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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신비로운 곳

김한울 기자 | 기사입력 2010/08/02 [10:45]
뜨거운 햇살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발밑으로는 후끈한 열기가 가득 맴도는 계절. 들로, 산으로, 바다로 휴가를 떠나기에 안성맞춤인 계절 여름이 돌아왔다. 휴가를 생각하면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지친 심신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도 그럴 것이 답답한 도심 속, 작열하는 태양 아래 가만히 서 있다 보면 무심코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파도와 함께 시원한 바닷바람이 가슴 깊숙이 밀려오는 곳으로 편하게 떠나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떠오르기 때문이다. 한편 20~30대 신세대층부터 40~50대 중년층을 상대로 가고 싶은 여행지를 묻자, 신세대층은 단연 해수욕장을 꼽았고, 중년층은 조용하고 신비스러운 ‘섬’을 선택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20~30대 신세대층에서도 섬은 적지 않은 표를 얻었다. 이렇듯 사람들이 과거와 달리 섬을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섬은 사람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태곳적 신비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곳으로 재충전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휴식처다. 바쁜 일상에서 탈피해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섬을 선택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크고 작은 섬이 많은 우리나라. 그러나 섬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왠지 교통편도 어려울 것 같고, 위험할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관광지로서 유명한 섬은 많지 않아 자세한 정보도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아직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청정 자연의 섬, 푸른 바다가 넘실대고 은은한 바람마저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보물 같은 섬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름만으로도 우리에게 설렘과 낭만을 전달해주는 섬, 도시를 벗어나 쉬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을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섬들을 소개해보겠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섬 ‘관매도’

전라남도 진도군의 많은 섬들 가운데 단연 풍경이 아름다운 섬으로 손꼽히는 관매도는 ‘새가 먹이를 물고 잠시 쉬어간다’는 뜻에 볼매도라 불렸으나, 후에 제주도로 유배를 가던 선비가 관매도 해변에 핀 매화의 자취를 보고 반해 관매도라 불러 이후 관매도라 불렸다고 한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진도군 조도면의 일부로, 조도 6군도 중의 하나다. 관매도에는 8개의 바위가 있는데 그마다 이름과 내려오는 전설들이 다양해 찾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관매 2경은 남근바위라 불리는데 옛날 선녀들이 내려와 방아를 찧었다는 전설이 있어 방아섬이라고도 불린다. 관매 3경은 옥황상제의 전설이 담겨진 곳이라 하여 ‘돌무덤’ 또는 ‘공돌’이라고 불린다. 이에 얽힌 이야기는 하루는 하늘나라 옥황상제가 평소 애지중지하던 공돌이 있었는데 두 아들이 가지고 놀다 지상으로 떨어뜨렸다고 한다.

이에 옥황상제는 자신의 호위무사인 하늘장사를 지상으로 내려 찾아오라고 명한다. 하늘장사는 옥황상제의 명대로 공돌을 찾아 왼손에 받쳐 들고 하늘로 오르려던 찰나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거문고 소리에 매료돼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깜빡 잊고 시간을 보냈다.

옥황상제는 깜깜무소식인 하늘장사를 찾아오라며 두 명의 사자를 지상으로 내려 보내지만, 두 명의 사자마저 거문고 소리에 빠져 헤어날 줄 몰랐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옥황상제는 하늘장사를 포함한 두 명의 장사가 있던 자리를 돌무덤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한다. 돌무덤 가에는 큰 돌 하나가 버티고 서 있는데 신기하게도 아랫부분에 하늘장사가 받쳤던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 전설의 신비함을 더하고 있다.

관매 4경은 서북쪽 방향의 산등성을 넘어가면 나오는데 횃불을 들고 들어가도 절로 불이 꺼지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지라 그 깊이를 알 수 없어 아무도 끝까지 들어가 보지 못했다는 굴이다. 이곳에선 비가 오는 날이면 할머니도깨비가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해 ‘할미중드랭이굴’이라고 불린다.

관매 5경은 3~4m쯤의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 50m 높이의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뤄 경치가 빼어난 곳이다. 하늘다리 위에서 아래를 향해 돌을 던지면 물에 닿는 시간이 무려 13초나 걸릴 만큼 높고 아슬아슬해 그 위에 감히 서 있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아찔하고 서늘한 느낌을 준다. 또한 선녀들이 날개옷을 벗어놓고 쉬고 간다는 전설이 있다.

관매 6경의 서들바굴폭포는 방아 찧던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밥을 지어먹었다고 전해져 실제로 이곳 주민들은 7월 백중에 이곳에서 밥을 지어먹고 폭포수의 물을 맞으며 목욕을 하는데 목욕을 하고 나면 거짓말처럼 피부병이 깨끗하게 낫는다고 한다.

