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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탁 시인 근작시 3편

선우탁 시인 | 기사입력 2012/01/11 [10:47]
**다 그런 거 아닌가 !?
 
노루꼬리 같은 세월을 붙들고 노닥거리는
한심한 난봉꾼처럼
시라는 허깨비의 겹치마를 들추면서
조탁을 하는
자음과 모음, 느낌표를 놓친 행의 가름은
코골이하고
마침표 거부를 고집한 반백의 가르마
제 몫을 잃어버리고
무릎 튀어나온 옷을 입은 시간의 환승역.
 
시리게 맥놀이 하는 제야의 종소리 듣는
부끄러운 시간
검붉게 언 김치 한 포기를 써는
무딘 칼의 시어로는
라면가락에 얹힌 김치 한 조각보다
위안이 못되는 공허
“시라는 거 그런 것이 아닌가 ?!”
씁쓸한 반려자는
종소리의 마른기침으로 동행에 건배하고.

**인사동 연가
 
인사동으로 가면 붉은 우체통처럼 목깃이 헤진
그리움이 있어 좋다
천상병선생과 짙은 모과향 같던 여인도
귀천을 한 거리
편두통에 나부끼는 이방인의 웃음소리는
무례한 비둘기처럼
비척걸음을 막고 거리의 순결을 쪼아대고 있다.

저물녘, 인사동에 가면 통성명도 없이 웃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
앞치마를 두른 시가 있고 그림이 있고
들킨 비밀인 듯
타국의 언어 같은 촌놈이 상경했다고
시인들이 밥을 사주고
없는 주머니를 털어 화가들이 술을 권하는 거리.

멈춘 시간처럼 묵주를 돌리는 추억이 있어 좋다
아무나 연인이 되는 마법
후줄근한 술주정에도 음률과 빛깔이 있고
“머시 꺽쩡인가 ?”
석관처럼 포근한 거리의 돌벤치에 누우면
국적과 시차가 없는 거리
이 거리와 같이 늙어가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

**열 병
 
거룩하신 특근수당을 뿌리치는 일요일
아내의 잔소리를
지갑 속으로 챙기고 서울로 가는 길
통한으로 얼어붙은 임진강
강폭을 넘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의선
일그러진 초상은
뱀처럼 고압선전류에 혀를 날름거린다.

좋은 곳, 서울에 살며 적당히 사는 것을
배우지를 못한 친구는
젊은 날의 뜨거움을 고집한 시의 열정
그 종착지인 영혼의 침묵은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다는 번듯함으로
미망의 물음표 엿보고
서울을 다녀 올 때마다 열병 앓는 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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