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살로 퍼져 내리는 햇살은
예쁘다, 아름답다, 너를 위한 찬사
홀로이어도 홀로이어서 아름답고
어우러짐은 어우러짐이어서 탄성을 부른다
억센 빗줄기도 긋지 못하고
거친 광풍도 떨구지 못하느니.
대지를 떨치고 일어선 힘이었기에
저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알거니와
제 빛을 가리울 줄은 남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
흔들림이 아니어도 누군가의 발길질이 아니어도
바람도 없이 꽃잎은 떨어진다.
저 떨어진 꽃잎은 나무를, 꽃대궁을 다시 오르지 않는다.
지난날의 화려함도 그 달콤하던 찬사나
가슴 벅차던 탄성도 이미 제것이 아님을 안다.
제가 떨치었던 대지처럼 또한 거게도 대지였음을 안다
또한 나무도 떨어진 꽃잎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떨어진 꽃잎은 제 자리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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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시린 달빛은 엊저녁 용마루를 넘었는데
달님은 새벽에야 제 그림자를 밟네
(배가 춥다)
새벽 달빛은 살얼음
깨질까 두려워 바라보기도 힘드네.
몽돌
촛불이 필요한 지금이다
저마다 초를 들고 불을 켜겠다고
야단들이다.
아무도 불을 켜는 이는 없다
허다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몽돌 구르는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불쌍한 저 초들은 어찌 할꼬.
아내는 이제도 웃는다
요즘 호주머니 속에 담뱃가루들이
내기를 한다.
우리가 쇳내음 맡아본지가 언제였지?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한 달 두 달, 일년 이년...
아내는 세탁기에 옷을 넣으며 호주머니를 뒤집는다
담뱃가루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담뱃가루들은 징징거리지만
아내는 이미 알고 있다
5년차 아내의 마지막 월급은 18만원
아마도 그 후임으로 온 직원의 초임이 21만원이었다지..
퇴직금 타러 간날 아내는 집에 돌아와서 울었다
'5년동안 열심히 했는데...'
결혼하고 첫월급 아내에게 주었더니 너무 많다고
겁이 나서 쓰지를 못하겠다고 하였다.
그때 결혼 후 첫월급 314,000원
'당신과 결혼하지 않았으면
나도 내 후임처럼 많은 월급 받았을텐데...'
미안하다
미안하다
지금은 그도 못하는 이 모습이 미안하다. 하여도
아내는 웃는다
아내는 늘 웃고있다
아내처럼 웃고 싶다.
감꽃
세상 첫걸음 할 때 할아버지는
감나무를 심으셨다.
손주놈 학교 갈 때 쯤이면 열리겠지
꽃이 피겠지
감나무를 심으셨다
할아버지 당신께서는 감꽃 조차 구경하지 못하셨다
내 어린날엔 감꽃도 달고
바람에 떨어진 낙과도
달디달았다.
할아버지는 어찌 아셨을까.
앞으로 9년 후를...
나는 아무런 나무를 심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어찌 아셨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