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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치와 철학치의 나라에서 고종황제와의 대화

노중평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1/11/14 [19:31]
사람은 누구나 다 노래를 한다. 그러나 노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래치가 있다. 나는 내가 음치이므로 노래치임을 안다. 그래서 절대음감이 무엇인지 모른다. 춤을 추어 보지 않았으니 춤치가 분명할 것 같고, 말을 하다 보면 횡설수설하니 말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때는 멀쩡할 때도 있어서 다른 사람을 잠깐 속이기도 한다.

내가 목포의 눈물을 잘 부른다고 치자. 그러나 내가 목포에서 나서 자란 목포 사람보다 망국의 정한이 서린 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을까? 그것은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누군가 육자배기를 잘 부른다고 치자. 그러나 그가 육자배기의 고장에서 태어난 사람만큼 잘 부를 수 있을까? 이 또한 내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노래하며 살듯이 역사 속에서 역사를 만들어가며 산다. 누에가 실을 뽑아 고치를 짓듯이 역사고치를 만들며 살다가 가는 것이다. 운이 좋게 시대를 잘 만나 태어난 사람은 좋은 역사고치를 만들며 살다 가고, 운이 나빠 불운한 시대에 태어난 사람은 질이 좋지 못한 역사고치를 만들며 살다 간다.

전 정권 때에 일본 피가 묻는 역사고치를 생산하고 죽은 사람들의 역사고치를 더럽다고 역사의 쓰레기통에 버린 적이 있었다. 역사청산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만들어진 것은 그런다고 청산되지 않는다. 쓰레기통에 들어가서 더 심한 악취를 풍길 뿐이다. 오히려 침출수까지 유출된다면 이처럼 난감한 일은 없을 것이다. 후대에 태어난 인간이 지나간 시대를 지워버리겠다는 것은 역사를 모르는 역사치들이 벌이는 만용일 뿐이다. 또 자기철학이 없거나 무언지 모르는 사람들이 벌이는 그러한 행위는 철학치들이 벌이는 코미디에 불과할 뿐이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음치가 있어서 노래치가 있듯이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역사치가 있다. 역사는 전시대와 현시대의 대화이고 미래시대와의 대화이다. 그러므로 있는 그대로 남겨 두어야 한다. 왜곡시키거나 미화해서는 아니 된다. 또 지워버리려 해서도 아니 된다. 이러한 이유로 역사에는 영적인 흐름이 있다. 이 역사의 영을 발견해 내지 못하면 그가 당대의 석학이라 하더라도 역사치일 뿐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국 인종이 추종을 불허하는 대단히 영민하고 재주가 많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다 역사치들이다. 생각해 보면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다 우리의 철학을 알려 하지 않고 서양 것이나 지나 것만을 추구하는 철학치들이다. 철학에도 영적인 흐름이 있다. 이 영적인 흐름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다고 철학과 종교를 혼동해서는 아니 된다.

그가 시장에서 생선을 팔고 새우젓을 파는 상인이라면 역사치나 철학치라 해서 옆 사람에게 해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가 한겨울에 고구마를 구워 파는 사람이라면 그가 역사치나 철학치라 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치나 철학치가 되어서는 아니 될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학자들이고, 정치가들이고, 공무원들이고, 선생님들이고 예술가들이다. 이들 부류들은 먼저 자신이 역사치가 아닌지 철학치가 아닌지 종합검진을 해야 하고, 종합검진에서 요주의인물로 판정이 났으면, 나오기 싫어도 역사치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철학치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그들이 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어영부영 밥벌이나 하면서 적당히 살아가는 동안 이웃과 사회와 국가와 역사에 끼칠 해악이 말도 못하게 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위에서 든 치에 속해서는 아니 될 부류에 속한다. 스스로 역사를 공부하고 있으니 학자급에 든다고 볼 수 있고, 소설을 간간히 쓰고 있으니 예술가급에 든다고 볼 수 있고, 때때로 타인 앞에 서서 강의도 하니 선생님급에 든다고 할 수 있고, 20여년을 공직에 봉사했으니 공무원급에도 든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부류들이 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이것은 국가에 재앙을 가져다 주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이 쏟아내는 허위의식虛僞意識과 거짓말은 국가를 누란의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



우리가 치에서 탈출하려면 학도學徒가 되어야 한다. 일제 때 야학당에서 배웠던 학도들처럼 학도가 되어야 한다.

