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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멍들게 한 UAE 원자력공사(ENEC)

<아부다비 통신>아부다비 바라카 원전 유감(有感)

임은모 글로벌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3/06/04 [10:06]
외면하고 싶다. 그것도 어렵다면 회피하고 싶어진다. 지난주 원전 부품 불량과 시험성적서 변조 사건은 연일 국내외 매스컴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믿고 싶지 않는 ‘원전 마피아’의 실체를 밝힌 언론 기관보다 보도하지 않는 언론 기관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여론은 비등(沸騰) 그 자체였다. 그래서 가능하면 외면하고 싶었고, 또 회피를 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중동지역 6월의 염천지하(炎天地下) 온도는 섭씨 38도를 넘나든다. 이런 무더움을 극복하고 아부다비 도심에서 270km 떨어진 바라카에다 한국형 원전 APR1400을 건설하고 있는 한국 엔지니어 2000명과 외국 기술자 3000명을 생각해 이를 외면한다면 곧 불경(不敬)에 속한다.
 
그래서 칼럼의 제목으로는 부적절하고 동시에 기피를 해도 유감을 표시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선 아부다비 바라카 원전 공사 현장에서 듣게 되는 여러 가지 볼멘소리와 강한 질타와 재발방지의 대안까지 믹싱된 내용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5월 28일 바라카 원전 현장에서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하여 칼툰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 장관 등이 참석하여 2호기 기공식을 가졌다.
▲ 윤상직     ©브레이크뉴스
 
국내 원전은 관리 부실로 전력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라카에서는 원전 수출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날 서울 종로구에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과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브리핑에서 “제품 시험 결과가 조작된 불량 제어 케이블을 사용한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가동을 정지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접한 윤상직 장관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급하게 귀국길에 오르는 것을 지켜본 바라카 원전 현장은 축제장이 아닌 탄식장으로 일순 바꾸어버렸다. 문제가 된 불량 제어 케이블 사건은 작년 11월의 가짜 부품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건 부품 업체들이 성능 시험도 거치지 않는 미검증(未檢證) 제품을 납품한 수준이었다.
 
이번은 외국 시험 기관이 불합격 판정을 내린 시험 성적서류를 변조해 납품한 범죄다. 그때 문제가 된 퓨즈와 계전기처럼 일반 산업체에서도 쓰는 범용 부품들로 원전 안전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주변 부품들이었다.
 
주무 장관까지 쫒기듯 귀국길에 오르게 한 이번 문제였던 제어 케이블은 원전 사고 때 핵연료를 냉각시키고 방사선 물질의 누출을 막는 안전 설비에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부품이다. 그것도 부품 안전성을 판정하는 검증기관이 해외 시험 업체가 보내온 시험 성적서의 그래프를 변조했다. 이를 감독기관은 밝혀내지 못했지만 외부 제보를 받고서 다시 조사에 들어가 확인파정에서 결국 꼬리가 잡혔다.
 
하긴 원전 1기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3조 원에 부품만 300만여 개다. 그렇다고 해도 공사에 참여하는 업체와 전문가는 제한적이다. ‘그들만의 리그’가 강하게 짜일 수밖에 없다. 진입장벽이 높지만 한 번 들어가면 끼리끼리 나누어 먹는 구조가 결국 이번 문제의 단초가 된 원전 마피아의 먹이사슬이 되었던 것이다.
 
이번 문제로 올 여름 전력수급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총 23개의 원전 중 10개가 멈춰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엉터리 부품 교체작업으로 4∼6개월 간 문제의 원전 가동이 중지되면 한국전력은 1조 원 손실이 예상된다. 원자력발전 대신 발전 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 쥐어주는 돈 때문이다.
 
신고리 3·4호기의 운영이 늦어지면 향후 원전 수출과 아부다비 바라카 원전 1·2호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신고리 원전을 모델로 삼아 한전은 바라카 원전 수출계약을 했기 때문에 신고리 3호기가 2015년에 상업운전을 못할 경우 0.25%의 지체보상금을 바라카 원전측에 내야만 한다.
 
결국 원전 마피아가 저질은 범죄의 대가는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 것 그 자체도 큰 문제가 되지만 앞에서 언급한대로 바라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국 엔지니어들의 질타와 탄식과 주문까지 들어보아야 한다.
 
하나, 늦게나마 한국 정부를 이를 직시해서 일벌백계(一罰百戒) 정신으로 지금의 납품체계를 전부 바꿔야 한다. 원전 마피아가 다시는 준동하지 못하게 시스템을 바꾸어 원전부흥 2.0 버전을 제정해 실시하여야 한다.
 
둘, 문제가 된 제어 케이블 납품 업체는 바라카 원전 입찰에서 제외되었다는 등의 미봉책 발표가 아닌 원전 운영과 원전 안전성에서 투명성이 확보된 한국 원전산업으로 등극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셋, 이번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원전산업 경쟁상대인 일본 도시바와 프랑스 아레바 등은 이를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이들 입에서도 한국 정부의 환골탈퇴(換骨脫退)를 들을 수 있게끔 구조적 수술과 보완만이 UAE 원자력공사(ENEC)을 안심시킬 수 있다.
 
