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동지역 6월의 염천지하(炎天地下) 온도는 섭씨 38도를 넘나든다. 이런 무더움을 극복하고 아부다비 도심에서 270km 떨어진 바라카에다 한국형 원전 APR1400을 건설하고 있는 한국 엔지니어 2000명과 외국 기술자 3000명을 생각해 이를 외면한다면 곧 불경(不敬)에 속한다.
그래서 칼럼의 제목으로는 부적절하고 동시에 기피를 해도 유감을 표시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선 아부다비 바라카 원전 공사 현장에서 듣게 되는 여러 가지 볼멘소리와 강한 질타와 재발방지의 대안까지 믹싱된 내용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5월 28일 바라카 원전 현장에서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하여 칼툰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 장관 등이 참석하여 2호기 기공식을 가졌다.
|
국내 원전은 관리 부실로 전력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라카에서는 원전 수출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날 서울 종로구에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과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브리핑에서 “제품 시험 결과가 조작된 불량 제어 케이블을 사용한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가동을 정지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접한 윤상직 장관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급하게 귀국길에 오르는 것을 지켜본 바라카 원전 현장은 축제장이 아닌 탄식장으로 일순 바꾸어버렸다. 문제가 된 불량 제어 케이블 사건은 작년 11월의 가짜 부품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건 부품 업체들이 성능 시험도 거치지 않는 미검증(未檢證) 제품을 납품한 수준이었다.
이번은 외국 시험 기관이 불합격 판정을 내린 시험 성적서류를 변조해 납품한 범죄다. 그때 문제가 된 퓨즈와 계전기처럼 일반 산업체에서도 쓰는 범용 부품들로 원전 안전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주변 부품들이었다.
주무 장관까지 쫒기듯 귀국길에 오르게 한 이번 문제였던 제어 케이블은 원전 사고 때 핵연료를 냉각시키고 방사선 물질의 누출을 막는 안전 설비에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부품이다. 그것도 부품 안전성을 판정하는 검증기관이 해외 시험 업체가 보내온 시험 성적서의 그래프를 변조했다. 이를 감독기관은 밝혀내지 못했지만 외부 제보를 받고서 다시 조사에 들어가 확인파정에서 결국 꼬리가 잡혔다.
하긴 원전 1기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3조 원에 부품만 300만여 개다. 그렇다고 해도 공사에 참여하는 업체와 전문가는 제한적이다. ‘그들만의 리그’가 강하게 짜일 수밖에 없다. 진입장벽이 높지만 한 번 들어가면 끼리끼리 나누어 먹는 구조가 결국 이번 문제의 단초가 된 원전 마피아의 먹이사슬이 되었던 것이다.
이번 문제로 올 여름 전력수급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총 23개의 원전 중 10개가 멈춰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엉터리 부품 교체작업으로 4∼6개월 간 문제의 원전 가동이 중지되면 한국전력은 1조 원 손실이 예상된다. 원자력발전 대신 발전 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 쥐어주는 돈 때문이다.
신고리 3·4호기의 운영이 늦어지면 향후 원전 수출과 아부다비 바라카 원전 1·2호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신고리 원전을 모델로 삼아 한전은 바라카 원전 수출계약을 했기 때문에 신고리 3호기가 2015년에 상업운전을 못할 경우 0.25%의 지체보상금을 바라카 원전측에 내야만 한다.
결국 원전 마피아가 저질은 범죄의 대가는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 것 그 자체도 큰 문제가 되지만 앞에서 언급한대로 바라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국 엔지니어들의 질타와 탄식과 주문까지 들어보아야 한다.
하나, 늦게나마 한국 정부를 이를 직시해서 일벌백계(一罰百戒) 정신으로 지금의 납품체계를 전부 바꿔야 한다. 원전 마피아가 다시는 준동하지 못하게 시스템을 바꾸어 원전부흥 2.0 버전을 제정해 실시하여야 한다.
둘, 문제가 된 제어 케이블 납품 업체는 바라카 원전 입찰에서 제외되었다는 등의 미봉책 발표가 아닌 원전 운영과 원전 안전성에서 투명성이 확보된 한국 원전산업으로 등극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셋, 이번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원전산업 경쟁상대인 일본 도시바와 프랑스 아레바 등은 이를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이들 입에서도 한국 정부의 환골탈퇴(換骨脫退)를 들을 수 있게끔 구조적 수술과 보완만이 UAE 원자력공사(ENEC)을 안심시킬 수 있다.
넷, 문제의 심각성을 연일 보도했던 국내외 언론매체의 힘을 다시 빌려서 한국 원전의 새로운 출발을 제시(또는 유도)하는 등의 고강도 언론정책을 펼쳐야 한다.
다섯, 한국 국회는 한국 원전산업의 미래를 위해 의원입법으로 이를 법제화시키는 일이다. 가능하면 미국처럼 국가나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높은 법안을 통과시킬 때는 법을 만든 의원들의 이름이 붙는다.
2010년 7월 발표된 ‘도드-프랭크법’이 대표적이다. 또 2002년 7월 엔론 사태 이후 만들어진 ‘사베인스-옥솔리법’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야만 한국 원전 수출에도 힘이 붙고 안전성 확보의 보증수표로 통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저런 아부다비 바라카 원전 현장의 목소리는 한국 원전산업의 부흥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 도움말이 된다. 차제에 한국 정부의 기민한 사건 수습정책을 대망(大望)한다.
이를 통해 아부다비 현장에서 최근 우려되고 있는 아부다비 유전개발 프로젝트가 성사될 수 있는 지름길임을 알아야하기 때문에 그렇다.
가능하면 내가 외면하고 회피하고 싶었던 한국 원전산업 불명예를 불식시키는 데 아부다비 바라카 원전 현장의 목소리로 대신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