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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유세현장 동행르포

등산화 신고 도시락 먹고 강행군 “힘내라” 시민 산삼선물에 화답

박근애 기자 | 기사입력 2010/05/31 [17:59]
이번 6·2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라 할 수 있는 서울특별시장선거. 여야 모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각 후보들의 선거운동 역시 활발하다 못해 뜨겁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싶을 정도다. 특히 ‘북풍’과 ‘노풍’으로 엇갈린 대결을 펼치고 있어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명숙 후보의 선거운동 현장에 동행해 봤다.
 
출근하던 30대 직장인 한 후보 귓가에 “힘내세요!” 속삭여 
방 두 칸 다세대주택에 일곱 식구 거주하는 가리봉동 방문
‘서민 살기 좋은 세상 만들겠다’ 친환경 무상급식 등 약속

 
한명숙 후보측 동행취재에 나선 5월25일. 5월24일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약간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했지만 여전히 구름이 잔뜩 낀 화요일 아침. 한 후보의 첫 번째 행선지는 출근인파가 몰리는 영등포구 여의도역 4번 출구 앞. 일반적인 유세와 달리 출근길 시민들은 한 후보의 인사에 무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후보는 지난 밤 늦게까지 이어진 일정에도 불구하고 밝은 미소를 잊지 않았다.

증권맨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30대 직장인들이 우르르 한 후보 옆을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한 후보에게 다가가 “꼭 이기세요. 파이팅!”하고 외치자 한 후보의 얼굴은 더욱 밝아졌다. 그중 열렬한 지지자로 보이는 한 남성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한 후보의 귀에 “힘내세요. 꼭 이기셔야 해요!”를 속삭이기도 했다.

근처 노점상 아주머니는 과일 주스를 대접하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극구 사양하는 한 후보에게 시원한 바나나 주스를 건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 한 후보의 얼굴이 환했다.

서민 주거현장 방문  
1시간 가량의 출근인사를 마친 한 후보가 구로구 가리봉동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을 찾았다. 지역 국회의원인 박영선 의원과 지역 구청장, 구의원 출마자들이 먼저 도착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한 후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도 박 의원은 지역 출마자들의 명함 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 박 의원님 아니세요?”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를 찾아보니 골목 안 다가구주택에서 한 주부가 모습을 보였고 박 의원이 그녀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인사와 함께 이런저런 일상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모습이 친근해 보였다.

▲   서울 가리봉동 다세대 주택을 찾은 한명숙 후보  © 박근애 기자


 
 
 
 
 
 
 
 
 
 
 
 
 
 
 
 
 
 
취재팀과 따로 이동한 한 후보가 도착하고 보증금 300만원, 월세 40만원짜리 방 2칸의 다가구주택에서 일곱 식구가 살고 있는 홍순희(78)씨 집을 방문했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 복도를 지나서야 현관이 나왔다. 십여 명은 족히 넘는 취재진이 차마 들어가기가 미안할 정도로 집안은 좁아 보였다. 집주인에게 양해를 얻어 그나마 가장 큰 방에 자리를 잡았다.

햇빛도 잘 안 들 만큼 집들이 붙어 있는 탓에 집안은 어두웠고 7명 식구들의 살림살이로 가득 차 있었다. 한 후보는 홍씨의 손을 잡고 안방 책상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몰려든 취재진 때문에 다소 당황한 홍씨는 “우리 딸이 싫어할까 걱정이다”라며 말문을 열었지만 한 후보의 방문이 싫지만은 않아 보였다.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데 그나마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못 나가요.” 현장 일을 하는 남편 역시 수입이 일정치 않고 그나마 건강도 좋지 않아 가족들 생활비 대기가 만만치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불규칙한 소득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해 한 달에 200만원 넘게 드는 생활비를 충당하고 나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다행히 중학생인 막내딸이 공부를 잘하고 있어 좋지만, 형편상 학원 보내는 것은 생각도 못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한창 예민할 시기인 중고생 딸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방을 써야 하는 게 너무 미안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서민 살기 좋은 세상 만들겠다!’
홍씨의 이야기를 한참을 듣고 있던 한 후보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나도 지하방, 옥탑방에서 어머니, 아버지 여섯 식구가 살았다”면서 “영구임대주택을 많이 짓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한 후보가 찾은 가리봉동 지역은 현재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되어 있으며 조만간 재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영세한 입주자들의 이주대책은 막막한 상태라고 전했다. 

