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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문 기자의 삐딱한 여행기

김상문 기자 | 기사입력 2012/01/09 [11:25]
겨울철이면 다양한 철새들이 날아오는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철새들이 모여 ‘철새들의 왕국’을 이루었다. 그러나 지금의 주남저수지는 아직도 불편한 진실이 존재하고 있다. 새들을 무시한 개발과 행동이 그것이다.
 

겨울철이면 우리나라에는 시베리아의 혹한을 피해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온다. 강원도 철원의 비무장 지대를 시작으로 충남 서산의 간척지와 전북 군산의 금강하굿둑 유역, 그리고 전북 고창의 동림저수지와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 부산의 을숙도, 전남 순천의 순천만을 지나 멀리 해남의 고천암까지 날아온다.

이들 지역은 겨울철새들이 특화된 월동군을 형성하는데 가장 많은 오리류를 제외하면 철원은 독수리와 두루미, 서산은 황새와 노랑부리저어새·고니류, 군산 금강하굿둑과 동림저수지, 해남은 가창오리, 을숙도는 고니류, 순천은 흑두루미로 대표된다.

이 가운데 주남저수지는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고니류가 대표적인 월동군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안정된 서식환경(?)과 창원시가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철새 보호 정책(?)이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남에는 여전히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인간과 새들을 위한 개발이 아닌 사람을 위한 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기자가 여행지 기사 서두에 ‘주남저수지의 불편한 진실’이란 말을 쓴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자연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이 새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지 또한 여행자에게는 “알고 가면 알고 간 만큼 보인다”는 작은 바람에서이다.

동양최대 찬사가 무색한 이유

주남저수지는 산남·동판 등 이웃한 2개의 저수지를 아우르는 명칭으로 저수지 면적이 가장 크고 철새들이 가장 많이 월동하는 곳이다. 여기서 주남저수지가 ‘동양최대의 철새 도래지’ 또는 ‘철새들의 왕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1990년대부터이다.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완공되면서 섬 전역이 공원화되어 사람들에게는 좋은 환경이 되었으나 철새들의 서식처인 갈대숲이 사라지고 사람들의 간섭이 심해지자 생존에 불안을 느낀 많은 철새들이 주남저수지를 찾으면서 철새 왕국은 시작된다. 그때는 우스갯소리로 “물 반 새 반” 이라고 할 정도로 철새들이 많았다. 그러나 ‘동양최대의 철새 도래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철새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인간들의 이기심이 주남으로 피신 온 철새들마저 쫓아냈기 때문이다.

1997년 1월 주남저수지가 불타는 사건이 발생한다. 4만 평 가운데 3만 평의 갈대가 불에 타버린 사건이었다. 철새 보호구역 지정에 항의하는 주민들이 저지른 행동 때문이었다. 당시 이 사건은 창원시와 경남도청, 환경부 등 3곳의 방침이 제각각이고 주민들 의견마저 무시한 대책이 장기간 표류한 데 따른 불만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주남저수지를 찾았던 철새들이 이곳을 떠나는 계기가 된다. 또한 그해 3월에는 철새들의 먹이처이자 은신처인 동판저수지에 낚시꾼들의 부주의로 화재가 났고, 다음 해 8월에는 개발이익을 노리는 사람들에 의한 동판저수지 내 아름드리 버드나무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또 지역주민과 철새의 갈등에 의한 공갈포 사용 등 지금까지 주남저수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최근에는 ‘물억새 60리길’ 사업이 등장, 창원시와 환경·시민단체 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창원시가 2014년까지 160억원을 들여 주남·산남·동판 저수지 제방을 따라 물억새를 심고 탐방로를 조성하는 사업을 벌이자 환경·시민단체가 “철새 쫓는 행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

이와 관련 창원시는 “주민과 환경단체 그리고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철새 보호와 환경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주장을 펴는 반면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새들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그 예로 2008년 주남저수지 안쪽으로 목조교량 설치 이후 가창오리 말고는 대부분의 철새들이 오지 않는다며 “둘레길 조성은 결과적으로 철새들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철새들의 마음 되돌리기 어려워

주남저수지의 1월은 철새들이 가장 많이 월동하는 시기이다. 천연기념물인 고니·재두루미·노랑부리저어새·개리가 주요 월동군이다. 전망대 앞 제방에 오르자 주변은 조용한 가운데 철새들 울음소리만 간간이 들린다. 대신 주남저수지 옆을 지나는 자동차가 그 정적을 깬다. 철새보호를 위해 규정 속도보다 운전자가 빠르게 달리는 탓에 소리 또한 요란하다.

이를 방지하고자 창원시가 도로 곳곳에 과속 방지턱을 설치했지만 운전자들은 이곳 도로환경에 익숙한 듯 선수처럼 달린다. 사소한 행동인 것 같지만 이런 행동은 새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외국의 경우 철새보호 지역에서 자동차 30km 서행운전, 자동차 밖으로 하차 금지, 경적 금지 등 법으로 철새보호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국민들 역시 이를 잘 따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철새보호를 위한 하드웨어는 있고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인식)는 전혀 없다는 생각이다. 이는 비단 주남저수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철새 도래지 전체가 이와 같은 일을 겪고 있다.

