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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안녕하십니까?”로 50억 번 사나이

"세상의 모든 고객을 회장님으로 모시며 살아왔다"

이래권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11/24 [10:31]

속담에, “웃는 낯에 침을 못 뱉는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란 말이 있다. 일상의 버거움과 미래에 대한 우울한 터널을 견디지 못해 여기저기서 모녀 혹은 모자 부부 동반자살이 하루에도 수십 명씩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내 55년을 살면서 그런 이웃한테 살아있음이 얼마나 감사하고 또한 죄스러운지 모른다. 나한테 그 원인을 돌리기엔 너무 무능력하고, 그렇다고 해서 국가와 대기업의 착취와 방관으로 돌리기에도 너무 패배주의와 배척당한 굴종의 자죄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이 짧은 한마디를 못 외치고 가족 집단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대한민국 2014년의 겨울을 앞둔 서민들과 비정규직들의 현실이다. 인간이 개돼지는 아니다. 인간은 죽음보다도 더 존귀한 자존심과 법 앞에서 평등한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물론 애완견 천만시대에 있어 개만도 못한 일상을 꾸리는 이웃이 허다하다. 막말로, “개만도 못한 내 인생!” 들이 골목골목에 즐비하다. 이제 무직자와 경제적 무능력으로 내팽개쳐진 소중한 이웃들의 집단 가족자살을 국가가 나서서 막아야 할 시점이다.

 

◆인사는 돈 안 들어! 아무나 회장님이라고 불러!

 

▲ 이래권 작가     ©김상문 기자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이 한마디를 앵무새처럼 인사를 모든 고객에게 건네어 50억을 번 사나이가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비둘기 완행열차를 타고 아랫녘 시골을 탈출했다고 했다. 생김새는 호위무사 같이 생겼다. 그가 서울에 올라와 30년 전 강북에 터전을 잡은 곳은 자동차 수리소, 즉 세차장보다는 크고 공업사보다는 작은 일터였다.

 

오랫동안 상담하고 지켜본 결과로선 도저히 50억을 번 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50억을 벌고 두 딸을 캐나다로 유학 보내고 대형 고깃집을 부인과 함께 운영하며,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 재물을 쌓아가는 모습이 신기롭기까지 했다. 답은 간단했다. 1980년대 초입까지는 지금처럼 차가 많지 않았다. 빌라에 살면서도 주차문제로 살인을 하는 오늘의 환경과는 너무도 다른 아랫배가 나오고 차를 타고 다니면 그 차종을 보고 신분의 높고 낮음을 대충 겉모양을 보고 판단하던 시기였다. 차종은 곧 그 사람의 신분을 대변하던 시대였다. 요새야 리스한 벤츠나 일일 용역 수입차로 사기꾼들이 강남 다복회도 만들고 CNK 투자설명회로 속이다가 정체가 탄로나지만, 그 당시엔 차가 곧 신분이었다. 코란도에 팔뚝만한 핸드폰으로 치장하면 웬만한 지방관리는 읍소하며 예를 갖추고 부스러기 돈을 챙기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박 사장은 자기 공업사에 오는 손님에게 무조건 허리를 90도록 꺾으며,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무얼 도와드릴까요?” “예예,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차를 고치면 그 장소로  가져다 놓겠습니다.” 박 사장의 초고속 최고 서비스와 고객만족 인사성은 온 동네에 퍼졌다.

 

◆30년 전 사우나 초대로 거부가 된 박 사장!

 

하루는 고객 중에 제일 중후하고 학식 있는 회장 중의 한분이, “자네 낼 식전에 향유탕(香油湯) 사우나에 나올 수 있는가?” 라고 물었다. 고객과 손님 사이만 알고 머리를 조아리던 박 사장은 머리가 혼란스러웠지만 단골이고 제일 좋은 차를 타던 회장이라, “예예 알겠습니다요.” 선뜻 제의를 수락했다.요샌 찜질방이 대세지만, 당시엔 사우나가 재력가들의 새벽미팅 장소였다. 다음날 새벽에 향유사우나에 가보니 온탕에 몸을 담그고, “청산리~벽계수야~” 타입의 노인들이 박 사장을 반겼다. 이런저런 차에 관한 질의응답을 하던 박 사장은 전문가로서 돈 많은 영감들을 구워삶았다. 한참 후에 노인 회장 한분이, “자네 낼부터 이 향유탕에 나올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짧게 고민하던 박 사장은 태어나 처음으로 차에 대한 선생으로 등극했다. 또한 재력가 회장들을 단체로 매일 새벽에 만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었다. “예예, 언제 어디서는 불러만 주시면 지옥문이라고 뚫고 달려가겠습니다.” 박 사장의 충정어린 답변에 늙은 회장들은 “흐음” 기침소리를 내며 그룹의 자문 겸 심부름꾼을 얻음에 서로 기쁘고 안락한 내색을 감추었다.

 

세월이 흘러 박 사장은 회장님 틈에 끼어 목욕탕 수업을 십여 년 받았다. 회장님들이 하라는 대로 땅과 건물을 사들였다. 특히 IMF 때 평당 275만원 하던 땅을, 부인이 운영하는 갈빗집에서 나오는 이익을 몽당 털어 넣고 부족하면 은행 융자를 보태 투자하니 10년이 지나 땅값이 열배로 튀었다. 평당 200만원!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았다. 무작정 예스맨의 성공이었다.

