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흘러나온 문건에 대하여 청와대 주인께서 “‘찌라시’에 지나지 않는 일고의 가치 없는 문건”이라고 말해버리자,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겠다던 검찰 당국의 입장이 참으로 애매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찌라시’에 대한 어떤 조사와 수사가 결과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요. 수사 결과는 예상대로 발표되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언론 보도는 많은 의문을 제기하며 말 그대로 ‘대한민국이 흔들릴 정도’의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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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신문을 놓고, 사설이나 칼럼을 읽어보고, 방송의 내용까지 살펴보면 이렇게 나라가 흔들릴 정도로 시끄럽게 되었던 이유를 나열하고 있는데 꽤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청와대의 업무나 인사가 대체로 비밀주의로 진행되고, 공적인 일로 처리되는 것보다는 사적인 일처럼 처리되어 공공성이 박약해진 이유로 꼽는 것이 여론의 대세로 보입니다. 소통은 부족하고, 불통이 판을 치고, 공개된 업무보다는 비공개의 비밀주의가 더 잦은 현상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여론도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산은 비록 왕조시대의 정치를 논했지만, 흑산도에서 귀양 살던 자신의 중형, 정약전과 고경(古經)인 『서경(書經)』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 “이렇게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요순시대의 통치수단과 정책의 근본은 고적(考績:공직자의 업적평가)을 떠나서는 말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관대작이나 목민관의 업적을 평가했던 요순시대의 고적제의 훌륭한 장점들을 자세히 열거했습니다. 통치자 앞에 직접 나와 “얼굴을 맞대고 직접 아뢰게 하는 것이 고적법으로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차선책으로는 자신의 공적사항을 기록해서 올리도록 하는 일입니다.(面陳口奏 最上法也 其次 自奏功狀也 『上仲氏』)”라고 말하여 최고책임자가 아랫사람을 직접 만나 자세한 업적과 업무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이 가장 훌륭한 평가 방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요즘의 ‘찌라시’ 파동으로 우리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종합해서 판단해보면, 대면보고는 거의 받지 않고 대체로 서면 보고가 주를 이룬다는 내용입니다. 요순시대 같은 유토피아 시대에도 세상에 바쁘기 이를 데 없는 천자가 면전에 불러다가 업적이나 업무를 보고 받았는데, 요즘 같은 난장판 세상에서 서면 보고로만 일을 처리하고 지시만 내려서야 소통이 원활해지고 바르고 정당한 판단과 옳은 정책이 세워질 수 있을까요?
다산은 또 말합니다. 민생은 도탄에 빠져있는 것이 이 이상 심할 수가 없는데 대소 관료들의 업무를 과장과 거짓으로 보고하는 문서만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겠느냐고 가슴 북받치는 한탄을 열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은 썩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天下腐已久矣), 오호라! 누가 이런 사실이라도 올려바칠 사람이라도 있겠습니까?”라고 말하여 옳은 소리로 간할 길조차 막혀있던 당시의 정치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200년 전의 다산선생의 애국심을 살펴보면서 오늘의 신문지면을 펴놓고 지금 다산이 살아계시면 뭐라고 말씀하실 지가 궁금합니다. ‘국기 문란’의 오늘에 저도 깊은 탄식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옳은 말을 전달할 길이 막힌 불통의 현실이 참담하기만 합니다.
dasanforum@naver.com
*글쓴이 / 박석무, 전 의원.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고산서원 원장 · 성균관대 석좌교수. 칼럼니스트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