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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역시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회회기 중 검찰의 여야 의원 동시 압수수색이란 초유의 사태발생에 애써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후 파장에 우려하는 형국이다. 또 집권여당으로서 검찰을 향한 비난포문을 열 수도 없는데다 국민시선을 의식해 보호막을 칠 수도 없는 가운데 야당의 파상공세에 맞서야 하는 총체적 딜레마에 함몰된 상황이다.
그러나 검찰은 국회 정무위·농림수산식품위에 대한 ‘후원금 쪼개기 식 로비 의혹’ ‘한화·태광·c&그룹 비자금 의혹수사’를 동시다발로 진행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압박고삐를 바짝 죄고 있어 상호전면전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과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안 등 민생현안은 물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동의안 같은 쟁점사안 등 처리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검찰의 정치권에 대한 갑작스런 초강수 u-턴으로 활성화돼야 할 여야협상채널을 급랭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는 8일 박희태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회동을 가질 예정이나 쟁점현안에 대한 접점 찾기는 기대키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 예고대로 금주 ssm법안의 단독처리를 시도하거나 민주당이 4대강사업에 대한 장외투쟁에 나설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국회 유린·협박’으로 규정하고 당력을 총동원해 맞서겠다는 각오다. 국회의원의 정당한 입법 활동을 침해한 검찰의 과잉수사로 규정하고 총력 대응할 태세다. 오는 8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5당 원내대표회담을 갖는 등 공조모색과 함께 야권공동 ‘검찰의 국회말살’ 규탄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수사가 ‘대포 폰 논란’과 자당 소속 강기정 의원이 제기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관련 의혹을 덮으려는 ‘물 타기’ 성격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향후 상임위 활동 등을 통해 압수수색, 민간인 사찰 파문 부실수사 의혹 등 검찰관련 전반사안에 대한 쟁점화에 나설 계획이다. 또 당 일각에선 김준규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추진 목소리도 불거져 나왔다. 민주당의 이 같은 초강경 대응배경엔 c&, 태광,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에 이르는 검찰의 전 방위적 정치인 관련수사 칼끝이 궁극적으로 자신들을 향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현재 향후 민주당-강기정 의원의 ‘김윤옥 후속타’ 반격여부도 초미 관심사로 부상했다.
여권이지만 정부-야권 틈새에 낀데다 자당의원들까지 관여된 한나라당도 꽤나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특히 서울 g20정상회의를 목전에 두고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야, 검찰-정치권간 대결양상이 부각되면서 ‘국가적 대사’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연출된 탓이다. 또 내년도 예산안 및 쟁점법안심의 출발선에서 정국이 급랭한 것도 부담이다. 야당 강경파의 입지가 강화될 상황에 직면한 때문이다.
당내 팽배한 볼멘 목소리들도 부담이다. 현재론 신중·관망세를 유지중이나 지속여부는 가늠키 어렵다. 후원금 제도 맹점에 대한 검찰의 몰이해, 정치인에 대한 섣부른 피의사실 공표 등 ‘과잉수사-정치권 길들이기’ 지적목소리가 높은 탓이다. 청와대를 겨냥한 시각들도 많다. 당과 사전교감을 배제한 충격요법에 나선 탓이다. 또 검찰이 대포 폰을 제공한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선 서면조사로 윗선개입단서를 인멸한 반면 국회의원에 대한 전격압수수색 행태자체를 ‘불공정’으로 보는 시각도 상존한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현재 심한 ‘속앓이’를 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7일 저녁 열리는 당·정·청 9인회의가 주목되고 있다. 이 자리에선 ‘국회의원 압수수색 정국’ 뿐 아니라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제기된 ‘대포 폰 논란’과 ‘민간인사찰 재수사’ 건에 대해서도 여권전체 입장이 조율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향후 검찰의 ‘청목회’ 수사가 해당 의원 소환으로 이어지거나 다른 검찰수사에서까지 정치인 수사가 가시화될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을 계기로 한나라-민주당 모두 검찰개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검찰견제장치로 거론돼온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문제가 재론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