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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대박론’은 궤도를 이탈해선 안된다!

<본지 창간12주년 특별기고>통준위, 남북주민 공존-공생-공익-공영 연구해야

권오중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5/04/03 [16:40]

얼마 전 필자는 한 젊은 대학생에게 “왜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어 본 적이 있다. 그 학생은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아마도 그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가 통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국제사회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더 강국이 되기 위해서이다”라고 말해주었다. 물론 필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통일한국은 동아시아는 물론 전체 국제사회에서 지금보다 훨씬 막강한 위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 권오중     ©브레이크뉴스

그런데 최근 수년 동안 ‘통일’과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세대 간 인식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2015년 4월 2일 동아일보 보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일에 찬성이 약 59.6%이고, 그 방법으로는 흡수통일이 52.1%이고 연방제통일이 46.1%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통일은 아직 국민의 절반이상이 찬성하지만, 통일방법으로는 흡수통일과 연방제통일이 거의 비슷하게 조사되었다. 앞으로 한 세대가 더 흘러가면 우리사회가 ‘통일’자체를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럽게 여길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남북문제, 통일문제는 방법은 다르지만 역대 정권들에게 어떤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전가의 보도’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만큼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소재가 남북문제이다. 하지만 역대 정권들의 대북정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해 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은 ‘휴전체제’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입지를 고려하지 않고, 국민에게 보이기 위한 정책발표에 급급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북한 정세의 진정한 변화를 위한 그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결국 역대 정권들이 내세운 대북/통일정책이 남북문제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선거 전략 또는 국면전환용 선전(Propaganda)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가 된 대북강온노선 다툼에 국민은 이제 식상해 하고 있다. 대북정책이 강경이냐 유화냐 하는 것은 갈등의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황에 따라 양쪽이 모두 필요한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와 북한정권과의 상호 간 실익(實益)적 관계구축이다.

 

과거 1970년대에 시작된 동-서 데탕트의 분위기 속에서 서독과 동독정부는 경제교류를 시작했다. 동독에게 확실한 경제적 이익이 보장된 이 교류는 20년 후 동독정권을 붕괴시키게 되는 출발점이 되었다. 물론 그 이면에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서독정부들이 많은 돈을 쏟아 부은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책의 지속성과 연속성이었다. 구 서독 시절 기민당연정과 사민당연정이 교차하면서도 대 동독과 대 소련 정책의 연속성이 있었다는 사실은 1970년대 사민당 소속의 ‘무임소장관’ 에곤 바르(Egon Bahr)의 자서전에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서독의 우파와 좌파정당들은 국민을 상대로 자신들의 대 동독 정책을 선전하거나 선거에 이용하는 것을 자제했었다. “통일이라는 목표 앞에는 좌파와 우파가 없이 함께 협조해야 한다”라는 에곤 바르의 주장에 필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참 대조적이다. 정치인들은 강경과 유화노선으로 도식화 되어있어 타협점을 못 찾고 있다. 그리고 북한정권은 이것을 교묘히 이용하며 즐기는 모습이다. 북한정권이 바라는 ‘남남갈등’은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가 통일이라는 대명제(大命題) 하에 뭉쳐지는 것을 저들은 절대로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정권은 내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인 연방제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의 찬성도가 높아지는 것을 내심 반가워하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자신이 우파이던 좌파이던 간에 통일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정책과 방식의 차이로 논쟁할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2014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통일대박론’을 제시하였다. 박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을 본 국민은 어리둥절하면서 ‘대박’이라는 구어체의 단어가 공식석상의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을 생소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지난해 3월에 유럽 순방 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소위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으로 남북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공동번영을 위한 민생인프라 구축 그리고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3가지 구상을 북측에 제안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에는 ‘통일준비위원회’가 발족되었다.

 

우리에게 통일이 당연한 목표라면, 어떤 형태의 통일이 가능한가? 현재로서는 그 답을 찾기 어렵다. 소위 ‘연방제 통일’은 외교와 군사적인 부분을 빼고는 사실상 개별적인 독립국가연맹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연방제는 북한정권에게 체제의 유지를 담보해야만 그나마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보장해준다면, 지금 정부가 내세우는 ‘통일대박’은 기대할 수 없다. 한편 ‘흡수통일’의 경우에는 다르다. 북한이 우리에게 흡수될 경우, 북한은 정치체제부터 사회, 경제, 군사부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우리에게 일임해야 한다. 그 경우에 통일한국은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생산해 낼 수 있다. 북한정권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러한 통일은 평화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정권이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매달리는 문제가 자신들의 체제를 인정하고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와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게 되면 분단이 영구화되거나, 기껏해야 연방제 통일이나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와 미국이 북한의 체제 인정을 거부하는 한, 북한정권은 한반도의 긴장조성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3월의 ‘드레스덴 선언’을 북한정권은 “흡수통일의 논리이자 황당무계한 궤변”이라며 거부하였고, 대신 “5.24 조치”의 해제만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저들의 입장에서 보면 ‘드레스덴 선언’은 자신들의 입장을 무시한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프로파간다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그래서 저들은 “5.24 조치”의 해제를 담보로 하지 않는 우리의 모든 제안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입장을 무시한 채, 그로부터 4개월 후에 ‘통일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를 발족시키면서, 남북 간의 관계는 경색국면으로 치닫게 되었다.

