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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으로 기억되는데 우리가 중국과 수교를 하고 나서, 김대중 대통령(당시 민주당)총재께서 중국사회과학원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니고, 국가의 중장기 정책을 만들어내고 발언권도 센 곳이라고 들었다. 사회과학원 원장이 주선을 해서 비공식으로 주룽지(당시 농업 담당)부총리를 만났다. 당시는 우리정부가 야당 인사를 중국고위인사가 만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던 때여서, 김대중 총재와 주룽지 총리의 만남은 비공식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체면과 격식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인지라 회견 장소는 조어대(釣魚臺) 영빈관 18호에서 만났다. 배석자 없이 통역은 백결이라는 김일성대학을 졸업한 여성 인사가 맡았다.
주룽지 총리가 대뜸, 대풍년이 들어 “식량을 저장할 창고가 부족해서 걱정”이라 말하면서 중국은 식량을 자급자족하고도 남는다고 말을 하는데, 당시 김대중 총재께서는 놀라시는 표정이었다. 특히 북한을 생각할 때 중국의 실량보관 창고 걱정은 행복한 고민을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주제는 자연스럽게 남북문제로 넘어갔는데, 대화는 김대중 총재께서 주로 묻고, 주 총리가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중국이 우리보다 북한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대중 총재께서 북한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고 묻자, 주 총리는 딱 잘라 “주체사상”이라고 말하면서, 뭐든지 자기네 방식으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하라고 권하면 따라하는 것은 주체사상이 훼손된다고 하지를 않으니 참 어렵다고 말하고, 그래서 중국으로 데려와서 살짝 보여주기만 한다는 게 주 총리의 설명이고,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한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주체사상이 강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주제는 북한의 경제난이었다, 그것을 해결하려면 개방과 개혁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데 두 분께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주 총리의 판단과 생각은 냉정하게 보였다. 당시 북한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던 나진선봉경제특구로는 경제난을 극복하는 데는 어림도 없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주 총리는 실로 두려운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이 북한의 인민들을 위해 밥을 먹게 해줄 수는 있다. 식량도 주고, 다른 것도 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하면 북한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배만 부르면 그것이 지상낙원이 되어 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고 또 바란다. 그런데 휴전선이 군사적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우리가 관심을 갖고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고개를 돌려 휴전선을 한번 쳐다보는 순간 미국과의 경제적 격차가 2~3년이 더 벌어진다.”
결론적으로 자신들은 미국과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따라 잡아야 하는데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개입 내지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물론 내세우는 명분은 한반의 평화는 세계평화의 축이고 중국의 안보에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당시 중국의 생각이 그렇게 바뀌었는데 북한은 지금까지도 중국을 혈맹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전쟁보다 평화를 선택하고, 북한과 혈맹이 되어 미국과 군사적 대결로 가는 길은 이미 버린 것 같았다. 이것이 `휴전선을 한번 쳐다보는 순간 미국과 격차가 2~3년 더 벌어진다는 의미와 북한체제가 흔들리고 붕괴되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중국의 속마음을 보는 것 같았다. 중국은 한반도에 평화를 지향하고, 자국의 경제발전을 최고의 가치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제는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다. 전쟁보다 평화를 원하는데 경제적 이해관계에 혈맹이 어디에 있으며, 또 전쟁이 없어졌다면 무슨 혈맹이 필요하겠는가. 뒤에서 듣던 나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북한이 빨리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자 이른바 `북한 붕괴`나 “흡수 통일”을 점치는 학자들의 목소리가 더 커졌었다. 학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북문제는 학자의 관점으로는 도저히 풀릴 문제가 아니다. 북한체제가 어느 날 갑자기 붕괴가 된다면 중국이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미군이 한반도에 영구적으로 주둔하고 있는 것을, 중국은 상상하기도 싫을 것이다. 중국은 미군이 주둔하는 통일은 사생결단으로 국경을 맞대는 상황을 막으려 할 것이다. 통일 후 한반도에 미군이 있는 한 국경을 맞댄다는 것은 미군을 자신들의 앞마당에 불러들이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체제가 붕괴되면 국제적으로 한반도를 평화 중립지대 즉 진공 완충지역으로 만들자고 제안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군 철수 주장을 할 것이다. 이것은 국제적으로 명분 쌓기 용이며, 이러한 문제는 동북아의 새로운 안보질서의 재편이며 세계 평화와 안보에 직결되기 때문에 미국이 쉽게 철 수 결정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미군 철수에 관한 문제는 일본이 제일 예민하게 강한 반발을 할 수 있다) 미국은 미국대로 이 기회에 자신들의 안보 선을 확장하려 든다면 러시아도 조용하게 가만히 앉자 있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구한말처럼 한반도는 4대국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 민족에게는 최악의 사나리오다. 이것은 북한에 질서와 치안유지를 앞세워 군사적 개입 내지 중국군 진입이 이루어 질 것이고. 이것은 우리 민족이 영구분단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최선은 북한을 인내심을 가지고 개혁 개방으로 유도해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 개혁 개방을 해나가게 유도하고 도와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많은 나라들이 북한을 돕고 투자하고, 한반도는 새로운 세계 평화 경제 부흥지대의 국가와 지역이 될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는 평화라는 말과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 평화를 말하면 유약하고 친북적이며, 유화적이고 종 북주의자로 몰리 수 있는 사회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평화와 사랑이란 단어보다 강하고, 아름다운 말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평화라는 단어 속에는 평화의 죄와 벌이 있고. 사랑이란 단속에는 사랑의 죄와 벌이 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도 할 수 있는 것이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별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전쟁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며, 평화 속에는 경제제제, 봉쇄, 무력응징, 전투, 전쟁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주의자요, 평화지도자요. 철저한 안보 반공주의자였다. 평화 지도자는 무력사용도, 전투도 모르고, 전쟁은 겁이 많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우리사회 인식과 비판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평화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왜? 평화를 지향하고. 평화통일을 외쳐야 하는가. 그것은 평화는 평화로 지키는 것이 선이기 때문이다. 부드러움과 강함을 다가지고 있는 것이 평화요, 진짜 강한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다 같이 알아야 한다.posone01@naver.com
*필자/김정기. 김대중 전 대통령시 청와대 수행부장. 한국정치사회숲 이사장.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