관매 7경은 바닷물이 많이 빠졌을 때, 즉 한 달에 4~5회 정도밖에 갈 수 없는 신비스러운 곳이다. 벼락바위 전설과도 연결돼 있어 청년과 처녀가 죽어서 됐다는 ‘쌍 구렁이바위’가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이곳을 처녀가 바라보면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무시무시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끝으로 관매 8경인 벼락바위는 1년 동안 처녀를 만나는 것이 금기시 됐던 한 청년이 과거 만나던 처녀와 사랑에 빠져 이를 두고 하늘이 노해 벼락과 동시에 돌을 내려쳐 한쪽 섬 전체가 깎아지른 절벽이 됐다는 전설이 있다.

사시사철 푸른 관매해수욕장

관매도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어김없이 들리는 관매해수욕장은 동서로 3km에 이르는 백사장의 고운 모래와 청정해역의 맑은 물, 얕은 수심은 가족단위 피서지로 적격이다. 해수욕장 주위에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소나무 숲(3만평)이 자리 잡고 있어 사시사철 푸른 환경을 제공한다. 송림은 본래 백사장의 모래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됐으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이 아름다워 또 하나의 명물이 됐다.

해수욕장 북쪽에는 해식절벽이 형성돼 있는데 오랫동안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파식동굴과 층층을 형성한 수성암층, 푸르른 비취색 바다의 모습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관매도 해수욕장은 해변을 따라 텐트를 구입해 숙박을 해결하는 가족단위 피서객이 많은데 하루 대여 시 2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고, 마을 내에는 일반 가정집에서도 민박이 가능하다. 특히 민박과 횟집을 겸한 숙박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태고의 신비함을 간직한 섬 ‘외연도’

바람소리가 잔잔한 새벽이면 중국에서 우는 닭소리가 들리는 외연도는 보령시에 속한 70여 개의 섬 중에서 육지와 가장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서해의 고도다. 대천항구에서 약 53km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웨스트 프런티어호인 쾌속선으로 꼬박 1시간 30분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섬이다.

면적은 0.53㎢로 약 16만 평의 등치가 작은 섬이지만 과거, 서해안 어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던 작지만 다부진 섬이다. 해마다 파시가 형성될 만큼 어장이 발달했다는 명성이 자자할 정도다. 현재 외연도에는 160여 가구, 550여 명의 주민들이 포구를 중심으로 반달형의 마을을 형성, 어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외연도에는 찾는 이들의 눈을 시원하고 풍요롭게 하는 다양한 볼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마치 보물 상자와도 같이 열면 열수록 기분 좋은 선물들이 ‘펑’하고 터져 나오는 것 같다. 외연도의 자랑인 ‘상록수림’은 천연기념물 136호로 지정돼 있으며, 마을 뒷산에 위치, 우리나라 남서부 도서의 식물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백나무와 다양한 종류의 수목 등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특히 상록수림 안에 있는 ‘사랑나무’는 연인과 부부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사랑나무는 각기 다른 뿌리에서 자란 두 그루의 동백나무 가지가 공중에서 맞닿아 틈새 없이 하나의 가지로 이어진 신기한 형태로 자라 예로부터 사랑하는 남녀가 이 나무사이를 통과하면 그들의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상록수림 안에 또 다른 명물은 충정을 기리는 신당이다. 옛날 중국 제나라왕의 동생인 전횡장군이 제나라가 망하고 한나라가 들어서자 그를 따르는 500여 명의 군사와 함께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외연도에 은신처를 마련하고 은닉하던 그는, 그를 찾아온 한 고조가 자신의 신하가 될 것을 요구하자 500여 명의 군사와 함께 자결했다고 한다. 이 신당은 그의 신명어린 충정을 기리는 것으로, 많은 이들이 방문해 전설과 함께 들러 함께 넋을 기린다고 한다.

상록수림 겉에는 10여 개의 무인도가 섬을 에워싸고 있어 절경도 물론이거니와 태고의 신비함을 간직한 채 자신의 빼어나고 수려한 모습을 자랑하듯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매처럼 생겨 이름 붙여진 ‘매바위’, 병풍처럼 생겼다 하여 ‘병풍바위’, 중이 바람을 짊어지고 비는 것 같기도 하고, 여자처럼 생겼다고도 해 불리는 처녀바위, 상투바위 등이 외연도를 감싸고 있다.

