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무섭게 치솟던 아파트 가격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한국이기에 가격 하락에 대한 충격은 가히 쓰나미급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올 것이 왔다’라는 분위기다. 비쌀 이유가 없는 아파트가 일반 주택보다 몇 곱절이나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데 대한 의문은 줄곧 제기돼 왔던 터였다.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할수록 한편에서는 ‘가격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 또한 존재했었던 것. 이제 본지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향후 어떻게 변동할 것인지에 대해 긴급진단을 해봤다.
올 들어 ibk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산은경제연구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이 집값 버블 붕괴 가능성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시장엔 ‘버블붕괴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 연구기관들은 집값 단기 급등, 인구 감소 등을 근거로 집값이 장기 하락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전망에 주택 투자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서둘러 집을 처분하지 않으면 제값 받고 팔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돌 정도다. 부동산 규제 강화, 글로벌 금융위기, 건설사 구조조정 등 대형 악재가 터졌을 때도 좀처럼 조명을 받지 못했던 ‘아파트 가격 폭락론’ 은 최근 부쩍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집값 하락 예상
이런 분위기에 한층 더해 신한금융지주 산하 신한fsb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국내 주택(부동산)시장 중장기 전망 및 향후 주요 이슈’ 보고서를 통해 “2018년부터 서울 모든 지역과 평형에서 주택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파트 및 주택에 대한 주된 수요층이 줄고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는 등 인구구조가 변하면서 국내 주택시장은 2012년까지 조정 국면을 거쳐 2013년부터 하락 국면에 접어들고, 수도권 주택 주수요층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2018년부터는 가격 하락 압력이 더욱 커진다는 분석이다.
2012년까지 ‘조정기’에는 수도권 집값은 오르는 반면 지방은 떨어지고 2013~2017년 ‘하락기’에는 수도권 집값도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연평균 주택가격이 2%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또 2018~2020년은 ‘하락 심화기’로 주택 매물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수도권 주택 주수요층(35~54세)이 감소하면서 수도권과 지방, 서울 강남을 포함해 전형평대의 집값이 연평균 4~5% 빠진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주택 주수요층 인구 감소는 단기 및 중단기 주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지방의 가격하락세가 수도권보다 거셀 것으로 예상됐다. 지방 주택의 가격이 수도권 지역보다 덜 상승했는데, 주택 주수요층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수도권과 지방 간 집값 차별화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서울에서도 교육 등 각종 인프라를 갖춘 주거선호지역과 비선호지역의 가격 차별화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18년부터는 서울 모든 지역과 평형에서 가격하락이 예상된다”며 “대형 평형에서 하락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소형 평형은 상대적으로 그 폭이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구소의 예상처럼 2012년까지는 소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아파트 가격은 2010년 4월 현재 지속적인 하락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아파트 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주택 시장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 시장에선 집값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확실한 재테크 수단으로 꼽히던 서울 강남 지역 재건축 물량에 대한 매수세마저 자취를 감췄다.
분당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는 시가보다 1억원가량 낮은 급매물도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를 들어 집값에 낀 거품(버블)이 마침내 꺼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파트 시장, 모두 ‘침체’
서울과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과 신도시, 기타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까지 6주째 동반 하락했다. 특히 서울과 신도시는 7주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분당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가보다 1억원 넘게 값을 내린 급매물도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 들어 1분기에 서울의 경우 0.23% 올랐지만, 월별로 보면 1월 0.21%, 2월 0.01%로 변동폭이 작아지다가 3월에 -0.09%를 기록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 4월 들어서도 계속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변동이 심해 1월에는 1.30% 상승했지만 2월에는 0.07% 내렸고, 3월에는 0.55% 하락하는 등 내림폭이 커졌다. 작년 연말 상승세를 보였던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최근 들어 매수세가 아예 실종되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112㎡형은 이달 들어 11억원에 팔리면서 2주 전인 지난달 말 거래가(11억6000만원)에서 불과 보름 사이에 6000만원 빠졌다. 올해 초 같은 면적형이 12억3500만~12억5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석 달 사이에 최고 1억5000만원이 하락한 것이다.
지난달 초 안전진단을 통과한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안전진단 통과 당시 10억원 선이던 102㎡형은 현재 저층 급매물이 9억원에도 나와 있고, 평균적으로는 9억4000만~9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 급전이 필요한 집주인이 112㎡형을 11억원 이하에 내놓았는데도 팔리지 않을 정도”라며 “급매물을 찾아달라던 매수자들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 때문에 매입시기를 늦추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강북지역 아파트도 내림세가 꾸준하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는 최근 한 달 새 중대형 면적을 중심으로 1000만~2000만원씩 떨어지면서 142㎡형이 4억2000만~5억원으로 내려앉았고 노원구 하계동 청솔7단지 72㎡형은 2억2000만~2억3000만원으로 500만~1000만원 떨어졌다.
