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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용 시인 근작시 5편

성덕용 시인 | 기사입력 2011/11/16 [08:56]
어떤 풍경
 
앞강 여울에 우뚝 선 집채바위
오랜 동안 미동도 않는듯
오도카니
오도카니
물샅에 하늘 그림자나 희롱하나 싶더니만
그 숨은 뜻은 떠나온 산을 향해 있었던가
이제도 내딛는 발작은 시원을 향하는데
멀리 개짓는 소리에 맥없는 구름만 흩어진다
 
▲ 성덕용     ©브레이크뉴스

낮술
 
가로등은 제 몫의 어둠을 키웠다
너에게로 가는 길이었다
푸르던 태양과 꿈을 생각했다
절대 아니라고 고개 젓는 너를 보았다
그믐달은 주춤주춤 내려앉고
담벼락에 붙은 들꽃은 제 향기를 바람에 흘리고
안국동 한 모퉁이 허다한 삶들이 오가는데
술 취한 한 사내가 끝도 없는 별 헤아리기를 시작했다
 
한낮에...
 

이 밤에
 
구름 한 점 없던 하늘 생각에
이 밤 별을 볼 수 있을까 하여
비상계단에 나섰더니
마음 한 발작 내딛기도 어려워
하릴없는 시선만 이리저리 옮겼더니
건너편 아파트 창문의
불빛이 밝기도 밝다
 
불빛마다 부는 바람은
흔들리는 마음에 눈빛이 흐려짐인가?
별은 더욱 멀기만 하고...
 
 
이제 사랑은 색깔이 있어야지
 

이제 사랑은 색깔이 있어야지
순백은 욕심
칙칙하든 시커멓든 푸르거나 붉거나 탁하거나
어쩌든 색깔이 있어야지
 
순백은 보여주려는 교만
하얗다는 것 너무 좋아하지 마
 
어느 것 하나가 순백으로 보이기 위해
주변은 얼마나 많은 색깔을 지녀야 하는지
 
아침에 일어나 우리는 무엇을 할까?
습관보다 더 빠르게 눈에 들어오는 것을 향해
이렇게 소리 칠지도 모르지
 
아! 오늘은 기분 좋은 하루가 될것 같군.
 
아마도 그것은
색깔의 세계가 던지는 암시를
충분히 받아들였다는 훌륭한 대답이지.
이제 사랑은 색깔이 있어야지
어느날 아침에 만나는
일상의 것들처럼.
 

사시나무 아래서
 
높은 가지 비집고 비추이는 햇살이
사시나무의 울음을 운다
안개 속에도 울지 않고 폭풍우에도 지치지 않던 햇살이
흙에 앉아서야 사시나무의 울음을 운다
먼 세상을 돌아
둥지를 튼 철새는 그 울음을 되새김질하고
한세상 꾸었던 꿈을 안고
이미 부토가 되어가는 잎새는
겨드랑이 아래에 씨앗을 둔다
먹구름 속 뇌성처럼, 혹은 광풍처럼
그렇게도 지칠줄 모르고 싸워야했던
저 높은 곳에서는 보지 못했느니
오히려 그늘 속에서 이것이 축복이라 여기며
만나지도 못했느니, 이 반가운 햇살
그 햇살이 사시나무 울음을 운다
사시나무 아래 습한 대지를 적시는 햇살의 울음은
실인즉슨 웃음일지도 모른다
대지에 누운 저 잎새들의 웃음일지도 모른다
제 자리를 찾은 안도의 웃음일지도 모른다

*필자/성덕용. 시인.1959년 이천 생. 배재고, 홍익미대 졸. 두레시 동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으로는 시계, 그 시간의 소리(91. 하락도서), 설익은 밥 솥뚜껑 소리 요란하다(94. 인문당), 파란나비(96. 들꽃사랑),떡국(01. 들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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