넷, 문제의 심각성을 연일 보도했던 국내외 언론매체의 힘을 다시 빌려서 한국 원전의 새로운 출발을 제시(또는 유도)하는 등의 고강도 언론정책을 펼쳐야 한다.
 
다섯, 한국 국회는 한국 원전산업의 미래를 위해 의원입법으로 이를 법제화시키는 일이다. 가능하면 미국처럼 국가나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높은 법안을 통과시킬 때는 법을 만든 의원들의 이름이 붙는다.
 
2010년 7월 발표된 ‘도드-프랭크법’이 대표적이다. 또 2002년 7월 엔론 사태 이후 만들어진 ‘사베인스-옥솔리법’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야만 한국 원전 수출에도 힘이 붙고 안전성 확보의 보증수표로 통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저런 아부다비 바라카 원전 현장의 목소리는 한국 원전산업의 부흥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 도움말이 된다. 차제에 한국 정부의 기민한 사건 수습정책을 대망(大望)한다.
 
이를 통해 아부다비 현장에서 최근 우려되고 있는 아부다비 유전개발 프로젝트가 성사될 수 있는 지름길임을 알아야하기 때문에 그렇다.
 
가능하면 내가 외면하고 회피하고 싶었던 한국 원전산업 불명예를 불식시키는 데 아부다비 바라카 원전 현장의 목소리로 대신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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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은모 2013/06/04 [15:44] 수정 | 삭제
  • 외국에서 귀하의 의견 개진은 저와 동감입니다.
    특히 서울 한전 본사에 둥지를 튼 ENEC 직원들의 애졍과 충고가 믹싱된
    원자력산업 부흥에 대한 의견과도 동일합니다.
    Good Luck!
  • 대장쟁이 2013/06/04 [12:42] 수정 | 삭제
  • 30년 청춘을 바친 회사를 한을 안고 떠난 지 15년이 지났지만, 정말 한심스럽고 부끄럽고 황당한 나날입니다. 반만년 가난을 이기려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탁월한 혜안으로 추진한 원자력, 1972년 고리 1호기부터 시작하여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값싼 전력으로 경제부흥을 이끌고 뒷받침한 원자력의 찬란한 업적이 야비하고 파렴치하고 무책임하게 안전을 갉아먹은 자들에 의하여 한 순간에 무너지는 듯 한 참담한 모습을 보며 말을 잃을 지경입니다. 원자력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고 명백히 이러한 범죄행위는 엄벌되고 척결되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 조심스럽게 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 일로 무조건 호통을 쳐서 원자력발전소를 세워놓는 것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에 의한 타당하고 적절한 조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케이블의 피복은 고무나 합성수지 재질로써 발전소의 열악한 운전조건, 고온이나 습도, 방사능 조건에서 열화되고 손상되지 않고 장기간 견딜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인증절차가 필요하며 이것이 EQ, Environmental Qualification입니다. 그러므로 EQ는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내구성의 문제이며 따라서 EQ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 케이블의 샘플이나 시험내용을 간단히 확인해 보기만 한다면, 원자력발전소의 숙련되고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라면,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기술자라면, 지금 당장은 운전상 안전성 문제가 없고 조기에 케이블을 교체하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이 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 누가 감히 이런 맞아죽을 건의를 할 것이며 어느 누가 이런 기술자의 철없이 정직한 의견이나 세상물정 모르는 헛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까? 대한민국에 과학기술의 꽃? 고목나무를 짓밟으면서 거기에 꽃 피기를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도 30년 세월 뼈저리게 경험하였지만, 그 사고와 판단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신뢰받는 한 인간이 아니라 시키는대로 머리 아픈 일이나 해내어야 하는 인격 없는 도구로 취급 받는 이공계의 슬픔과 비애를 누가 알겠습니까? 이 와중에 에어컨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가 뜨는군요. 참 한심스러운 정부에 한심스러운 국민입니다. 국민이 수십만원짜리 5킬로와트 용량 에어컨 한 대 사서 달면 발전소는 수백만원어치가 필요합니다(KW당 건설비용은 2,000~3,000불). 원자력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원자력발전소 부품을 가지고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을 용서할 수는 없지만, 체르노빌이나 드리마일, 후쿠시마를 들먹이면서 원자력발전소를 위험한 핵무기로 만들고, 원자력산업을 통째로 싸잡아 원자력 마피아로 몰아가는 언론이나,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반사작용으로 경기를 일으키듯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며 호령일갈로 원자력발전소를 세워버리는 정부나..... 이 더운 한여름 제한송전과 블랙아웃을 자초하는 "한국적 원자력"을 바라보는 마음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제가 이런 소리 한다고 돌을 던지겠다면 던지라 하십시오. 여긴 바다건너라 돌 던져봐야 와닿지도 않습니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은 매몰되어 버리고 선동적이고 감정적이고 일률적인 함성의 탁류만이 소용돌이하는 듯 한 조국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서 한 말씀 당돌하게 올렸습니다. 고국의 올여름 더위라도 제발 혹독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외람되이 올린 말씀이 언짢게 해드리지 않았기를 또한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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