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세상 희비는 돌고 돈다. 어느 한 쪽에 희(喜)와 비(悲)가 늘 치중되진 않는다. 그래서 세상은 일단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요즘 여권 내 파워게임이 정국을 뜨겁게 달구는 중이다. ‘수도권 친李 vs 영남권 친李’간 집권 후반기 권력을 둘러싼 사생결단의 이전투구가 전개 중이다. 그간 가려졌던 권력이면의 관련 파편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덕분에 권력속성을 엿 볼 한편의 연극무대가 여권주연으로 연출돼 흥미진진하다. mb집권 초기 당내 친朴계를 겨냥했던 친李계 칼날이 이젠 서로 자신들을 겨눈 채 한판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승자는 아직 미정이다. 역대 정권 전례에 비출 때 항시 ‘피가 물보다 진했다’였듯 이번에도 mb의 형인 이상득 의원을 축으로 한 영남권 친李 라인이 마지막 승자가 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촉매제이자 현 매개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다. 검찰수사과정에서 여권 내 反이상득 라인에 대한 지난 사찰 이면이 속속 드러나면서 여권 전반을 벌집마냥 들쑤시고 있다. 현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갈수록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제3자 입장에서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그런데 또 다른 제3자가 것도 여권 내에 있다. 다름 아닌 차기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친朴계이다. 여기서 의문부호가 하나 생긴다. 왜 그들은 이 상황에 침묵할 까.
집권 후 줄곧 자신들을 핍박했던 친李계가 ‘자중지란(自中之亂)’ 속에 스스로 좌충우돌하는 것에 고소해서?. 아님 친李계 스스로 뿌린 데에 따른 ‘자업자득(自業自得)’의 필연이라서?. 물론 친朴계도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라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친朴계도 소위 정치인이다. 알다시피 정치는 때론 범인(凡人)들의 일반 상식을 초월할 때가 많다. 또 ‘권력’의 속성이란 게 그런 것이다. 그래서 매사 ‘명분’이 중요한 함수를 차지한다. 그럼 작금에 지속 침묵을 견지 중인 친朴계의 명분은 뭘까. 비록 소수파지만 그들 역시 집권여당의 한 축이다. 그래서 의문이다.
이는 현재 돌아가는 상황에서 일부 유추된다. 불법사찰 주체 및 대상이 점차 넓어지는 양태인 탓이다. 애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이어 국정원(정두언 사찰), 실체가 애매모호한 정부 모 기관(정태근 사찰)에 친盧→反이상득 라인까지 점차 확장의 형국이다. 품었던 의문의 접점이 여기 있다. 그러면 과연 친朴계는 예외였을 까 하는 점이다. 제반 사정기관이 총동원될 때는 권력중추와의 사전 접점 없인 불가능하다는 게 통상의 상식이다. 것도 현 시점이 아닌 집권초반에 이뤄졌단 점이 이런 상식의 유추를 받치고 있다.
사전정황 역시 이미 훨씬 전부터 있었다. ‘친李-친朴’간 세종시 갈등이 극점을 치달았던 지난 2월 당시 친朴중진 홍사덕 의원은 “의원 누구에 대해 마치 무슨 흠이 있는 듯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친朴 이성헌 의원도 “박근혜 전 대표가 모 종파 스님과 식사 후 정부기관에서 스님을 찾아와 내용을 캐물었다고 한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들의 주장은 역시 친李에 맞선 단순 정치공세가 아님이 작금에 증명된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현재 ‘강 건너 불구경’식 양태를 견지 중이다. 다름 아닌 친朴계도 나름 득실과 손익계산 분기점을 두들기고 있는 것이다. 품었던 의문부호의 귀결점이다.
결국 핵심은 당내 주도권이다. 더욱이 자신들 주군인 박 전 대표는 오는 2012년 대선 설욕전을 절치부심 벼르고 있다. 특히 현재 광범위한 불법사찰 파편이 친李계에 국한된 채 자신들에겐 튀지 않는 탓이다. 가만있어도 ‘어부지리(漁夫之利)’ 효과가 큰데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 ‘친李 수도권 라인 vs 영남 라인’간 혈전의 피날레를 그냥 지켜보면 되는데 굳이 발 담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 편이 훨씬 ‘득’이 크다. 그러다 보면 목메는 주도권 부스라기도 주울 수 있다. 더욱이 친李 영남라인이 그래도 수도권 친李 대비 훨씬 호의적이다. 그런데 이들이 지금 수세 형국이다.
이 와중에 친朴까지 나설 경우 반대쪽 입지만 키워줄 공산이 크다. 더욱이 섣불리 나섰다가 자신들 뒷조사 내역까지 불거질 경우 불법사찰 폭풍에 함께 휩쓸릴 공산도 크다. 특히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살아있는 권력의 ‘판도라 상자’까진 근접할 순 없다. 6·2참패에 따른 ‘레임덕’우려도 일지만 아직 절반이나 더 남은 현 권력이다. 그리고 2012대선이 아직 2년여 나 남은 시점에서 사생결단할 시점도 아니다. 여지를 더 지켜보고 기다려야 한다. 아직은 이윤과 실리의 함수도출에 더 머리를 싸매야 한다.
특히 작금의 불법사찰 카드는 훗날 대비 예비용 명분으로 쓰일 수 있다. 시간이 흘러 차기문제가 성숙되고, 명분을 가진 채 돌출될 시점에 친李-친朴, mb-박 전 대표 간 대회전테이블에 카드로 재차 오를 공산이 크다. 소위말해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래서 친朴계가 그냥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작금에 민주당 등 야권이 여권의 분란에 따른 반사이익에 ‘깨춤’을 추는 듯 하지만 실제 춤사위의 주인공은 사실상 ‘친朴계’인 것이다. 친朴계도 정치인이다.
역시 세상 희비는 돌고 돈다. ‘권력’역시 영원하지 않다. 그리 핍박 받던 친朴계가 ‘깨춤’ 춤사위의 주인공이 됐으니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정치=생물’의 관점으로 하나 더 보자. 역시 작금의 친朴계 행보에 대한 의문부호의 연장이다. 친朴계의 오랜 ‘고진감래(苦盡甘來)’가 2012대선장에서 박 전 대표가 주인공이 되는 피날레로 귀결될지 여부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지켜보자.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여권의 파워게임 무대와 그 피날레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