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의 강풍이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갔다. 국토 이곳 저곳에서 가로수가 뽑히고 가옥이 붕괴되었으며, 이른 아침부터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했던 이들이 안전을 위협받았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했고, 지하철이 멈춰서기도 했다. 브레이크뉴스 경기판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인 안양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다행히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서민들은 매서운 바람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안양시에는 곤파스 상륙 직전 이미 ‘매서운 강풍’이 한 차례 급습했다. 바로 ‘민주당 강풍’이었다. 그 강풍에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할퀴고 지나갔다. 정통야당 민주당이 그토록 외쳐왔던 ‘서민정당’의 모습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오직 냉혹한 ‘중앙당의 결정’만이 큰 흔적을 남겼다.
지역위원장 추인 부결… 사고지역 지정
지난 8월 29일. 안양시 동안을 지역에서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위원장 추인을 위한 대의원 투표가 열렸다.
민주당 중앙당 조직 강화 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는 안양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이종태 박사를 신임 위원장으로 선정했지만 대다수 대의원들은 이정국 현 지역위원장을 지지하고 있던 상황이라 이날 투표의 결과에 지역정가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결국 예상대로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 89명 중 75명이 반대표를 던져 이종태 신임 위원장 추인은 부결됐다.
안양 동안을 지역을 휩쓴 ‘민주당 폭풍’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민주당 조강특위는 동안을 지역을 곧바로 ‘사고지역위원회’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민주당의 당헌․당규에 따라 사고지역위원회로 선정된 안양을 지역 대의원들은 곧장 모든 권한을 상실했다. 중앙당 선정 인사에 대한 추인이 거부되자 곧장 서슬퍼런 칼을 뽑아든 것.
천정배, “민주당이 나찌당인가?”
안양을 지역이 사고지역위원회로 지정됨에 따라 민주당은 다시 공모를 거쳐 해당 지역의 지역위원장 후보를 선정하고 선정된 후보는 대의원 추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지역위원장직을 맡게 된다.
사실상 중앙당이 선정한 인사가 새로운 안양을 지역의 지역위원장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대의정치’ ‘풀뿌리민주정치’를 외쳐오며 과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왔던 전통야당 민주당이 스스로 ‘소통부재, 일방통행’이라고 비난해 온 mb정부와 똑같은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지역위원장 선정에 집착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정가에서는 10월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역위원장은 곧장 차기 총선후보 경선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또한 지역위원장은 선임 직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지역당원을을 대의원으로 선정할 수 있다.
이는 곧장 오는 10월 치러질 전당대회와 직결되는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비춰봤을 때, 민주당은 이제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내 사람 심기’에 들어간 것이다. 따라서 비록 안양을 지역만이 아닌 전국의 원외지역위원장이 있는 지역에서는 이미 전당대회 출마후보자들의 ‘내 사람 심기’가 자행되고 있다.
민주당은 2012년 총선에서 심재철 의원(3선, 한나라당)의 대항마로 이종태 박사를 선정했다. 이 박사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을 지낸 바 있으며, 지난 2002년과 2010년에 안양시장 선거에 나선 경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박사는 지역민심을 사로잡지 못했고 결국 이정국 지역위원장의 한계를 넘지 못했던 것. 그러나 민주당 중앙당은 이러한 지역여론에도 불구하고 ‘대의원 투표가 부결되면 사고지역으로 선정’이라는 수순을 정해놓은 듯 곧장 대의원투표를 진행했고, 부결 하루만에 안양시 동안을 지역을 사고지역위원회로 선정했다.
결국 지역당원이 원하는 인물이 아닌 중앙당이 원하는 인물을 ‘심겠다’는 중앙당의 뚜렸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민주당인가 나찌당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게재, 당의 처사를 비판했다. 천 의원은 성명서에서 “당헌 67조에 의하면 민주당의 지역위원장은 지역대의윈회의가 선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을 사고지역위원회로 만들면, 지역위원회는 중앙대의원을 선출할 권한이 제한된다”고 했다. 이어서 천 의원은 “이는 아무 하자 없이 지역 활동을 열심히 해 온 당원들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원칙으로 돌아가는 길만이 민주당이 살 길”임을 주장했다.
조강특위가 이종태 신임 위원장을 지목한 이후인 8월 25일에는 이정국 현 위원장이 직접 지역언론에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이 위원장은 금번 지역위원장 선정에 대해 “원칙과 기준이 없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조강특위의 시행착오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 관계자는 “현직 지역위원장이 중앙당의 결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직접 발표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원칙 지키는 ‘서민 정당’ 되어야
이제부터라도 민주당은 모든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려놓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정쟁을 위해 민심을 외면했다’는 오명부터 벗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안양시 동안을 지역위원회의 사고지역 선정을 철회해 대의원들의 권한을 지켜주고, 재공모를 실시해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을 다시 선정하는 기지를 발휘해야 할 때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민심을 읽는 것에 소홀해선 안 될 것이다.
태풍 곤파스가 지나갔다. 비바람이 거셌던 밤을 지나 평온한 아침을 맞이하듯, 이제 지역정가에도 상처 난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따스한 미풍이 불어오기를 기원한다.
/브레이크뉴스 경기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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