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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교사 의문의 자살…유족 학교측 ‘대립 심각’

김미령 기자 | 기사입력 2010/08/09 [15:44]
지난 6월 말 경기도 안성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전담하는 교사가 커튼에 목을 매 숨져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그리고 컴퓨터에서 유서가 발견됐으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폭염으로 뜨거운 8월 이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유족들이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서의 내용대로라면 자살을 택한 여교사의 심정을 100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는 학교측의 설명과는 확연하게 다른 부분이다. 무엇이 이 사건을 한 달도 훨씬 지났음에도 다시 거론되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경기 안성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촉망받던 30대 영어 전담 여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그러나 자살 이후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사건이 종료된 것이 아니라 더 끝없는 혼동 속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끝내 죽음을 선택해야 했던 젊은 여교사의 피치 못할 선택의 원인을 놓고 유가족과 학교 간 서로 엇갈린 주장의 진실은 무엇일까.

“명예롭게 좋은 교사로 퇴직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학교에 있는 한 저의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드네요. 더 이상 숨이 막혀서….(중략) 앞으로는 제발 서로 아껴주고 보듬어 주고…. 남의 허물을 덮어주며 한가족처럼 지내시기 바랍니다.(중략)”

죽음을 택한 a교사가 남긴 유서 중 일부이다. 유서대로라면 그녀의 바람은 일반 교사들처럼 평범하면서도 지극한 것이었다. 그러나 짧은 글 속에는 학교측과 동료들 사이에서 융화되는 것이 몹시 힘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 된 것은 지난 6월28일 오후 7시30분께 c초등학교 4층 어학실에서였다. 동료 여교사가 a교사가 커튼으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녀의 컴퓨터에서는 가족과 학교측에 남긴 2장의 유서가 발견됐다.

a교사는 그동안 안성 지역 2곳의 초등학교에서 영어전담 교사로 10년간 근무하다 지난 3월1일 이 학교에 발령받아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왔다. 대체 이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자살원인 제공 ‘p교사 맞나?’

그가 학교측에 남긴 유서에는 학교생활에서 무척 힘들었던 정황들이 묻어난다. 유서 내용 중 “숨이 막혀서 꼴 보기 싫은 사람이 너무 보기 싫어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 제발 아껴주고 보듬어주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중략)”

유서에는 특정 p아무개 교사를 지칭 “이번일 만큼은 자신의 실수를 남들 앞에서 인정해 주기 바랍니다. 3월 첫날 있었던 영어시간표 변경 건에 대한 잘못된 이유에 대해서도 재해명하여 저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특정 교사와 갈등이 있었음을 표현했다.

유가족들은 a교사의 죽음에 대해 일부 동료교사들의 따돌림, 일부 교사들에 의한 험담, 학교 측의 사건 진실 은폐 축소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가장 모범적이고 학교와 아이들을 사랑했던 사람이 어느 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유서에서 밝혔듯이 일부 교사의 부당한 대우와 무시 때문인데도 학교측은 이런 의문 제기에 책임회피를 하면서 개인적인 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학기 전 p교사가 영어시간표를 짜면서 일방적으로 강행한 점, 영어 시간강사와의 갈등, 시간강사의 수업시간에 학생 부상, 영어 공개수업 후 동료 교사들과의 갈등 조장 등의 원인을 모두 a교사에게 책임 전가했기 때문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3월 초 문제 제기 후 당사자들과 오해는 풀었지만 일부 교사들이 a교사에 대해 내놓고 따돌림했으며 이 과정에서 인격을 무시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 마음의 상처를 받고 결국 죽음으로 항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측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 a교사는 모든 일에 매우 열성적이고 적극적이며 성품도 매우 밝고 긍정적이었고 평소 완벽을 추구하는 성품 때문에 일 욕심이 많아 야근이 잦은 관계로 건강이 염려됐지만 죽음을 선택할 이유나 징후는 없었다는 것이다.

k교장은 “고인의 뜨거운 교육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사랑을 볼 때 고귀한 뜻을 이루지 못해 매우 안타깝고 비통하다”며 “평소 좋은 수업을 위해 야근이 잦아 건강을 염려해 왔다”며 “지금 남은 교직원들은 너무 힘들어한다. 가족들에게는 충분히 설명했고 이번 사건에 대해 도덕적·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유서에서 거론된 p교사는 “영어 시간표 조정은 당시 교감의 중재로 원만히 조정됐고 시간강사에 대한 비호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안다. 또 시간강사 수업 중 블라인드 부상 사고는 책임 전가가 아니고 함께 처리하는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뜻이었고 부당한 대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학교측 “성실하고 일 욕심 많았다”

a교사는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 평소 교직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터놓고 상담을 해왔던 교감에게 밤늦게 전화를 걸어와 이제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동생과 영어학원을 차려야겠다고 토로했으나 교직생활을 얼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은 사직이 이르다는 충고를 받고 사직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들에 의하면 a교사는 안성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졸업 후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10년 동안 고향에서 제자들을 가르쳐 왔다. 두 곳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최우수교사상(2008년), 우수교사상(2009년) 표창을 받는 등 교육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교육의 열정이 남달리 컸다고 한다.

일찍이 어머니를 잃은 그는 안성여고 재학 시절 밝고 명랑한 성격 탓에 전교 학생회장을 할 정도로 사교성과 리더십이 강했다. 바쁜 교직 생활에도 4남매를 홀로 키워주신 아버지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은 암 말기 투병 중인 사실이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한 동료교사는 “a교사는 수업에 항상 열심이었고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사랑했던 진정한 교사로 기억한다. 항상 수업에 최선을 다했고 수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무척 강했다”며 “특히 학생들의 수업성취도가 무척 빠른 모습을 보고 만족감을 보였다. 항상 밝고 적극적인 교육자였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사건이 발생하자 학교측에 남긴 유서를 공개하지 않다가 뒤늦게 공개했고 일부 교사들과 갈등이 있었는데도 이를 은폐하려 했다”며 “이후 교내에서 일을 많이 해 건강이 안 좋아 사망한 것이라고 헛소문을 내는 등 험담하고 비난을 해 참을 수 없다. 죽음에 대한 명확한 규명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안성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건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규정에 따라 합당한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의혹에 대해 공식 접수된 내용은 없고, 유서에 거론된 특정 교사에 대한 혐의점이 없기 때문에 형사 처분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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