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의 사슬을 끓고 민주화만 되면 극심한 인플레이션, 외채문제,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고 교육, 의료 등 복지를 확대하여 자유와 평등을 구가하는 밝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아르헨티나 국민은 믿었다. 그러나 오랜 국정의 혼란을 짧은 시간에 반전시키는 것은 그의 능력 밖이었다. 결국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대통령은 임기 5개월여를 남기고 1989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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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임기 말 전 퇴임이지만 라디깔당(UCR: Unión Cívica Radical: 시민연합 급진당)의 민선 출신 대통령이 민간 출신인 다른 당 메넴에게 정권을 이양 한 것 또한 아르헨티나 역사에서 1916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메넴 대통령의 실패에 이어 뒤를 이은 라디깔 당 소속 델라 루아 대통령도 경제위기 극복을 못하고, 2001년 혼돈 속에서 임기의 반밖에 채우지 못하고 권좌에서 도망갔다. 아르헨티나에서 두 명의 라디깔당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한 것이다. 라디깔당은 1891년에 창당해서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정당이며, 역대 7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전통을 자랑하는 정당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두 대통령의 중도하차로 그 당의 존재가 미미해졌었다. 2003년 대선에서는 2,34%의 지지에 그치는 등 당의 존폐 위기에까지 몰린 적이 있다.
비록 라디깔당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알폰신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민주화의 아버지로 존중되었고, 2009년 3월 31일 서거로 생을 마감했다.
필자는 2009년 4월 5일 경향신문에 “아르헨 민주화의 아버지, 알폰신” 이라는 기고를 통해 당시 10여만 명에 이르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애도 물결을 소개한 바 있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4051831475&code=990304).
지난 2011년 대선에서는 라디깔당은 라울 알폰신 대통령의 아들 리까르도 알폰신을 후보로 내 세웠으나, 크리스티나 대통령이 54.11%를 획득하여 재선되고, 단기 필마의 사회당 에르메스 비네르 후보가 획득한 16.81%에도 못 미치는 11.14%를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지난 10월 27일 중간 선거에서 멘도사의 훌리오 꼬보스 등의 활략으로 전국에서 24.7%를 획득하여, 집권 크리스티나 진영의 33.4%와 페론당 비주류가 얻은 25.2% 바로 뒤를 이어 전국적으로 존재가치를 확실하게 되찾은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기반을 되찾은 라디깔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은 30년 전 1983년 알폰신을 통해서 쟁취한 승리를 회상하고, 미래에 대한 승리를 내다보면서 장래의 희망을 얘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이번 선거에서 아르헨티나 국민 10명 중 7명이 이 정부를 반대했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국회의원에 다시 선출된 리까르도 알폰신은 아버지 라울 알폰신이 추구했던 평등, 정의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자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5일 부에노스 아이레스시 꼬리엔테스 대로 서점 거리의 에르난데스 서점에서 언론인 오스카르 문니요(Oscar Muiño)가 저술한 ‘알폰신, 민주주의의 신화와 진실’의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당대의 최고 역사학자인 루이스 알베르또 로메로( Luis Alberto Romero)와 알폰신과 동시대에 민주주의를 이루고 두 번에 걸쳐서 대통령을 역임한 훌리오 상기네티(Julio María Sanguinetti Coirolo) 우루과이 전 대통령이 각각 축사를 했다. 로메로는 알폰신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하고 민주화를 이룬 상기네티 전 대통령은 알폰신과의 여러 인연을 소개하고 “알폰신은 이 지역의 민주주의 상징임에 틀림 없다”고 증언했다.
이 출판기념 행사에는 상원의장을 지낸 페론당 메넴 대통령의 동생 에드와르도 메넴, 다디깔 당에서 장관과 상원의원을 지낸 로돌포 떼라그노 등 여야를 망라한 정치인과 알폰신 정부에서 파업을 일삼았던 노조의 현 노조위원장인 우고 모자노 등 각계각층에서 수 많은 인파가 모였었다.
2001년 델라 루아 대통령이 퇴진 한 이후 키르츠네르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대통령이 연임한 지난 10년 동안, 집권여당인 K그룹에서는 ‘성공한 10년’이라고 자평 한 반면, 반대 진영에서는 ‘실패한 10년’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 인식은 현재 아르헨티나 상황은 3권 분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부패의 증가, 빈곤 퇴치, 치안 부재 및 마약 문제 등 하루 속히 국가가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민주화 30년에 못 다한 숙제라고 강조한다. 또한 민주화 이후 사법, 입법 기능을 희생하여 과도하고 독점적으로 집중된 대통령 권력은 반드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일반 국민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정부가 얼마나 국민의 의사와 관계가 멀게 개인과 소집단의 이익만을 위하여 권력과 자원의 분배를 자의적으로 행사하는지를 체험하고, 이번 선거에서 이를 경험으로 투표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결국, 아르헨티나 국민은 민주화 30년을 돌아보면서, 민주주의 법과 제도아래 주기적인 선거를 통해 행정부와 의회 권력을 바꾸어도 해결하지 못하는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혹독한 군부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했던 용기, 민주, 평등, 정의의 실현을 위해 투쟁하고 반대자들을 포용하고, 본인과 소집단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여 부패하지도 않았으며, 국민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권력을 내놓은 결단을 한 알폰신의 진가를 확인하고 그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parkcoa@naver.com
*필자/박채순. 박사. 아르헨티나 거주.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