 어디에 가서 뭘 먹을까 하고 음식점 몇곳을  기웃기웃하였더니, 가는 곳 마다 손님들이 바글바글 하였다. 마침 조용한 분식점이 있어 오랫만에 뜨끈뜨끈한 냄비우동을 먹었으면 좋겠다 싶어 들어갔다. 내가 들어갈 때, 카운트에 앉은 사십대의 사내는 신문을 보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가는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반쯤 트인 주방에는 삼십대 후반의 아주머니 둘이 있었는데, 자기들끼리 무슨 이야긴지 큰소리로 떠들어대느라고 내가 들어오는 것을 못 본 것 같았다. 홀에는 열칠팔세 쯤되는 여자 종업원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주방 아주머니들 이야기 듣느라고 정신이 팔려 있었고, 한 여자애가 나를 보고 "어서오세요!"라고 겨우 인사를 하였다. 

나는 냄비우동을 시켰다. 주방의 두 여자는 동네 곗돈 타먹고 도망간 어떤 여자 이야기를 큰 소리로 계속하면서 조리를 하였다. 나는 은근히 그녀들의 이똥이나 침이 내가 먹을 냄비 우동에 떨어질까봐 나는 조마조마하였다.     한참 뒤에 냄비우동이 나왔다. 나는 고추가루가 필요해서 고추가루 통의 뚜껑을 열었더니, 이미 바닥이 나 있었다. 할 수 없이 좀 달랠라고 종업원을 찾아 두리번거렸더니, 한  아가씨는 멍청히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고, 한 아가씨는 주방 아주머니 이야기에 심취해 있었다. 나는 고추가루 더 달라고 그녀들을 큰소리로  부르기가 좀 뭣해서 눈이라도 마주치면 손짓이라도 할 참이었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홀의 두 아가씨는 포기하고 할 수 없이 카운터 사내쪽을 쳐다 보았다. 그이는 신문 보느라고 고개를 쳐박고 있어서, 나는 아무하고도 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나는 "여보세요!"하고 그들을 불렀다. 그런데 아무도 내 말을 듣지 못하였는지, 듣고도 모른체 하였는지 대꾸가 없었다. 그래서 좀더 큰 소리로 다시 불렀다. 그제사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아가씨가 무표정으로 내쪽으로 다가왔다. 고추가루를 좀 달랬더니, 다른 테이블에 있는 고추가루 통을 내 테이블 위에 반쯤 던지다시피하고 제빨리 아까 그 자리로 가서 앉아 창밖을 쳐다 보기 시작했다.
 
한참 우동을 먹다가 단무지가 모자라 좀 더 달랠라고 눈으로 종업원을 찾았더니, 아까와 똑 같은 상황이 계속되었다. 주방 여자들은 그때까지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고, 홀의 한 여자애는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있었고, 한 여자애는 주방 아주머니 이야기에 도취해 있었고, 카운트 사내는 신문을 계속해서 보고 있었다. 

냄비우동의 맛에서 부터 홀 아가씨의 태도, 주방 여자들의 자세, 카운터 사내의 근무태도 등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엉터리였다. 이런 우동집은 계속 파리를 날릴 게고, 그러다 보면 멀지 않아 문을 닫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한심한 것들을 종업원으로 쓰면 멀쩡한 우동집 하나 말아먹고, 주인 빚더미에 올려앉기는 시간문제다. 그런데 내가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류의 근로자들이 어쩌면 월급 인상 투쟁 때는 제일 앞장서고, 또 용감하게 설치면 어쩌나 하는 점이다. 한심하고 불쌍한 것! 

봄이면 기업주와 근로자 대표가 한 자리에 모여 임금을 비롯하여 노사간의 각종 현안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는데, 내 한가지 부탁은, 혹시 위의 우동집 종업원 비슷한 치들은 제발,  임금 올려달라고 붉은 띠 머리에 메고 주접 떨게 아니라 지금 받고 있는 월급도 많은 줄 알고, 일본 제국 호텔의 광고 문을 복사해서 사무실 책상 위와 자기집 안방에 한장씩 붙여 놓고, 출근할 때 한번 읽고 반성하고, 퇴근해서 한번 읽고 반성하면서, 밥값 똑똑히 하기 바란다! (www.songh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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