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원짜리 백화를 넣고 망설인다
사백원짜리 고급 커피와
삼백원짜리 일반커피,
어느 것을 누를까
내가 그 맛의 차이를 알까?
오랜동안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신 후일에
어느새 나는 자동 판매기가 되어 있다
아이디어는 돈이라는 숫자에 따라
규격화 되어있다
"얼마짜리 북커버 디자인 해주세요.
내일 몇시까지 필요해요." 라며
내 생활의 버튼을 누른다
어느새 나도 자동판매기가 되어
"고급으로 해드릴까요, 일반으로 해드릴까요?" 라고
묻고 있다.
자동판매기 커피는 맛있다.
어느날
내가 손님이 된 집에서
이조백자기처럼 보이는
커피잔을 대하면서
감히 손을 내밀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고급이든 일반이든 나는 자판기 커피가 편한데)
그리고 그렇게 어느 후일에
다시
살 에이게 춥던 거리에서
캔커피를 들고 소 울음을 우는
한 나무를 보았다
|
연탄구르마 올라간다
어영차 생활비가 올라가고
끙끙 자식놈 학비도 올라간다
반걸음 한걸음 반올림 하며 올라간다
덕분이다
동네 꼬맹이들 재미삼아 달려든 덕분에
반올림한 것이다
생활도 삶도
오늘은 이리 반올림 되었으면...
**눈이 내립니다
동글동글한 것 위에도 넙데데한 것 위에도
오목한 것에도 뾰오족한 것에도
밤새 눈을 부라리며 이쪽저쪽 삿대질하던 교통신호등에도
다소곳이 마을 어귀를 비추던 보안등 위에도
눈이 내립니다
높은 것에는 높은만큼
낮은 것에는 낮은만큼이 아닌
고루고루, 저 일정함의 분배
어제의 분노함이나 안타까움, 그리고
사랑한다 하여 번민하던 시선에까지도
순백으로 다가가 앉는 가벼움,
그 가벼움으로 누구에게 건 날아가 앉고 싶습니다
**화신풍(花信風)
남산 송신탑 허리 꿰인 해는
한라의 바람이 따뜻하다고 한다
서울 바람 솔잎에 찔려 신음하던 날
황토흙마다 하얀 서릿발 새로이 솟는데
남해의 동백이 붉다고 한다
술 먹은 다락방 이매망량도 이불 활개짓하다
이무기인 양 기둥돌에 부끄러이 숨던 날
황사 이는 가슴마다 새움 트는 소리 가득
칼바람이든 꽃바람이든 저처럼 피어나는 것을
누가 막으랴.
절로 절로 가슴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뉘라서 막으랴
저 바람은 바람이려니
얼어붙은 자리끼 쩡쩡 갈라지는 소리도 있어서
성에 낀 창밖 남산의 바람이
따뜻하다고 한다
따뜻하다고 한다
**엄동설한에 농부의 밭 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에 문고리에 달린 신문을 들고
마루하루의 너저분한 마루에 기름냄새 나는 신문을 펼쳤다
인수위 얘기가 큰 활자로 나오고
당선자의 식어 떨떠름한 웃음도 보인다.
마누라에게 말했다
"마누라! 얘 뭐 할 거 같지 않아."
"그러니까 뽑혔겠지."
"그렇지?"
언제는 안 그랬을까!"
엄동설한에 농부의 밭 가는 소리가 들린다.
파종하기 전에 얼갈이 하는 농부의 노랫소리도 들린다.
잠시 볕에 웃자란 뭇푸새들은 뿌리를 잘리우고
그 잎새도 짓이겨져 흙에 묻힌다
기뻐하는 것은 시렁위에서 오랜 동면을 하던 충성스런 씨앗들 뿐이다
농부가 밭을 갈면 풍요를 꿈꾼다
풍요를 만들고 풍요를 누리는 것들이 많은 만큼
그저 흙에 묻혀 거름이 되어야하는 뭇푸새도 있다.
"이젠 일어서기 조차 힘드니 저 흙은 내 몫인가 보다."
"저게가 내 잠자리인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