한편 이 도로는 지금도 도로의 필요성을 놓고 찬반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농경지와 저수지를 오가며 먹이를 찾는 철새들의 이동을 방해해 새들의 서식환경을 크게 위협하는 일”이라며 (철새보호를 위해) 겨울 한철 도로를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역 주민과 지역 경제를 위한 기반시설이므로 한시적 폐쇄 불가”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을 우리는 순천만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순천시가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 순천만에 설치된 전봇대 200여 개를 뽑자 다음 해 더 많은 흑두루미들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일출과 어울린 철새들의 아름다운 비행을 보기 위해 용산배수장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잠시 후 태양이 일어나자 철새들이 휴식과 먹이활동을 위해 저수지로 날아가고 날아온다. 그 장면이 진풍경을 연출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게 된다. 이런 행동을 한참 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한국의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와 고니가 각각 시차를 두고 무리지어 날아온다. 그 녀석들을 담기 위한 카메라 또한 반갑게 작동한다. 순간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 미워서 떠났던 새들이 ‘미움의 장소’를 다시 찾아줬기 때문이다. 생태학습관 근처 전망대에서 맞이한 재두루미들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편 전망대 안에는 철새들의 위치와 안전을 파악하기 위한 관계자들의 무전내용이 쉼없이 들려오고 담당자는 이를 일일이 관찰일지에 기록한다. 그곳 관계자 말에 의하면 1월 현재 주남저수지에는 재두루미 50~60마리, 노랑부리저어새 22마리, 고니 1000마리가 월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주남의 아이콘이었던 가창오리는 한 마리도 없다고 전한다.

잠시 후 기러기·황오리·흰죽지오리 등 많은 철새들이 제방둑을 건너 연꽃단지로 날아온다. 그와 동시에 농기계음이 요란히 울린다. 담당자에게 소리의 정체를 물으니 그는 철새들에게 먹이 주는 시간이란다. 다른 철새도래지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라 급히 연꽃단지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주남저수지 환경에 적응한 기러기와 황오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먹이를 기다리는 동작인데 그 모습이 귀엽다. 작업자가 다가가면 빙판 위를 엉금엉금 걸어가 잠시 그 자리를 피했다가 먹이가 살포되면 쏜살같이 날아와 먹이를 주워먹는다. 먹이 따라 일제히 날았다 앉았다 하는 비행 장면이 아침 햇살과 어울려 아름답다.

이 장면은 하루에 한 번 볼 수 있는 일로 부지런한 여행자 아니면 못 보고 지나간다. 매일 9시 30분 전후에 실시한다. 철새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이지만 훗날 철새왕국으로 재건하기 위한 큰 실천으로 여겨진다.

새들과 인간이 함께하는 평화는?

먹이 주는 시간이 지나고 정오가 다가오자 이전에는 재두루미가 날아온다. 다시 찾아오는 반가움에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살피자 모래톱 상공을 2~3번 비행한 후 조심스럽게 내려앉는다.

그 후 특별한 방해가 없으면 대부분 오후까지 그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이내 이 평화가 깨진다. 모 방송국에서 철새들의 모습을 찍기 위해 배를 타고 저수지 안으로 들어간 것.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 나타나자 철새들이 놀라 달아난 것은 당연한 이치.

이런 영향으로 요즘 주남저수지의 철새들은 3중고를 겪고 있다. 사람들의 몰상식한 행동과 저수지가 얼고 수위마저 높아 편히 쉴 곳마저 없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주남저수지의 한 관리인은 기자가 “저수지 안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 촬영을 하면 철새들이 놀라 불안해하지 않을까”라고 하자 그는 “괜찮다며 철새들에게 영향이 없다”고 말한다.

반면 철새 촬영이 취미인 아마추어 사진작가 김호철은 “저런 행동을 하면 악영향을 미치는데…”라며 “철새보호를 위해 관계당국의 세심한 관리와 관심이 아쉽다”고 일침을 놓는다. 더불어 그는 “몇년 전 서산간척지와 금강하구에 나타난 방송국 헬기의 굉음 소리에 놀라 사라진 가창오리 사건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1990년대 가창오리는 주남저수지의 하늘을 뒤덮는 군무로 이곳에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라는 수식어를 붙인 주인공이었으나 올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작년 1월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과가 조사한 ‘2011 겨울철새 동시 센서스’ 조사결과가 잘 대변하고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주남저수지는 4대강 사업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가창오리가 없어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한번 눈 밖에 난 철새들의 마음 돌리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단적으로 설명하는 사건이다.

오후가 되자 제방길에 조성된 갈대가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피어난다. 빚의 기울기에 따라 보송보송한 솜털이 금빛·은빛·잿빛으로 예쁘게 변한다. 그 사이길을 아이들과 부모가 다정히 걸어가고 철새들은 그 길을 가로질러 무논으로 향한다. 말할 수 없는 평화로움이 가득한 장면이다. 인간과 새들이 함께하는 평화, 주남저수지 역시 늘 이랬으면 하는 마음이다. 

주남저수지 제대로 여행하는 법

주남저수지를 여행할 때는, 탐조와 산책은 주남저수지, 강둑이나 숲에 사는 겨울철새는 동판저수지나 삼남저수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다른 지역과 달리 제방둑를 천천히 걸어가는 묘미가 좋은데 이를 주남저수지 홈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이 안내하고 있다.

“여행길은 생태와 문화 탐방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0.8km의 생태탐방 코스로 생태학습관을 출발 제방 → 전망대 → 연꽃단지 → 생태학습관을 돌아보는 코스다. 두 번째는 4.1km의 문화탐방 코스로 생태학습관 → 제방 → 전망대 → 철새촬영지 → 낙조대 → 주남돌다리 → 주남수문 → 연꽃단지 → 생태학습관 순으로 둘러보는 길이다.

더불어 아이들을 동반했다면 주남저수지 내에 람사르문화관을 비롯해 생태학습관을 찾기를 권한다. 또한 근처에 부곡하와이를 비롯 마금산 온천시설이 즐비한 것도 주남저수지의 장점. 국내 온천수중 가장 많은 유황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관절염·신경통·만성 피부질환·중풍·동맥경화·부인병 등에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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