 

◆부자의 초대는 너무 초라하고, 억압적 권위 하에서 이루어졌다.

 

어느 날엔가 전화가 왔다.


도사님의 지도격려에 부자가 됐고, 이 판에 딸들을 캐나다에 유학을 보내기로 작정했으니 저녁 소주 한잔 대접하고 싶다는 거였다. 부자 부자 부자 부자 부자……. 나는 뭔가? 전세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하여튼 대학가 번화가 한복판에서 만났다. 애시당초 꿈에서나 그리던, 킹크랩 참치집 안동찜닭은 예견대로 지나쳤다. 허름한 실내포장마차에 초대됐다. “뭘로 드실 건가요?” 부부는 내 눈치를 살피며 안주를 고르라 했다. “소주 한잔 먹는데 뭘 복잡하게…….” “그래도 손님인데...?”. 안주 선택문제로 오고가는 사양으로 오 분이 넘어갔다. “그럼, 겨울이니 김치오뎅탕이 어떠십니까?” 만원. 네명. 저녁 술상. 소박하고 인간적인 서민술상. 50억 번 사나이. 옆에서 반나절씩 조언하고 초대된 술상. 못 먹어서 섭섭하고 소박해서 본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부인은 밍크코트를 입고 나왔다. 남편은 정장에 구두를 신고 나왔다. “부자는 아무나 되나?” 생각했다. 소주 두병을 나발불듯이 마셔댔고, 휘청휘청 집으로 돌아왔다.

 

박 사장의 장점은 그 누구든지 자기보다 잘났으면 머리를 조아리고, 못 났으면 상대하지 마라. 시간낭비다. 나는 박 사장한테 이미 쳐진 사기꾼으로 전락했음을 직감했다.

 

부인한테서 전화연락이 왔다. 자녀 유학문제로 방문하고 싶어 예약할 수 있느냐는 거였다. 나는 고뇌했다. “예약이 꽉 차서…….” 다시 연락이 왔다. “예약이 꽉 차서..,” 이렇게 해서 보름이 지나가니 전화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5년 정도가 흘렀다.


동네 소문 중에 박 사장이 세브란스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풍문이다. 사건은 다음과 같았다. 동네 건달들이 회식을 자기 집 갈빗집에서 한 모양이다. 건달들이 이쑤시개로 이빨을 수셔대고 손님들을 위협조로 출입구를 막으니, 먹었으면 어서 돈 내고 가라는 투로 말했던 모양이다. 요새 건달들은 사행 유흥 사창을 넘어 폐기물 건축 등에 진출하며 진화하고 있다. “야 실어!” 산 속으로 끌려갔고 평소 가분수처럼 머리가 큰 박 사장의 축구공만한 얼굴이 농구공만하게 얻어터져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풍문이다.

 

50억! 로또 세 번을 맞춰도 제세 원금을 넘기는 돈이다. 박 사장! 그는 50억을 얻었지만, 인심을 얻진 못했다. 나 같으면, “어이 동생들 그냥 가시게. 요즘 힘들지? 배고프면 자주 들르시게. 나도 이젠 밥술이나 뜨니 동생들 회식 한번 못 시키주겠는가? 걱정 말고 자주 들르시게…….”라고 말했을 것이다.

 

암튼, 인사 잘해서 사우나 회장클럽에 가입하고, 세차장 심부름꾼이 50억을 벌었으나, 세간의 드센 역풍을 막진 못했다. 어머니 자궁을 나와 누군들 부자고 건달이고가 낙인찍히겠는가?


돈은 쌀이다. 쌀은 평등한 회장 인간 기본권적인 욕구충족 조건이다. 즉 최소한의 투자로 자본주의의 몰락을 막는 국가적 복지의 의무이다.

 

◆인간이 개만도 못하냐?

 

올해 애완견 식량산업이 3200억 원, 즉 3억불로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사람이 개 보다 못하냐? 대기업이 이 거대한 성장의 “동물밥”시장에 뛰어들었다 한다. 개만도 못한 인간으로 치부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냉혹함이다. 월드컵 아시안 게임에 참가하지 못하고 메달을 못 따는 선수들이 건달로 돌아선다. 이 선수들에 대한 국가적 생계안정 대책이 시급하다. 100명을 잘라내고 한두 명을 선택하여 메달 딴 영웅으로 추앙시키는 것이 한국의 체육이다. 100:1로 영웅을 탄생시킬 순 있지만 양아치 건달로 용병되어 가는 체육영웅들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건달 노숙자.......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가르고, 방치하고 무시하면 박 사장의 사상누각처럼 된다. 양아치는 앞뒤를 못 가리는 동네 조폭이요, 건달은 체육 엘리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50억 번 박 사장은 잘 살고 있다는 풍문이다. 그러나 나는 박 사장의 50억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 나누지 못하는 물질은 캐리비안 보물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질이 인간을 나누면 자본주의의 몰락의 길이다. 물질에도 인간의 따스한 정과 온기가 흐르는 나눔과 배려 위에서, 진보를 위한 대동단결을 위한 사회적 대전제와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samsohun@hanmail.net


*필자/삼소 이래권. 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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