 

그런데 ‘통준위’는 최근 느닷없는 ‘흡수통일론’에 휘말리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통준위’가 정확히 어떤 업무를 하는 곳인지를 알고 있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업무를 국민에게 모두 공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흡수통일도 가능성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흡수통일에 대한 준비도 그들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중요한 업무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통일대박’이라는 의미가 실현되려면 통일방식이 ‘연방제’로서는 부족하고, ‘흡수통일’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우리는 이 점을 부인해선 안 된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정작 ‘통준위’는 ‘흡수통일준비팀’의 존재를 부정하는 등 당당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우리는 ‘흡수통일’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당은 ‘흡수통일준비팀’ 심지어는 ‘통준위’까지 해체하라고 주장하며, ‘통준위’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나 ‘통준위’는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흡수통일’도 분명 여러 대안 중에 하나임이 분명한데, 그 자체를 연구하는 것도, 언급하는 것도 못한다면, 통일은 물론 ‘통일대박’도 허구임을 자인하는 것이 되고 만다. 정부가 진정한 통일의지를 갖고 있다면, 흡수통일을 반대하는 반통일 세력에게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흡수통일’이란 표현을 거부하는 세력은 ‘햇볕정책’노선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햇볕정책’은 과거 서독의 빌리 브란트(Willy Brandt)정부가 내세웠던 ‘접근을 통한 변화’(Wandel durch Annähreung)의 표면적인 것만 모방하여,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대화를 촉구하고 접근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북한정권은 그들의 목적달성, 즉 체제보장과 외화벌이를 위해서만 대화에 응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들에게 접근은 가능해도 그들은 변화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북한정권과의 대화는 통일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목적에 이용당하는 수단일 뿐이다. 북한정권은 체제보장, 분단현상유지, 영구분단 그리고 외화벌이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면 절대로 그 어떤 대화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북한정권과의 무조건적 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저들의 목적에 이용당하는 것이고, 결국 영구분단을 인정하는 것임을 스스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햇볕정책‘은 영구분단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 다시 말해 ’햇볕정책’은 북한정권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자는 것으로서 엄밀하게는 ‘위헌적인 정책’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아무런 실익이 없는 ‘접근’을 위한 무조건적인 대북지원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통일대박론’은 ‘햇볕정책’의 길을 따라 가서는 안 된다. 우리는 북한정권의 지도부가 아니라 북한주민에 대한 ‘접근’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과거 동-서독의 통일도 양국 정부 간의 ‘접근’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동독 주민들의 변화된 사고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필자는 정부에게 ‘통일대박’의 의미를 묻고 싶다. 통일이 된다면 누구에게 어떠한 ‘대박’이 발생한다는 것인지 명확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한다면, 통일이후 북한의 자원을 활용한 경제적 가치와 효용성이 국가나 기업에게 막대한 이익이 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오산이다. 통일은 우리가 점령군으로서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을 접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일이 된다면 남북한 사회의 평등한 통일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점령군으로서 북한의 자원을 개발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했을 경우에, 그 이익은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로 인해 남북주민들 간의 생활수준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지역 간의 내적 충돌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남북한 주민들의 평등한 통일이 되지 못한다면, 통일한국은 사회적 불안요소와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에게 대박이면 북한주민들에게도 ‘대박’이 되어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이다. 즉, 우리는 북한주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통일방식을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우리만 ‘대박’을 챙기려 든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통일정책이 될 수 없고, 남북주민의 화합과 통일한국의 발전에 방해가 될 뿐이다. 

 

필자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을 기대해 본다. 그러나 그 ‘대박’이 남북주민들 모두에게 ‘대박’이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그 준비는 ‘통준위’의 몫이다. ‘통일대박’이 정치, 경제, 사회, 군사, 교육, 문화 등의 분야에 대한 실제적 통일준비가 아니라, 역대 정부들이 해왔던 것처럼, 국면 전환이나 여야 차별화 또는 인기영합을 위해서 내세운 의미 없는 레토릭(rhetoric)에 그치면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대박’을 위해 ‘통준위’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북한의 지하자원개발이나, 그것을 이용한 산업개발에만 관심을 갖고 준비할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의 진정한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대안을 마련하느냐 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 즉 ‘통준위’는 남북주민의 공존과 공생 그리고 공익과 공영을 위한 대안을 우선 연구해서 그 기초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언론매체를 통해서 등장하는 탈북동포들의 증언을 통해서 북한의 실생활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체제는 벌써 오래전에 자체적으로 붕괴되었어야만 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의 일부 왜곡된 증언을 통해서 우리는 북한의 체제나 주민들의 의식에 대해서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주민의 modus vivendi (생활방식)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대다수가 김씨 일가의 세습체제에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통일이 되면 그들이 만세를 부르며 우리에게 백기투항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만약에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벌써 주민봉기라도 일어났어야 했다. 북한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점령군식의 통일과 ‘통일대박’을 운운하는 것은 어쩌면 크나큰 시행착오의 출발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현 정부의 ‘통일대박’은 북한 주민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도 통일이라는 대명제(大命題)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통일대박’을 위한 북한주민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와 함께 노력해야한다. 왜냐하면 국가의 궁극의 이익이 될 수 있는 통일이라는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여당과 야당이 입장이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한 세대만 지나도 통일의 가능성은 희박해 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diakonie@naver.com

 

*필자/권오중.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 (Philipps- Universitaet Marburg) 철학박사 (현대사/정치학 전공).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임. 민주평통 정치외교분과 상임위원 역임. 한국외대 등 다수 대학 출강. 현재 사단법인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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