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 밥 같은 사람되고 싶다
푸른 상추 붉은 고추장
묵은 김치 한 조각과
맑은 물 한 사발에 잘 어울리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한 그릇의 밥
그 한 그릇의 밥을 위해
이슬보다 고운 땀방울 피워 올리며
아름다운 노동을 하고
순결하게 건네어진 한 끼의 양식
먹은 대로 온전히 맑은 목숨으로 피고
먹은 대로 온전히 따뜻한 영혼으로 피는
한 떨기 은난초 같이 깨끗한 밥
세상 찬바람에 부대껴 토해놓은
그대 초록빛 울음에
저녁 하늘 붉은 꽃무더기 풀어 위로하듯
지금 아픈 누군가에게 건네는
한 그릇의 밥이고 싶다
그를 위한 따뜻한 희망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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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에게 버려진 허물들이
낯선 언어의 나라
습기 찬 뒷골목의 노점에서
천 원 짜리 한 장에 저를 구걸하고 있다
그래도 한 때는
향기로운 여인의 몸매를 감싸고
부러움의 시선을 끌며
그녀의 사랑 독차지하던 시절도 있었느니
오늘은 어느 시절부터 키워온 것인지
푸른곰팡이 제 몸에서 피우며
사정없이 뿌려진 나프탈렌과 몸을 섞는다
무차별로 달려드는 억센 손길에
단추까지 뜯겨가며 안겨보지만
금새 바닥으로 내 던져지는 배반에도
이제는 익숙하다
오늘도 날 저물고
뭇 손에 먼지만 키운 이방의 허물은
저들끼리 몸 비비며 무겁게
하루의 꿈을 접는다
**새벽
가장 깊은 어둠의 끝자락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햇살 한 자락 끌고
달려오는 새벽은
만삭의 어머니다
산을 낳고 강을 낳고
기분 좋은 바람으로
마을을 흔들어 깨우며
새소리 물소리를 놓아
해산의 기쁨을 노래한다
자, 이젠 일어나야지
새로운 오늘의 역사를 만들어야지...
밤을 다해 어둠을 달려온 마지막 열차
여명녘 닿은 첫 차로 내려놓은
그리운 인연처럼
새벽은 하나 둘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오늘 새로이 탄생한 세상이여
네 이름은 희망이다.
해산의 어머니는 아이의 이름을 명명한다
**그믐달
이렇게 쉽게 비워줄 자리를
그렇게도 열심히 달려왔던가
수렁에
마지막 남은 한 자락의 힘까지도 다 내어주고
이 내 허물 같은 육신
마저 보시하노니....
시간의 날개를 접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
**가을 산
팔랑,
금침 펴는 은행잎
투욱,
허리춤 푸는 밤송이
헉,
벌써 숨이 막히는
단풍 아씨
달아올랐다
온 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