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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1
샤워를 하며 비누를 집어 든다.
감촉이 좋다
꼭지가 있었으면 더욱 좋을텐데...
무슨 꼭지?
라면.2
옷을 벗긴다
저 요염한 정렬
물이 끓는다.
난 왜 이러한 것에서 숨이 찰까
아침.3
선인장 꽃을 본다
저 가당찮은 육질에서
자줏빛 꽃이라니...
아마도 내가 실성한 탓일게다.
청소기.4
강아지는 기계음에 베란다로 도망갔다.
여기저기 청소기로 흡입하며
실내를 휘젓는데
'아침마당'에 빠진 마누라
이리저리 몸둥이 굴린다.
무릎 아래 몇 올 머리카락
'벌려' 하였더니 '이케'하며 요염을 떤다
오늘은 그냥 출근하기 그른듯 하다
아침 밥이라도 먹어야지..
**오랜 휴식 끝에 만난 일을 생각하며
나는 내가 지녀서는 아니 될 불 덩어리를 지녔나보다
그러하기에 발정난 수탉마냥, 혹은 성난 도시 저 을지로 한 귀퉁이 바람처럼
그도 못하다면 내 술취한 20대의 한 골목길처럼
바람이 회오리 치는 것일게다.
나는 여기서 지금 무었을 하고있나? 아무리 묻고 물어보아도
혹여 친절한 가르침에도 나는 왜 여기 서 있는지 모르겠다.
오가며 부딪히는 또는 만나는 옷깃과
늘 거기 있으므로 만나는 일상처럼
그러한 것들은 내게 어떤 불을 지필까?
이 넉넉한 자만은 언제 스스로 끝내야 하는지...
**왜?
나는 이 불 꺼진 곳에서
왜 홀로 넋두리를 하고 있는지
따뜻한 내 아이의 인사도 접어두고
따뜻한 아내의 품도 마다하고
저 길을 잃어 황해를 돌아 든 바람을 맞으며
오라 오라 손짓하는 허다한 전자음과
따뜻한 혈육의 목소리를 혼돈하는지.
차거운 빛조차도 잃어 가물거리는
허접한 저 서울의 길보다
이제도 취해 흔들리는 머릿속의 사실이 더 따뜻했다.
어제를 함께 누운 사람과
오늘에야 마주한 이 한 사람이다
그나 내나 어디가 따뜻한지는 다 안다.
왜?
너와 내가 여기 있어야 하는지
남들이 알지 못하는 싸움을 해야 하는지
왜?
왜?
<나는 모르는데 저들은 당연하다고 한다>
**그래도 아침엔 웃어라
입춘 지난 창밖에
푸른 은행잎이 푸른 빗물을 뿌린다
굽은 어깨로 좁은 하늘 떠받치고
입은 왜 굳게 다물었는가?
블라인드에 그려진 그림처럼
햇살은 밝고 세상은 푸르나
두 손으로는 창문을 열지 못한다
이즈음 빗방울부터 만나는 아침
속울음 감춰진 텁텁한 바람은
겨드랑이 밑에 숨겨두고
그래도 아침엔 웃어라
*피맛골 가는 길에 돼지비둘기를 만나다
하늘은 어둡고 바람은 스산하다
아무것도얻지 못한 하루를 쓸어간다
오랜 친구의 부름은 술이나 한 잔 하자는 거였다
그래도 오늘 하루를 사는구나
친구의 부름으로 하루를 사는구나
아내에게는 긴요한 약속이라 하였다
인현동에서 길을 잡는다. 아니다 잡을 것도 없다
뻔한 길이니 그저 앞으로 가면 될 것이었다
'그래 흐르는 돈이나 보자' 하며 청계천을 거슬러 오르기로 하였다
수표교 자리에서는 청계천으로 내려서는 길이 없다
그래 위에서 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
을씨년스런 하늘빛도 눈에 벅차서 흐르는 청계천 돈물을 보며 걷는다
부는듯 마는듯 봄내음이 슬쩍 얹힌 바람도 가슴을 알싸하게 한다
광교를 넘는데 다리를 절며 가는 검은 비둘기 한 마리 앞장을 선다
그 오랜 세월 광택과 윤기로 파란 하늘을 제쳤을 비둘기,
앞장 선 저놈은 모습으로 보아 비둘기가 아니다
문명의 이기로 게을러진 깃은 꺾이어 보도블럭을 긁는다
다리는 절고 깃은 부러지고 몸둥이는 살찐 돼지와 같으니
그렇구나 네 과거의 영화와 살찐 모습보다 앞서 시선에 갇힌 네 모습
꺾이어 절름거리는 내 영혼이었구나
내 꺾이운 시의 열정과 삶의 붓과 거칠어진 옷자락
나는 절며 가는 살찐 비둘기였구나
나는 흔들리며 가는 돼지비둘기였구나
하늘은 어둡고 바람은 스산한데
내 발은 허우적허우적 광교를 넘는다.
*필자/성덕용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