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영원한 내부 라이벌인 안철수-문재인. 이들의 정치적 명운이 또 한번 엇갈릴 상황에 놓였다. 지난 대선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부터 이같은 미묘한 관계는 계속돼 왔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자진 사퇴 등으로 사실상 단일화를 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었지만 결국 패배했다. 첫 인연을 악연으로 맺은 둘은 우여골절 끝에 지난해 3월 한 지붕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엇갈린 이들의 인연은 한 식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편집자주>
文 지지율 고공행진…安·朴 잇단 부진 ‘탓’
18대 야권 후보 단일화부터 미묘한 관계
4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위기가 곧 기회’
새정치, 광주 서구을 수성 여부가 결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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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현대=이동림 기자] 야권의 오랜 라이벌이자 숙적인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이들의 명운이 엇갈리고 있다. 서로가 대권이란 공통된 목표를 놓고 힘을 겨루다보니 한쪽이 웃으면, 다른 쪽은 울상을 지어야 한다. 지난 대선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부터 둘의 이같은 미묘한 관계는 계속돼 왔다.
애증의 관계
이처럼 정치 환경 변화에 따라 애증이 교차하는 둘 사이에 또다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놓이게 됐다. 문 대표가 4·29 재보궐 선거로 리더십을 평가 받을 첫 시험대에 오르면서다. 이번 재보선 지역 4곳의 선거 결과는 문 대표의 향후 리더십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문 대표 체제의 롱런 여부도 가르게 될 전망이다.
문 대표는 서울 관악을과 경기 성남 중원, 인천 서구 강화을, 광주 서구을 등 4곳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3승 이상을 거둬야 안정적인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다. 2승을 거두더라도 광주를 반드시 수성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광주 서구을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나 국민모임 등으로 대표되는 야권분열 등을 틈타 새누리당이 2, 3곳에서 승리하면 문 대표로서는 리더십에 치명적 위기가 불가피하다.
또 광주 서구을 수성에 실패하면 문 대표는 당 내 비노계의 공격에 휩싸일 수 있다. 가뜩이나 호남 기반이 취약한 문 대표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안 의원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안 의원은 문 대표가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당내 입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선거 결과가 좋으면 별반 달라질 게 없지만, 반대의 경우 문 대표 입지가 크게 약화되면서 안 의원에게는 당 주도권을 쥘 재도약의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진다.
안 의원은 현재 자신의 이미지를 겨냥한 경제 문제에 올인하며 당 외곽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경제 현장 행보나 경제 관련 좌담회 정치 등을 통해 차기 대선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문 대표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 문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비주류로 전락한 안 의원 입장에서는 외곽 행보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서 호남을 뺏기거나 전체적으로 여당에 패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안 의원에게는 나쁠게 없다. 더구나 광주에서 새정치연합 후보가 질 경우엔 더욱 그렇다. 호남 민심이 문 대표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 의원이 호남의 민심을 가져올 적자로 평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두 사람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협조 모드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얼마전에도 식사 회동을 가지며 당 화합을 다짐하는 등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이 모두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 서로 협조하면서 경쟁하는 분위기 연출이 필요한 측면도 감안돼 있다. 그러나 그 속내는 다르다. 따라서 4월 재보선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를 수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엇갈린 운명을 맞이한 두 사람이 좀처럼 쉽게 손을 잡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 문 대표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3월26일 리얼미터가 16~20일 전국 성인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문 대표가 24.9%를 기록하며 11주 연속 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18대 대선의 패장인 문 대표가 3개월여 간 야권 대권후보 1위로 오른 것은 한때 경쟁상대인 안 의원의 날개 없는 추락의 영향이 크다. 지난 2013년 4월 재보선을 통해 제도권 정치에 들어온 안 의원은 정치입문 1년 만에 제1야당 공동대표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지속적인 헛발질로 꾸준히 지지율을 까먹었다. 여권으로부터 “안철수의 새정치는 철수 정치냐”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그가 던진 정치적 승부수는 번번이 철회됐다.