홍씨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한 후보가 집을 나섰다. 그나마 하늘이 보이는 복도에 서자 인근 주민들이 한 후보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한 후보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 화답하자 여기저기서 응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침 유세 현장에서는 자세히 보지 못했던 한 후보의 의상을 살펴보니 민주당의 연두색 점퍼와 회색 등산바지, 신발 역시 가벼워 보이는 등산화였다. 수행팀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한 후보가 평소 가지고 있는 의상이라고 했다. 특별히 선거용 의상을 따로 준비한 것은 아니며 주로 이렇게 편한 차림으로 유세현장을 누빈다고 한다. 정장을 입는 경우에는 단골 의상실에서 맞춰 입지만 역시 고가의 옷은 아니라고 전했다.

▲  동작구 국립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역에서 만난 동교동계 인사들 (왼쪽부터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한명숙 후보,  김두옥 전 의원) ©박근애 기자

김대중 대통령 묘역 참배
다음 행선지는 동작동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검은색 줄무늬 정장으로 갈아입은 한 후보는 이희호 여사가 도착하기 전 참배를 하고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김두옥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이 불러주셔서 정치를 하게 됐다”며 “정치를 하면서 보니 김대중 대통령이 고난이 얼마나 컸을까를 새삼 느끼게 된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에 권 전 고문이 “전화위복, 사필귀정이다. 어려움과 억울함을 이겨내시라”라고 전했다.  

한 후보와 동교동계 인사들은 한참을 서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한 무리의 유치원생들이 김 대통령의 묘역을 찾았다. 노란 원복을 입고 재잘거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한 후보의 심정이 복잡해 보이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 묘역에서 동교동계 인사, 이희호 여사 조우
대한문 앞에 모인 여성들에게 평화의 dna 깨우자고 외쳐
여동생이 싸준 도시락 먹으며 서울 곳곳 누비며 북풍 맞서

‘평화와 안보가 사라졌다!’
이희호 여사가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묘역 입구에 한 후보가 마중을 나갔다. 이 여사가 탄 차가 도착하자 한 후보가 차로 다가가 이 여사를 부축하며 인사를 나눴다. 단아한 검은 정장 차림의 이 여사가 한 후보에게 몸을 맡긴 채 이야기를 나누며 묘역에 들어섰다.

이 여사와 함께 다시 한 번 참배를 한 후보는 6·15 남북공동선언과 관련된 책자를 이 여사에게 전했고 몸이 불편한 이 여사가 의자에 앉았다. 한 후보가 “저 속에 계신 대통령님이 아마 통곡을 하고 계실 것”이라며 “대통령님이 10년 전 어렵게 남북평화의 문을 열었는데, 지금 평화와 안보 둘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또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퍼지고 있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묘역에 들어설 때부터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보이던 이 여사는 의자에 앉아서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한 후보의 말에는 고개만 끄덕였고 힘들어 보이는 이 여사 옆에 한 후보도 말없이 서 있었다. 한참 후 이 여사가 “바쁘실 텐데 가보시라”고 말하자 한 후보는 “괜찮다”며 이 여사 옆을 지켰다. 말을 아끼는 이 여사를 대신해 관계자가 전하는 말에 따르면 이 여사는 매주 두 차례 김대통령의 묘역을 찾는다고 한다. 또 남북 간의 긴장관계가 계속 되고 ‘전쟁’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자 “전쟁에는 마흔 살 넘은 사람만 나가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침묵 속에서 눈물을 훔치던 이 여사가 일어나 차로 향했고 한 후보가 뒤를 따랐다. 작별인사를 나누면서 이 여사는 한 후보에게 “필승하시라”는 말을 남기고 차에 올랐다.

