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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는 망년회 송년회 이대로 좋은가!

이우근 편집위원 | 기사입력 2012/12/05 [14:55]
▲     ©이우근 편집위원
12월은 한해의 마지막 달로서 바쁜 시기다. 흔히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지난 한해를 회상하면서 희노애락을 달래느라 송년회를 한다. 이제 임진년 올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으니 그간 사회에서 알고 지내는 친지나 고향, 직장 또는 모임의 사람들과 크고 작은 행사를 하기 마련이다. 술판이 벌어지고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다하다 보면 술로 한 해를 떠나보내기라도 하려는 듯 인사불성이 되도록 2차, 3차까지 먹고 마실 경우도 있다.

요즘에는 송년회(送年會)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 사용했던 망년회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이름은 바꿨지만, 여전히 우리는 망년회란 이름으로 끼리끼리 모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네 망년회는 정해진 틀이 있다. 첫째도, 둘째도 배불리 먹어야 하고, 코가 비뚤어지게 마셔야 한다. 가정에 초대받을 때나, 바깥에서 만날 때도 예외가 없다. 우리나라 음식은 맛도 있고 실속도 있다지만 버리는 것이 절반이다.

뻔히 그런 줄 알면서도 무조건 많이 차려놓고 손님을 맞는다. 모두가 그것이 미덕인 것처럼 알고 있다. 남는 음식을 버리지 않는다고 해도 그 수고와 비용이 아깝다. 음식점에서 망년회 행사를 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사람들이 만나 좋은 행사를 하는 파티문화는 서양을 좀 닮아도 좋을 것 같다.

우선 먹는 것이 주(主)가 아니다. 처음 서양의 파티에 참가해본 사람은 허술한 식탁에 놀라게 된다. 우리의 풍습으로는 손님을 불러놓고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그쪽 사람들은 그런 파티에 초대받고도 여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자리에서 만나 유쾌하게 대화하고 웃고 떠들고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초대 손님이 많으면 음식을 차릴 때도 뷔페식이다. 한쪽 구석에 음식들을 차려놓고 각자 원하고 좋을 만큼 가져가서 먹는다.

그런 음식은 나중에 남아도 처리하기가 좋을 것이다. 음식 탓을 하자면 중국 사람을 따라갈 재주가 없다. 그런 중국 사람들도 음식을 한꺼번에 차려놓고 먹는 일은 없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한 접시씩 나오고, 각자의 양만큼 든다. 우격다짐으로 먹는 식이 아니다. 또 하나 중국 사람들의 식탁 풍경으로 인상적인 것은 마치 축구시합장처럼 시끄러운 것이다. 그 정도로 쾌활하게 담소를 즐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식상에 마주 앉으면 방금 싸우고 난 사람들 모양으로 말없이 먹기에 바쁘다. 사양하는 술도 막무가내로 입에 대준다. 그렇게 한참 지나고 나면 비로소 말소리 도 들리고 노래도 부를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과식으로 배가 불편하고 술도 도를 지나 정신이 몽롱한 상태다. 담소고 대화고 귀찮아 진다. 어서 빨리 자리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간절함 생각만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12월이 되면 사람들의 연레행사인 망년회가 대개는 그렇게 끝나고 한해도 그렇게 마무리된다. 그야말로 망령회로 한해를 어물쩍 보내게 되는 꼴이다. 선진국이 되는 길은 GNP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문화의 세련화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시는 것은 원래 일본식 풍속에서 시작됐다. 일본에서는 1400여년 전부터 망년(忘年) 혹은 연망(年忘)이라고 해 섣달그믐께 친지들이 서로 어울려 술과 춤으로 흥청대는 세시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문화가 일제 강점기 한국으로 건너왔다.

우리의 본래 연말 풍습은 이런 것과 거리가 멀었다. 우리 선조들은 마지막 달을 한 해를 돌아보고 빚진 것을 모두 갚는 달로 삼았다고 한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경건하게 보내는 시기였다.

망년회가 아닌 송년회라는 말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송년회는 `송구영신(送故迎新)`이라는 사자성어와도 통한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이다. 송고영신(送故迎新)에서 나온 말로 관가에서 구관(舊官)을 보내고 신관(新官)을 맞이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올해는 어느 때보다 송구영신이 잘 어울릴 것 같다. 능력 있고, 국민을 위해 일 잘하는 새로운 국가지도자를 선출하고, 대한민국의 발전도 축원해야 하고, 국민의 평안도 염원하면서 올해를 잘 보내고 다가오는 해를 잘 맞이해야 하는 시점이다.
 
새로운 5년, 혹은 그 이상의 우리 삶과 미래가 달린 이번 2012년 임진년을 보내야 한다. 먹고 마시고 취하여 인사불성이 되는 망년회보다 2013년 계사년을 새롭게 맞이하기 위한 송년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대구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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