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같이 고도로 선진화된 나라에서는 모든 국가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이 상당한 수준으로 구비되어 있어서, 항상 오늘이 어제 같기 때문에, 내일도 오늘 같으리라고 예측할 수가 있어서, 한 해를 마감하면서도 내년이 올해처럼 안정적인 한 해가 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데, 우리의 내년은 또 어떤 불안한 모습으로 다가올 지를 예측할 수조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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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팽목항에는 세월호 선체 인양을 두고 애타는 어머니, 아버지들의 통곡 소리가 메아리쳤으며, 국회에서는 국민의 지지를 전혀 받지 못하는 상처투성이의 총리 후보 임명 동의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선진 유럽의 정치가, 그리고 국민 의식이 하루아침에 선진화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세계사 교육을 통해서, 그리고 각종 언론 매체와 책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습니다. 멀리는 그리스의 민주주의를 거쳐, 가깝게는 영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거쳐서, 때로는 프랑스 혁명이라는 피의 대가를 치루면서 서양의 민주주의는 수 천년, 수 백년 역사 속에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 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습니까? 이씨 왕조라는 봉건주의를 거쳐, 일본의 식민세상에서 신음하다가 1945년에 해방을 맞았지만, 그 후에 수립된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이 진정한 민주주의 정권이라고는 할 수가 없습니다. 1980년에 ‘서울의 봄’이 오자 이제 독재치하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면서 한껏 기대에 부풀었지만, 광주 민주화 운동을 총칼로 진압한 전두환 정권 7년 동안 우리의 민주주의는 또 질식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겨우 1987년의 6.29 선언에 이르러 걸음마를 시작했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 들어 어느 정도 기틀을 잡아 가던 중에, 거센 반동의 힘에 밀려 박정희, 전두환의 후계 정당과, 그 후예들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이제 거의 독재정권 수준으로 후퇴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낙심 마십시오.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고, 따스한 봄이 오기 전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듯이, 머지않은 장래에 이 땅에도 진정한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는 그 날이 반드시 옵니다.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제발, 우리 자식들은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정치 때문에 기분이 상하고, 정치 때문에 피해 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저 아들딸 잘 낳아서 잘 키우면서, 오순도순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더 이상 시위를 하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분신자살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또 오늘 같은 그런 세상에서, TV나 신문을 보다가 깜짝깜짝 놀라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어찌 하루아침에 가능하겠습니까? 하루아침에 모든 일이 바뀌는 상황을 우리는 혁명 상황이라고 하는데, 그런 상황은 무질서하고 혼란스런 상황입니다. 기존의 모든 가치관이 부정되고, 새로운 가치관이 들어서게 되면 그 생태계에 사는 사람들은 또 다른 큰 혼란을 겪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의 의식은 그대로인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본들, 그저 껍데기만의 변화일 따름이고, 뒤떨어진 국민의식 때문에, 혁명의 주체들은 또 다른 착취자가 되어 민중을 도탄에 빠트리는 악순환만이 반복될 따름인 것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이 시대에 가장 위대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국민 의식을 고양시키는 일을 할 것입니다. 국민 의식이 선진화 되지 않고서는 결코 우리의 정치도 선진화될 수가 없고, 선진화된 정권도 갖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나라는 그 나라의 국민 수준에 맞는 정권을 갖게 된다!”라는 큰 명제는 옳다고 봅니다. 국민 대다수가 깨어 있는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선진화되어 있는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변방국, 약소국이었던 핀란드가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선진국 중의 선두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국민 모두가 선진화되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의 지도층들이 선각하여, 국민들을 선진화의 길로 이끌었고, 그들이 이끄는 과정에서 사리사욕 보다는 공익을 우선하고, 희생과 봉사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완구 총리로 대표되는 현 집권층의 부패 정도가 심하다고 해서, 우리 국민 모두가 부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만나 본 사람들 중에는 정말 영혼이 맑은 분들도 무척 많았습니다. 다만 그런 분들은 오염될 대로 오염된 현실 세계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모습들이 보여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분들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활동하면 얼마나 좋을까? 진짜 능력 있고, 양심적인 젊은이들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새로운 바람, 새 물결을 일으켜 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물질 만능주의 세상에 살아와서인지, 아니면 물질만능주의 사상에 찌들대로 찌든 그들의 부모들이 바라는 대로 사는 길을 택해서인지, 정말 유능하고 장래성 있는 젊은이들은 정치권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세상을 살기 좋게 바꾸는 일이야말로,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할 수 있는 일들 중에 가장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깨우침이 일반 대중의 수준 까지 스며들 것입니다.
그 때 까지가 문제입니다. 그 때 까지는 먼저 깬 소수가 봉사와 희생의 정신으로 그들을 이끌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이 나라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날이 머지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따스한 바람이 불기도 전에 초목들의 뿌리에서 생기가 살아나듯이, 이 나라에도 어떤 생기가 느껴집니다.
“딱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있어 그 중차대한 일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날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올 수도 있습니다. 마음을 비웁시다.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아집이 나를 망치고, 우리를 망치고, 그리고 국민을 망칩니다.
“하지만 그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로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는 마음을 정리합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이 글을 읽는 분들의 가정이 화목하고, 각자가 뜻하는 바를 이루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2015.2.18일 새벽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