내가 말하는 학도는 관학도官學徒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고, 사학도私學徒를 지칭하는 말도 아니다. 그냥 무엇인가 한 가지는 꼭 해야 하겠다고 느끼는 학도學徒라는 요건만 충족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나는 자학도自學徒가 되라고 권하고 싶다. 자기의 관심사는 자기가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학도가 되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자신이 평생 풀어야할 숙제이지 누가 가르쳐 준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나는 자학도로서 20여 년을 정체성 해명에 매달려왔다. 나의 정체성 해명에서 시작하여 정체성과 관련이 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찾아 나섰다. 최근에 뿌리 찾기 수준으로 삼한사三韓史에 몰두하면서 조선멸망의 중심에 서 있게 된 고종황제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고종황제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왜 대한제국을 선포할 때, 대한제국의 국호를 한韓으로 하였느냐는 불만이었다. 우리의 역사가 韓에 머무르면 우리의 역사가 단군왕검에서 시작하여, 한웅천왕, 한인천제, 황궁, 마고로 거슬러 올라가며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종황제는 내게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韓이란 왕이라는 뜻일세. 대한은 큰 삼한의 왕이라는 뜻이야. 마한馬韓은 기준이 세운 기자조선奇子朝鮮의 마지막 왕의 이름일세. 기준이 금마에 도읍하지 않았나. 그리고 백제를 멸망에 이르게 한 의자왕의 아버지 무왕武王은 익산에 도읍하였네. 익산이 금마가 아닌가? 그러니 대한이 삼한과 관련이 있네. 삼한에 마한이 있었고, 마한이 기자조선의 마지막 왕의 이름이니 단군왕검께서 세운 조선과 관련이 있는 것일세. 그러니 자네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어찌 단군왕검이 세운 조선과 관련이 없다고 할 것인가? 또한 조선이 배달나라와 관련이 있고, 배달나라가 한국과 관련이 있고, 한국이 마고지나와 관련이 있으니 어찌하여 韓에서 역사가 단절된다고 보는가? 韓의 위대함이란 바로 이런 데에 있네. 삼한시대는 진秦에게 멸망한 조선이 74국으로 나뉘어 일부는 중원 대륙에 남고 일부는 한반도로 이주하여 살기 시작한 시대였네. 내가 국호를 대한이라 했다고 탓하지 말게. 지금 자네가 살고 있는 나라의 꼴을 좀 보게. 삼한시대 초기와 무엇이 다른가? 이제 미국이 나라 찾아 준지 60년을 겨우 넘겼을 뿐인데 사분오열하여 물고 뜯으니 무엇을 위하여 물고 뜯는가? 역사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철학을 위해서인가? 이래가지고 어떻게 나라가 지탱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네. 이 나라는 멸망한 조선과 대한제국의 전철을 밟아서는 아니 되네. 조선이 멸망할 때는 조선에 대국이 9국, 소국이 12국이 속해 있었어. 이들 나라에서 74국이 분리되어 나왔네. 자네가 삼한사를 연구한다니 내가 참고로 말해주는 것일세.”



우리 선조들은 조선이 진에게 멸망하고 나서 중원이 춘추전국시대로 들어섰을 때 그들이 살던 곳에서 탈출하여 한반도로 모여들어 삼한시대를 열었다. 그래서 그들이 먼저 살았던 곳에서 떠나왔다는 의미로 먼저 살던 나라 이름에 떠날 이離자를 붙여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밝혔다. 그러므로 2개의 나라가 중원과 한반도에 동시에 존재하였다.

비리국卑離國은 선비국鮮卑國에서 떠나와 정착한 사람들의 나라라는 뜻이고, 초리국楚離國은 초국에서 떠나와 정착한 사람들의 나라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선비국과 초국은 원래의 잔존세력이 중원에 있었고, 떠나온 세력이 한반도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국명이 동시에 2개가 있었다.

이렇게 본토에서 떠나온 나라들이 한반도에 모두 소국 형태로 72개국이 있었고, 이 중에서 국토의 서부와 서남쪽에 자리 잡은 53국이 마한이 되었다.

