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1일 대구 달서구의 4세 여아가 장중첩증으로 대구시내 종합병원을 전전하다 구미의 한 병원에서 수술도중 사망해 국민적 공분을 산데 이어 또 다시 대구의 응급의료체계가 허물어져 있음을 반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 a아파트에 사는 강모(48)씨는 지난 1월1일 오전 8시 30분경 갑자기 구토와 함께 쓰러졌다. 마침 집에 있던 고등학생 아들이 119에 신고했고 지역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인근의 보훈병원으로 옮겨진 강씨는 9시20분경 ct촬영 등의 진료를 받은 후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뇌출혈의 경우 3시간을 넘길 경우 사망에 이르거나 생존을 하더라도 심각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되는 위험한 질병이지만 3시간 이내에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예후가 상당히 좋은 질환이다.
하지만 보훈병원 응급실 당직의사인 또다른 강 모 씨가 신경과장인 김 모 씨를 호출했지만 이에 불응했고(보호자들 주장)환자는 경북대병원으로 옮겨져야 했다. 기자는 보훈병원 김 모 의사에게 호출거부 여부 등에 관한 답변을 듣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통화를 거부한 채 ‘환자 등의 위임장을 가지고 오라’는 답변을 간호사를 통해 전해들었다.
보훈병원측도 ‘환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내세우며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확인결과 당시 호출을 받은 김 모 과장은 병원으로 오지 않고 전화로 전공의에게 경북대병원으로 이송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가 a병원을 떠나 경북대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10시20분경. 이때만 해도 강씨에게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경북대병원은 전산시스템을 종전의 ocs방식(병동처방시스템)에서 하이메드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하필이면 전산이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 강씨에 대해 응급 약물을 투여한 후 수술을 할 수 없음을 보호자들에게 통보했고 보호자들은 항의를 했지만 할 수 없이 인근의 대구굿모닝병원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강씨가 대구굿모닝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11시30분. 이미 뇌출혈 환자의 마의 시간인 3시간은 지나고 있던 시점이다. 하지만 경북대병원이 뇌출혈 전문병원이라던 대구굿모닝병원에서도 ct촬영 등 진료로 1시간 이상을 허비한 끝에 다시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야 했고 수술에 시작된 오후 2시까지 무려 6시간 30분가량을 4개 병원으로 떠도느라 치료 타이밍을 놓쳐 수술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들었다.
영남대병원측은 강씨의 경우 뇌기능이 완전 망가져 위독한 상태이며 생존한다하더라도 식물인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소견을 내놨다. 강 씨의 큰 딸 이지혜(25)씨는 “대구에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들어서고 메디시티를 만든다는 판에 이런 일이 생길지 꿈에도 몰랐다”면서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겨진 엄마가 이렇게 된데 누구든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흐느꼈다.
이씨의 큰아버지인 이모씨도 “경북대병원에서 진료를 빨리 해주지 않아 항의했더니 간호사가 순서를 가다리라 했다”면서 “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를 두고 순서를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권역 응급의료센터였던 경북대병원은 4세 여아 사망사건으로 보건복지부가 지정 취소계획을 밝히자 깊은 반성과 함께 의료공공성 확보에 매진하겠다는 광고까지 신문에 게재 하는등 부산을 떨었지만 종이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또 사고를 친 셈이 됐다.
더욱 한심한 것은 대구시가 지역의 17개 병원을 묶어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한답시고 국비를 포함 22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했지만 정작 시민들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넘치는 병원과 의료시설을 두고도 ‘아무것도 아닌 병’으로 앞이 구만리 같은 어린 아이가 죽고 3시간 이내 적절한 조치만 받아도 완치가 가능한 병으로 40대 주부가 생사를 넘나들게 됐다.
경북대병원 홍보담당자는 “당시 의료진이 진료를 거부하지 않았고 전산이 마비된 상황 속에서도 환자의 응급성을 감안, 약물을 투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으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조에 따라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수단의 제공 및 알선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도 지난번 4세 여아 사망사건과 마찬가지로 휴일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느슨한 휴일 응급의료체계와 의료진의 직무태만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의 없는 응급실, 호출을 받아도 응하지 않는 의사. 병원들 간 진료기록 공유미비, 의료서비스정신 부재 등이 함께 어우러져 애굿은 시민들이 거리를 전전하다 제대로된 치료 조차 받지 못한체 억울하게 죽어나가는 기막힌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구시의 ‘첨단의료복합단지’ ‘메디시티’ ‘의료관광도시’가 또 다시 시민들의 손가락질을 피할수 없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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