한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초대 여성부 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몇 번의 고사 끝에 장관을 맡게 됐으며 지금의 여성가족부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인지 이 여사가 탄 차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한 후보의 얼굴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이 여사가 떠나고 한 후보가 차에 오르기 전 차량 내부를 살짝 살펴봤다. 한 후보의 차량은 국내 브랜드의 회색 승합차로 내부 역시 별다를 것은 없었지만 먹을거리가 들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빨간색 플라스틱 박스가 눈에 띄었다. 한 후보의 수행팀 관계자에 따르면 한 후보는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여동생이 싸준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이동이 많다 보니 일일이 식당을 찾기가 번거롭기 때문일 것이며 또 건강을 생각해 정성이 들어간 도시락이 낫다는 판단 때문인 듯 했다. 이날은 잡곡밥에 소불고기, 오이소박이, 묵은 김치볶음, 열무김치를 준비했으며 남편인 박성준 교수가 목을 많이 쓰는 한 후보를 위해 챙겨준 연잎차도 곁들인다고 전했다. 

대한문 여성 집중 유세
다음 행선지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도착하자 기어이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보슬비 정도라 시민들 대부분이 우산을 펴지 않은 채 선거유세 차량에 올라 지원연설을 하고 있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여성이 일으키는 평화의 소용돌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층을 향한 집중 유세 현장에서 평소 입담 좋기로 소문난 이 전 총리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이 전 총리는 “오명박 후보는… 아니 오세훈 후보죠. 자꾸 헷갈리네요”라고 말하는 것이 시끄러운 가운데도 귀에 들어왔다.

▲   덕수궁 대한문 광장에서 여성 집중 유세를 펼치고 있는 한명숙 후보 © 박근애 기자

 
 
 

 
 
 
 
 
 
 
 
 
 
 
 
 
 
 
 
‘여성의 dna로 평화 일구겠다!’
덕수궁 뒤쪽에서 점퍼 차림으로 나타난 한 후보는 연신 악수를 청하는 주변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일일이 화답하며 현충원에서의 무거운 분위기를 떨쳐냈다. 이미 많은 여성들과 시민들이 운집해 있는 유세 차량으로 향하는 한 후보의 표정이 무척 밝아 보였다. 사회자가 한 후보의 도착을 알리며 “대한명숙”을 외치기 시작했고 시민들도 입을 맞추기 시작했고 한 후보가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며 화답했다.

한 후보가 선거운동원들과 손을 잡고 차량 앞에 섰다. 장상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지원 연설에 나섰으며 민노당 인사의 연설도 이어졌다. 드디어 마이크를 잡은 한 후보는 오전 일정 내내 말을 아꼈던 것과 달리 큰 소리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 정부, 지금 경제가 어떻게 됐냐”며 “민주주의, 서민경제를 망가트린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오세훈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아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한 후보는 여성들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며 “모든 것을 살려내는 평화의 dna를 가진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투표해 세상을 바꿔야 한다”며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연설이 끝나고 한 후보가 시민들을 향해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진 퍼포먼스에서는 여성들의 염원이 담긴 꽃송이와 색동의 줄을 한데 모아들며 여성들의 기운을 받기도 했다. 이미 빗방울이 굵어지고 있었지만 대한문 앞 광장에는 오색 빛깔의 줄이 한 후보를 중심으로 돌고 있었으며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역시 눈을 떼지 못했다.

힘내라고 산삼 선물하는 시민
이날 한 후보는 대한문 광장 유세를 마치고 중랑구 사가정역, 청량리역 광장을 거쳐 종로구 인사동과 명동에서 집중 유세를 이어가며 민심 얻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인사동과 명동에서는 ‘투표 안하면 빵꾸똥꾸’, ‘오(吳)렌지 싫어! 한(韓)라봉 따봉!’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나온 시민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특히 한 후보가 이어가고 있는 ‘생명과 평화를 위한 한명숙 시민광장’이 열린 명동 유세현장에는 퇴근길 직장인을 비롯해 명동 데이트를 즐기는 20대 커플 등 500여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한 후보는 “6월2일은 2번 찍는 날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 달라”며 호소를 이어갔다. 명동 유세가 막바지에 이를 때쯤 한 시민은 강원도에서 직접 캔 산삼을 한 후보에게 선물하며 한 후보의 바쁜 유세 일정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guena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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