이들 72국 중에서 맹주를 자처했던 소국은 월지국月支國이었다.(목지국目支國이라고도 한다) 조선이 멸망하면서 삼한이 생겼고, 삼한의 맹주국이 월지국이었으므로, 월지국은 조선朝鮮의 한 분파로 볼 수 있다. 조선의 조朝자는 한족桓族+월지족月支族의 문자로 볼 수 있는데, 고구려벽화 중에 일신족日神族의 시조와 월신족月神族의 시조인 한인과 항영이 비상하는 그림을 보면 추리가 가능하다. 이들 2인종 중에서 월신족을 계승한 인종이 월지국을 세웠다고 볼 수 있다.

마한은 이들이 통합하여 만든 연합체 소국가 모임이었다. 이들 국가 중에서 마한馬韓이 왕이 된 것은 마가馬加 출신의 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어에서 왕을 한이라 하였다. 마한에서 백제가 두각을 나타내 마한 53국을 모두 백제에 넘겨주어 백제가 삼한의 장자가 되었다. 이 말은 백제가 조선을 계승하였다는 말이 된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세상 살기가 대단히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미친 사람, 돌아버린 사람, 광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 분수에 넘게 과도하게 욕심이 많은 사람, 흥청망청 쓰고 싶어 범죄 하는 사람, 거짓말 잘 하는 정치인, 강도, 사기꾼, 살인범들이 판을 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땅따먹기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심성이 마고시대 말기에 살았던 사람들처럼 패악해져서 남의 말을 도통 들으려 하지 않는다. 소통과 융합이라는 말을 서양에서 들여와 입으로 떠들기는 하지만 소통하고 융합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내부 분열이 점점 더 심각해져 가고 있고, 법을 지키려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범법자가 영웅 대접을 받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이대로 가다가 과연 나라가 오래 지탱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종교에서는 이런 세상을 말세라 하였다. 말세는 나라가 망해가는 시대를 말한다. 지금 우리는 내부분열로 인하여 스스로 자멸하는 시대를 살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말세 벗어나려면 개인의 정신, 국가의 정신에 철학을 장착시켜 핵이 되게 해 주어야 한다. 이 철학은 외래철학이 아니라 토종이어야 한다. 시장에서 사온 철학은 철따라 유행 따라 변하므로 바꾸어 입지 않으면 아니 되니 써서는 아니 된다.



강자가 강제로 던져준 철학은 국군이 로마시대의 갑옷이나 나폴레옹시대의 구군복을 입은 사관학교 학생들처럼 거추장스럽고 거북하다. 요즈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미국식 갑옷과 공산주의의 변종인 주체주의라는 북한식의 갑옷을 우주복처럼 입고 춤을 추고 있다. 이들 갑옷의 내구연한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철학을 가진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사상을 완성한다. 사상은 한번 완성되면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을 살리고 타인도 살리는 토종 철학을 장착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과 사회와 국가도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같은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동질성을 가진 집단이 되고 사회가 되고 국가가 된다. 이들 중에서 가장 먼저 철학을 가져야 할 곳은 국가이다. 국가가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철학을 갖지 못한 국민에게 철학을 가르칠 수 있고 이끌어갈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고시대로부터 자연에 순응하는 자연철학을 가지고 살아왔다. 이 철학이 삼신철학이다. 우리가 삼신철학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황궁이라는 마고 큰아들의 후손이었기 때문이다. 황궁시대에 우리 조상은 삼신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의 삼신철학은 하늘을 천부삼인으로 정의한 해, 달, 칠성을 숭상하는 삼성철학三星哲學, 우주를 삼원으로 정의한 삼원철학三垣哲學, 인류의 시조를 문명인으로 정의한 마고와 궁희와 소희를 숭상하는 삼조철학三祖哲學, 자연과학에서 자연분화의 원리를 일석삼극으로 정의한 삼극철학三極哲學이었다. 이들 철학의 기초가 되는 것이 일석삼극一析三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천부경天符經>이었다.

고대의 우리 조상은 한인시대, 한웅시대, 단군시대의 모든 시대에 기본철학으로 일석삼극이라는 철학적 명제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삼일신고三一神誥라는 이름으로 사상화 하였다.

요즈음 우리가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라는 말을 쓰는데, 이 말은 배달나라시대에 삼일신고를 구체화 하여 국가철학으로 삼은 태백진교太白眞敎의 핵심이 되는 말이다.

태백은 배달나라의 국도 천평天坪을 지칭하는 말이고, 진교란 참교육이라는 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참교육은 오늘날 전교조가 말하는 참교육과는 차원과 의미가 전혀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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