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벌써 한 달이 다가오고 있다. 가장 희망적이어야 할 새해 아침이 산뜻하지 않다. 사학법 파동에다 연초 개각이 정초부터 국민들을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 국회는 아직도 파행상태이고 국정지도자는 말만하면 국민의 불안만 조성하고 분열을 책동하니 편할 날이 없다. 정치권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밥그릇 챙기기에 바빠 입으로만 상생의 정치를 얘기하고 입으로만 양극화 해소를 얘기하지만 실지는 권력에 취해 정권연장에만 몰두하는 듯 하다.
늘 하는 식대로 상생을 외치고 양극화 해소를 얘기만 하면 그러려니 하지만 국민과 직결되는 세금문제에서는 대통령의 신년 연설은 새해 희망마저 앗아가 버렸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인기가 없더라도 내일을 위해 소신대로 국정을 끌고 가겠다고 했다.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에 재경부는 기다렸다는듯 서민들 호주머니를 터는 소주값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25일 기자회견에서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 일은 할 수 없다"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 새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헷갈림을 넘어 국민을 우롱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노무현 대통령이 세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진짜 생각은 무엇일까.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 등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뜻을 시사했다가 일주일만에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물러선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지난 18일 신년연설에서 "예산절약과 구조조정, 거래의 투명성 제고 등의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 문맥상 '근본적 해결책'은 결국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일주일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지는 못할 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하는데 겨우 먹고사는 서민들에게 세금을 거둬들이고 국체를 발행하여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를 했던 것을 다시 시정한 것처럼 보인다.
여당의 모 대선 주자는 양극화 해소의 방법으로 군대를 반으로 줄여 그 재원으로 양극화 해소를 하겠다고 한다. 가만히 보면 대책도 없고 연구검토나 국민정서도 무시한 정책을 그저 나오는 데로 내뱉는 얘기가 더욱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과연 희망을 주는 정치는 어떤 것일까, 거대한 프로젝트로 통이 큰 정치보다는 작은 것부터 살펴 차근차근 해결해 가는 정치가 바로 희망의 정치가 아닌가. 여당의 대선 주자들이 퉁퉁 던지는 말이 국민을 얼마나 불안하게 하는가를 생각해 보고하는 말인가. 군대를 줄여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국정지도자들의 독설에 가까운 발언들이 대다수 국민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이미지는 물론 정책집행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봐도 언어의 힘과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과 ‘당신의 입안에 있는 말은 당신의 노예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당신의 주인이 된다’는 유대인 속담처럼 언어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힘을 가졌다.
황우석 쇼크로 극심한 정신적 공황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마음을 가다듬기 전에 또 어느 브로커가 나라를 시끄럽게 한다. 황우석의 ‘세기의 조작극’으로 낙인찍힌 불명예를 만회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는커녕 또다시 브로커 윤상림의 정, 법계 및 재계의 로비사건이 불거져 더욱 정치권을 불신하게 만들고 있다. 왜 희망이 없는, 희망을 앗아간 정치를 하고 있는가. 희망 정치의 적은 증오와 비난, 적대감이다.
이번 사학법 파동만 보더라도 정부는 충분한 이해와 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사안을 힘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파멸과 분열을 초래하였고, 유시민 의원의 장관 기용도 여당 내 조율이 불충분했기 때문에 초래된 사안인데,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차세대 지도자 육성' 운운하면서 한사코 기용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니 그런 꼴을 보고 있는 국민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한탄을 하는지 알고 나 있는 것일까. 양보와 겸손의 미덕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대통령에게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
손뼉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자기 주장만 옳고 남의 말은 듣지 않는다면 개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리 만무하다. 지도자답게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것도 희망의 정치다. 지금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정치권을 지켜보고 있다. 여야 모두 새해에는 국민을 위하여 희망의 정치를 되살릴 준비를 해야 한다. 해가 바뀌었으니 달라진 게 많다는 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기를 소망한다.
특히 올2월에는 여당의 당의장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있고, 연이어 5월에는 전국적으로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7월에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있고 올해가 지나면 대선의 깃발이 온통 전국을 휩쓸 것이다. 우리 국민은 언제나 편히 세상을 살아 볼 것인지 암담한 정치권을 보고 있노라면 가뜩이나 살기 힘겨운데 스트레스를 받아 누구라도 한 두 개의 중병을 앓고 있을 국민들에게 제발 희망이란 산뜻한 선물을 주는 대통령과 정치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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