수도권 신도시 지역의 아파트 값도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보금자리 주택 공급 등의 영향을 받아 일부 단지 중대형은 1~2주 만에 1억원 이상 하락한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집값, 버블 붕괴 대비해야
아파트 가격이 급락한다면 이는 한국 경제에도 큰 충격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중 하나가 바로 건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아파트, 빌딩, 오피스텔 등을 건축하여 분양하는 것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작은 땅덩어리를 보유한 한국의 가장 큰 고민은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할 만한 토지가 없어 그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 아파트였다. 그러나 초기의 아파트 정책이 잘못되면서 사람이 살아야 할 공간인 아파트가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생활의 편리성과 첨단성, 고급화를 모두 갖춘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많아지고 이에 따라 ‘전문 아파트 투기꾼’도 생겨났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수백 채의 아파트를 보유한 이들도 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총리를 지낸 이가 청문회 과정에서 수백 채의 아파트를 보하고 있음이 밝혀진 적도 있었다.
수요가 많아지고 공급이 달리자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건설사들은 너도나도 아파트 짓기에 나섰다. 달동네 토지를 헐값에 사들여 아파트를 짓고 몇 배의 이윤을 붙여 분양했다. 그래도 아파트는 없어서 못 파는 귀한 존재였다. 이러다 보니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서울 지역의 출마자들은 모두 ‘뉴타운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관없이 모두 ‘뉴타운 아파트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지난 2007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있었지만 한국은 잠시 주춤거렸을 뿐 아파트 가격의 고공행진은 멈출 줄을 몰랐다. 달동네들은 서로 재개발아파트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고, 오래된 아파트들 역시 재건축을 통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려는 계획 세우기에 급급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아파트 선호에 대해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건설사와 아파트 투기꾼들은 정부의 규제와 ‘보금자리주택제도’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 때문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아파트 가격이 앞으로 하락할 것”이라면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서민들이 구매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현재의 직장인들이 월급을 평생 모은다고 하더라도 ‘아파트 한 채’를 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또 “구매자가 드문 상태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이자에 대한 부담이 직장인들을 힘들게 해 결국은 아파트 구매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상수 연구원은 “그동안 아파트 가격은 줄곧 상승해왔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하락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임 연구원은 하락 이유에 대해 “첫째 서울로의 인구유입률 감소, 둘째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셋째 거주민의 아파트 구입 능력 감소, 넷째 대출 여력 감소”를 꼽았다. 임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 부채비율은 2008년 139.9%로 미국과 일본의 2007년 수준보다 높다.
임 연구원은 “앞으로 버블 붕괴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서두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어떻게 변해야 할까
부동산시장을 전망하려면 집값 적정 수준에 대한 고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국내 집값이 적정수준보다 비싸다는 버블론에 이견을 나타낸다. 하지만 부동산 상승시대가 막을 내리고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나왔던 각종 부양책 약발이 끝난 데다 금리인상 압박, 투자심리 냉각 등 부정적 요소만 남아 있다”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버블 붕괴까지는 아니어도 한동안 집값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구 감소나 집값 버블보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집값 안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보다 입지 여건이 훨씬 좋은 서울 강남권 등의 보금자리주택에 수요가 몰리는 만큼 민간 주택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1기 신도시 아파트 물량이 쏟아졌던 1990년대 초반 상황과 최근의 시장 상황이 유사하다”며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부동산시장은 장기안정 국면 초입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 단장은 “아파트 값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고 단언했다. 김 단장은 “현재 보금자리주택으로 인해 주변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있으며, 향후 지금의 1/4 가격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집을 사고 팔아 연봉의 수십 배를 버는 시대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라면 아파트 가격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다. 이미 서울을 비롯한 많은 곳의 아파트가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렇지만 가격을 내려 파는 곳도 없다. 자칫하면 과거의 주택대란으로 이어지지나 않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김 단장은 “아파트가 변하면 살 수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아파트는 ‘살기 위한 주택’이다. 가격이 비쌀 이유가 전혀 없다. 건설사와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서 국민들이 희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파트를 짓지 말자는 주장도 아니다. 단지 투자가 아닌 건설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국민을 위한 아파트를 짓자는 것이다. 건설사들 역시 지나친 폭리가 아닌 적정한 이익을 추구한다면 아파트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oskan21@par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