외연도는 서울에서 보령까지 시외버스를 이용해 방문할 수 있으며 소요시간은 약 2시간에서 3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기차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대천역에서 내려 버스를 이용해 섬으로 들어오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보령시관광안내소(041-932-2023)로 문의하면 된다. 민박시설을 포함해 섬에서 직접 잡은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도 즐비해 볼거리, 먹을거리 등이 다양한 매력적인 섬이다.

젊음과 낭만의 메카 대천해수욕장

외연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대천해수욕장은 젊음과 낭만, 안락함과 자연미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한해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서해안 최고의 휴양지이자 국제적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규모는 백사장의 길이가 3.5km, 폭 100m에 달하는 대형 해수욕장으로 백사장 남쪽에 기암괴석이 잘 발달돼 있어 비경을 연출한다. 수온 역시 적당해 남녀노소 누구나 기분 좋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백사장 또한 이물질이 섞이지 않은 청결함을 지니고 있으며 원만한 경사와 바다 밑이 일정해 어린 아이들도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백사장 너머의 솔숲은 울창하고 아늑해 폭염에 지칠 때면 그늘에 앉아 바다의 정취를 깊이 즐길 수 있다. 또한 야영장으로도 손색이 없어 많은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한편 성수기인 여름에는 대천해변축제 등을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를 수시로 개최해 여러 문화 프로그램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또 국내 최초의 해변조각공원과 아티스트, 아코트, 아베로에스 길목을 조성, 여행객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윤선도가 사랑했던 섬 ‘보길도’

보길도는 국문학의 큰 획을 그은 옛 시인 고산 윤선도가 머물던 섬으로 유명하다. 시인이 그토록 사랑했고 머물렀던 곳이라 그런지 섬 전체의 분위기는 비교적 조용하고 침착하다. 복잡한 일상을 탈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을 찾아 심신을 추스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윤선도는 오랜 유배생활 끝에 속세를 떠나 은둔생활을 하려 제주도로 가던 길에 풍랑을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 보길도를 찾았다고 한다. 그는 잠시 머물 생각으로 들렀으나, 이윽고 보길도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여생을 보길도에서 보냈다.

특히 보길도에서의 은둔생활 중 지은 ‘어부사시사’, ‘오우가’ 등은 4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도 보길도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보길도에서 보내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라고 말한 바 있다. 아마도 윤선도에게 보길도는 고독함까지도 감싸 안아주는 유토피아가 아니었을까.

보길도에는 천년의 요새처럼 바위에 걸터앉은 ‘동천석실’이라는 정자가 있다. 생전에 윤선도가 보길도 최고의 절경이라고 격찬하기도 했던 이곳은 신선이 사는 곳을 동천복지라 부른데서 연유됐다. 동천석실에서 내려다보는 부용동의 모습 또한 막혔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듯 넓고 평온하게 펼쳐져 있다.

동천석실을 오르는 길 또한 매혹적이다. 오르는 내내 풀벌레 소리, 바람이 나뭇잎들을 흔들어대는 소리, 햇살이 나뭇잎 사이사이를 통과해 들어오는 모습 등 자연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경험을 느끼게 한다.

또 윤선도가 그토록 사랑했던 세연정이 있다. 세연정은 자연 속에 만들어진 비밀 정원 같은 곳으로 세연이란 주변의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해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세연정 양 옆에 자리한 연못, 세연지는 물이 깨끗해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윤선도는 세연지에 배를 띄워 놓고 시를 읊기도 하고, 무희들의 노니는 모습을 감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세연지 근처에 있는 바위 하나에도 이름을 붙여 세연정에 대한 애정을 들어내기도 했다.

윤선도가 생을 마감했던 낙서재는 윤선도가 지은 살림집이다. 낙서재는 책을 읽기 좋은 곳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최근에는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윤선도가 보길도에 와서 제일 처음 건축한 낙서재. 그리고 이곳에서 그는 생을 마감했다. 현재는 공사 중이라 정돈이 되지 않은 모습이나, 곧 복원된 낙서재를 만나볼 수 있게 된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예송리 해변

보길도를 에워싸고 있는 예송리 해변은 딱히 윤선도의 유적지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오랜 세월 보길도에 머물렀던 그가 예송리 해변에 와서 사색에 잠기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검고 납작한 돌들이 예송리 해변에 펼쳐져 있고, 멀리 작은 고깃배가 수평선 위를 장식하고 있어 그야말로 평온하고 따스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오염되지 않은 바닷물, 더럽혀지지 않은 모래사장은 흡사 외국 바다에 나온 느낌을 받게 한다. 주변의 민박집과 음식점, 주민들의 따뜻한 온정이 넘쳐 추억을 세기기에 더 없이 좋은 관광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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