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인의 노래
빈깡통 머리맡에 하나 두고
그대 향해 몸 굽혔다
아직은 설은 자리
눈 못 맞추고 네 구두 언저리만 훑고 있지만
내일은 깡통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네 뒷통수를 훑을 것이다
모른 척 스쳐가지 말라
힐긋힐긋 내 남루를 더럽다 곁눈질하지 말라
대신 차가운 바람만 가득 찬 깨끗한 깡통을 봐다오
깡통 가득 출렁이는 푸른 하늘 한 조각
네게는 아름다울 수도 있겠지만
오늘 난 한끼의 가난한 포만을 위한
한 잎의 동전이 푸른 하늘이다
동정의 눈빛도 사절한다
굶주려 목소리만 키운 은빛 주발
동전 몇 잎으로 신명 돋구어
푸른 종소리 울리게 해다오
그 깡통 기분 좋은 전율로 꽃피면
이 자리도 쫓기고 쫓으며
바쁘게 헐떡거리는 네가 가엾어지는
세상 넉넉한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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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휘어진 고갯길
잔뜩 기氣 올라 흙먼지만 헐떡대는
마을버스 정류소
늦은 귀갓길을 지키는
아낙의 여린 어깨 위에 쌓이는 달빛
힐끗힐끗 바람이 쓰다듬는 뱃속에서도
달은 자라고
평생 파마 한 번 한적 없는 말총머리의
기미, 깨꽃으로 핀 여인
가로등이 되는 동네
버스 내려서면
불빛보다 눈부시게 달려들어
낡은 공구가방 받아들고
지친 팔 힘 돋워주는
맨발의 슬리퍼, 갈라진 뒤꿈치
화장기 하나 없어도
곱기만 한 아내
비오는 날도 환한
달동네 보름달 떴다
*미리 쓰는 유서
죽어서라도 자유로운
영혼 하나 가질 수 있다면
오롯이 내 것일 수 있는
한 평의 땅을 얻어
한 생애의 영광과 절망의 지친 인연
악수로 여정 풀게 하고
평생을 잘못 돋은
여린 풀잎으로 흔들리던 목숨
사랑하는 이들의 눈물로 맑게 헹궈
하동 섬진강가 나룻배 위
넋새 한 마리로 날려보내리
차마 부르지 못했던 노래
한 석 삼 일쯤 더 목놓아 부르다가
태풍 하나 불러들이고
하늘에 오르는 날
그래도 남은 육신 하나는
송장벌레의 진수성찬으로 남기마.
*발뺌
어찌할 수 없는 연민
감추느라
환히 웃어주었을 뿐
해님이 빠져들어
당신의 과녁 될 줄 몰랐다
*갈매기
생의 벼랑끝에서
눈물로 구한 기도를 해보지 않고선
어찌 저리 찬란한 날갯짓을 할 수 있겠는가
절망의 끝에서
다시 일어선 용기가 아니고서는
어찌 저리 눈부신 비상을 할 수 있었겠는가
고단한 삶의 굽은 등살 바닷물로 헹궈내고
그물 속에서도 파닥였을 희망 한 조각
오랜 고통의 인고 끝 겨드랑이가 가려워지는 날
혹한의 푸른 바다를 토해 내고서야
비로소 오를 수 있었던 창공
있는 힘 다해 팽팽히 제 온 몸으로
휘어 당긴 시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열렸을 하늘 길
꿈을 향해 저를 쏘아올린
스스로를 이긴 혁명
뿌리까지 흔들리는 폭풍의 밤이 없고서야
어찌 이리 시리도록 고운 하늘을 받아들일 수 있었겠는가
끝끝내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이 없고서야
어찌 저리 고운 사랑의 몸짓을 꽃 피울 수 있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