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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박근혜’ 침묵의 끝엔 무엇?

“국민눈높이 맞추기-고인 물 썩음·상한 과일 따서 버려야...”

김기홍 기자 | 기사입력 2010/06/08 [11:17]
지선이 끝난 지 6일이나 지났지만 여권의 ‘현 권력-미래권력’ 모두 깊은 침묵모드만 지속하고 있다. 한 지붕 이산가족인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얘기다. 참패의 충격파가 너무 큰 탓일까, 정가와 국민들 이목이 두 사람에게 쏠리고 있지만 모두 굳게 입을 닫고만 있다.
 
당내 현재, 미래권력의 중심들이 가타부타 반향이 없자 한나라당에서 ‘국정쇄신-당 개혁’이란 ‘백가쟁명’식 자성을 쏟아내며 압박의 고삐를 조이는 틀이다. 7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韓워크숍에선 세대교체론과 ‘친李-친朴’ 계파화합방안, 공천 부적절 논란, ‘靑·政’정책 비판 등이 주요 이슈로 거론됐다. 그러나 이번 지선에 함의된 국민메시지를 인정하고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계기로 삼는 분위기는 ‘당·정·청’ 어디에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침묵의 장고를 거듭 중인 ‘靑’이 특히 주목되고 있다. 정국의 컨트롤 타워인 ‘靑’의 침묵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탓이다. 정가에선 이 대통령의 침묵을 향후 정국의 요동과 연계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일단 현재 ‘靑’에서 감지되는 기운이 그렇다. 이 대통령은 7일 지선 후 처음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지만 선거 결과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례적으로 브리핑도 없었고, 대통령의 정례 라디오 연설도 취소됐다. 덩달아 청와대 내부에서 조차 조속한 인적쇄신론이 가라앉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의 침묵 속엔 선거 패배에도 불구, ‘갈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함의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국정쇄신의 잣대인 ‘인적 개편-4대강 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이미 드러난 것이다. 정운찬 총리의 사의가 이미 반려됐고, 靑참모진에게도 선거결과에 흔들리지 말고 임무에 최선을 다하란 당부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4대강 사업 역시 선거 때문에 중심 잃고 우왕좌왕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면전환용 인사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버티기’행보 근저엔 패인을 자신의 국정운영 기조·방식에 두고자 하는 대내외적 지적에 동의 않는 의지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靑’측 입장도 패인의 주요인을 경제 살리기 성과의 확산 실패, 개혁의 피로감, 한나라당의 잘못된 공천, 천안함 사건 착시현상 등에서 찾는 분위기다. 집권 후반기 레임 덕과 연계 짓는 시각도 있다. 지금 밀리면 재차 회복하기 어려운데다 ‘인사’와 ‘4대강’도 떠밀리는 식으로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충청권 3지역의 완패로 사실상 ‘세종시 수정안’ 추진 명분도 없어진데다 용도폐기 절차만 남은 것도 여기에 일조한다. 7·28 국회의원 재·보선을 염두한 행보란 분석도 제기된다. 때문에 지선결과에 담긴 민심메시지와 무관한 이 대통령의 ‘타협 없는 마이웨이(only my way)’에 대한 우려 분위기가 곳곳에서 삐져나오고 있다. 뭣보다 처리해야할 각종 민생현안들이 국회에 산적해 있고, 이젠 여야 모두 선거정국을 재빨리 추스르고 본연의 책무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문제는 해법 ‘키’를 ‘李-朴’ 두 사람이 쥐고 있는데 있다. 여권 내 두 중심축의 ‘충돌-균형’ 여부에서 한나라호의 항로는 물론 전반적 정국 방향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6·2참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타산지석(他山之石)’중 어느 한쪽으로라도 담는다면 향후 정국향배의 틀이 달라질 수도 있다. 현재 잇따라 제기되는 인적 쇄신과 정책노선 변화 여부도 이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그의 선택에 따라 향후 정국의 약(藥)이나 독(毒)이 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표와의 관계설정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가 시절부터 작금까지 이 대통령은 줄곧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익숙한 입장이다. 그런 그에게 이번 선택은 무척 쓰디쓰겠지만 한 쪽은 ‘회복’의 처방으로, 또 한 쪽은 돌이킬 수 없는 ‘끝’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선거결과분석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 조차 ‘소통의 부재’ ‘4대강 사업’ ‘2~30대·중간허리 층의 외면’ 등을 주 ‘패인’으로 거론하며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의 집권 후 세 번의 선거가 있었지만 08년 4·9 총선에선 압승한 반면 09년 4·29 재·보선과 6·2지선에선 참패했다. 민심과 변덕스런 여론은 돌고 돈다. 그의 선택과 향후 하기에 따라선 상황은 또 역전될 수 있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도 ‘일희일비’의 형국이다. 정치적 위상 손상은 물론 자신의 도움 없이 진행된 이번 지선에서 승리한 지자체장들은 물론 당원들에게 향후 당권경쟁 및 대선전 돌입 시 선뜻 손을 벌리기 어려운 입장에 처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 유일한 전국지명도와 ‘국민신뢰’를 받는 그이지만 ‘정치적 시련기’는 이미 도래했고, 향후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정치생명이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침묵의 끝’에 국민적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이번 지선이슈에선 뒤로 밀렸지만 ‘무상급식’과 관련, 한 고3 학부모가 얘기했다. “뭣보다 아이들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도 첨언했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게 돼 있다. 정화 한다고 된 것이 아니다. 또 상한 과일은 따서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나무는 병들어 죽는다”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물론 여야 모두에 ‘타산지석’이 될 국민들 목소리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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