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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로 내려꽂히던 햇빛 한 줄기도
용납하지 않는
근육질이
함성으로 일어서며
하얗게 날아오르는 새떼가 된다
너를 보내고
뼈 갉는 후회 속에서
홀로 견디리라
떠난 아름다움을 위하여
그러다 다시
너 없이 사는 일이
막막해질 때
일시에 쏟아져 내리리라
사태로 무너져 내리리라
철저히 낮아지리라
너를 향한
그리움 하나로
**촛대봉 연가
초라한 이 인연도
깊을 대로 깊어져
귀밑머리 마주 푼
궁색한 수줍음도
마냥 좋아라
눈 한 그릇
흰쌀 대신 올려놓고
맑은 물 대접엔
달 한 덩어리 띄워 올린
우리의 혼례상
세상살이 눈금엔
무엇하나 키 세워 맞출 수 없지만
수줍게 내밀던
제비꽃 한 송이에도
눈부시게 일어서던
환희로움 있었다오
벼랑 끝
눈보라 휘날려도
장끼는 날고 까투리는 따르데요
마주잡은 우리 두 손
뜨거울 동안은
-촛대봉: 지리산에 있는 봉우리 중 하나
**해금의 노래
은행나무 침대의 아픈 인연
내게도 있어
고통으로 단근질된 힘줄과
낙루(落淚)로 씻기어진 슬픈 혈맥을 뜯어내
엮은 두 줄
중현과 유현으로 매달아
그대에게 안겼다
활이 닿는 순간
파르르 눈뜨는 기억의 전율
처절했던 고통 속에서도 놓지 못한
진저리 치는 그리움 토하고
그대 쓰러진 자리
살점 찢어 붉게 붉게 피워 올린
천년의 사랑이 음률을 탄다
갈 곳 잃은 바람 한줄기 불러들이며
전생으로부터 뻗어오는 길 하나
핏물로 애절하게
눈물로 영롱하게
소리길 트여온다
-은행나무 침대: 은행나무 침대가 되어 시공을 초월해 전생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찾아나선 줄거리의 영화 제목
-해금은 둥근 나무통에 가는 바깥 줄인 유현과 굵은 안줄 중현, 이렇게 두 줄로 구성되어진 찰현악기로 오죽에 말총을 얹은 활로 켬. 음색이 아주 쥐어짜듯 애절하여 속칭 깡깡이라고도 함
**간고등어
푸른 바다 한 자락
등허리에 꿰차고
아직도 투명한 눈알
요령소리 뿌리며
은빛 수의 걸친 채
도마 위에 몸 푼
다비식 기다리는
적멸 하나
**소멸
그가 죽어간다고 했다.
한번만 만나 달라고 남루가 몸에 배여 꾀죄죄한 여인이 까칠한 목소리로 사정할 때 등에 업힌 아이는 땟국 젖은 얼굴로 제 마른 코를 핥고 있었다. 비만치료를 받고 있는 막내 녀석의 시선을 차단하며 돌려보내기가 바빠 약속을 했다.
어려운 결심 끝에 찾은 병실 문 앞에서 그만 발길 멈추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명 같은 울음소리. 그의 마지막 불혹이 무너져 내릴 때 우리를 뒤흔들었던 이십대의 불온한 바람이 은빛 비늘 찬란하게 떨어뜨리며 함께 허물어져 내리고 있었다. 가진 것 없어도 너 하나면 족했던 사랑과 너 하나 없어도 모든 것 다 갖고 싶었던 사랑이 함께 들어선 궤도에는 늘 비바람이 몰아쳤고 쫓음과 쫓김. 낙인으로 새겨지던 담뱃불의 흔적. 평생을 따라다니던 살타는 내음. 그 진저리.
그의 기억을 거두고 고통 없이 편히 잠들게 하소서. 어수선한 문 앞에서 그를 위한 마지막 기도를 했다. 그의 이름을 앞세운 기도 속에는 지워내고 싶은 내 기억이 먼저 와 서 있었다. 나를 옭아 메어왔던 사슬이 하나하나 손을 풀어 하늘로 길을 만들고 있었다. 가을바람 속에서 내 몸의 흉터가 슬슬 그 길을 따라 가고 있었다.
그가 죽었다.
*필자/손계정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