지난해 1월 민주당과의 연대는 ‘패배주의적 발상이고 야합이다’라는 확고한 발언과 함께 야심차게 준비했던 구 새정치연합 창당 준비는 지난해 3월 민주당과의 통합신당 창당으로 귀결됐다. 통합과정에서 5대5로 지분을 나눠 갖기로 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던 안 의원은 그해 4월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기초단체 무공천 약속을 안팎의 거센 비판에 밀려 철회하며 또 한 번 약속을 뒤집었다.
대신 ‘개혁공천’카드로 리더십의 상처를 돌파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광주시장 후보(윤장현) 낙하산 전략공천의 배후로 지목되며 ‘지분 챙기기’ 구정치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새정치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던 안 의원의 정치적 승부수들이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되면서 안 의원의 새정치는 빛이 바랜지 오래다.
게다가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의 역습을 방어하지도 못한 채 문 대표에게 재도약의 기회마져 내줬다. 이러는 사이 안 의원의 지지율은 추락을 거듭했고, 그의 곁에 모여들었던 정치인들은 하나둘씩 떠났다. 문 대표로서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최근에는 또 한명의 라이벌인 박원순 서울시장마져 좀처럼 지지율 침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이후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선주자 1위 자리를 줄곧 지켜왔지만, 올해 1월부터는 2위 자리에 안착하는 모양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3월 셋째주 박 시장의 지지율은 11.5%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4주에 기록한 자신의 최고 지지율 20.6%에서 9.1%p가 빠졌다.
때문에 문 대표와 격차는 2배 이상으로 벌어졌고, 야권의 또 다른 잠룡으로 분류되는 안 의원(6.8%)의 지지율과 합해도 문 대표의 지지율을 뛰어넘지 못했다. 물론 문 대표의 이 같은 지지율이 당 대표 선출에 따른 일시적인 ‘컨벤션 효과’라는 분석이 적지 않지만, 박 시장 측에선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
1위에 오른 문 대표와 지지율 격차도 날로 벌어지고 있다. 자연스레 내부의 긴장감은 지난 연말에 단행한 서울시 조직개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중순에 임명한 안준호 대변인을 6개월 만에 서울시 인재개발원장으로 전보하고 후임에 김인철 전 서울시 경영기획관을 내정한 것.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박 시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년도 안 된 대변인을 경질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데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상 질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것. 실제 박 시장은 재선 성공 이후 독보적인 지지를 받아왔으나 연이은 악재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무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대표 막말 사태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을 둘러싼 잡음 ▲전세 28억원의 가회동 공관 이사 논란 ▲제2롯데월드 임시 개장에 따른 안전불감증 제기 등 임기를 시작한 반년 동안 논쟁과 구설에 시달렸다. 따라서 박 시장의 ‘입’이라 할 수 있는 대변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터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인사 과정에서 대변인의 자리 이동이 있었을 뿐 정치적 의미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지지층이 문 대표 쪽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에 대해선 부인하기 어려운 처지다. 반면 문 대표는 같은 시기에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당 대표 후보로 전면에 나선 올해 1월 1주를 기점으로 지지율이 역전했고, 치열한 경선 끝에 대표로 선출되자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특히 문 대표, 박 시장과 함께 상위 3위권을 형성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지율이 지난 6개월 동안 비교적 수평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박 시장의 지지층이 문 대표로 옮겨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지층 일탈이 계속되는 만큼 박 시장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포스코에 대한 비리 수사가 안 의원과 박 시장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는 점도 문 대표에게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당시 안 의원과 박 시장, 두 사람 모두 포스코 사외이사로 재직한 사실을 놓고 사외이사 책임론 공방이 불거지고 있는 것. 사외이사는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재벌기업 오너들의 독단 경영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사외 이사를 둘러싸고 사실상 ‘거수기’, ‘방패막이’ 역할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
라이벌의 수난
안 의원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를 맡았고 포스코의 대표적 부실인수 사례로 꼽히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당시인 2010년 4월엔 이사회 의장을 지냈고, 박 시장은 아름다운재단 총괄상임이사였던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냈다. 결국 안 의원과 박 시장의 하락세는 곧 문 대표의 상승세를 돕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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