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떠나 제도에 따른 이해득실 달라 정개특위는 가시밭길
[사건의내막=김혜연 기자]선거구 재획정을 두고 4월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선거구 재획정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4월8일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 기구화하기로 합의했다. 정개특위 여야 간사는 이런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획정 위안을 국회가 수정할 권한까지 포기한 것인지는 여야 간에 해석이 엇갈려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구가 개편되면 수도권 선거구는 최대 130곳까지 늘어나는 반면 영호남 선거구는 현재 97곳에서 90곳 전후로 줄어든다. 수도권과 충청권이 선거구에서 확실한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지금까지 영호남을 중심으로 했던 한국 정치 지형도가 재편되는 것이다. 지역구를 지키려는 의원들의 이해가 엇갈리고, 여야의 유불리 계산이 치열하게 부딪치면서 정치권에 다시 한 번 생존게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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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재획정은 이번 정개특위의 선택이 아닌 필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3대 1에서 2대 1로 올해 말까지 변경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헌재의 인구수 상한 기준을 초과하는 지역구는 37개, 하한 기준에 미달하는 지역구는 25개다. 내년 20대 총선에서 현행 246개 선거구 중 직접 영향권에 든 59개 지역구가 선거구 재획정의 대상이다. 선거구를 조정하다 보면 인근 지역까지 영향을 받게 되는데 조정 대상이 최대 120~130곳에 달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선거구 지도가 다시 그려진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선거구를 통폐합하거나 재조정하는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원들의 정치 생명과도 직결되는 첨예한 이혜관계가 엇갈린 고차방정식이다. 인구 부족으로 선거구가 통폐합될 위기에 놓인 24개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자칫하면 자신의 지역구가 없어질 수도 있는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위기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해관계 엇갈린 고차방정식
선거구 재획정의 새판을 짤 주체가 누구냐가 논란거리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비상설 자문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국회가 아닌 외부 독립기구로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 새누리당은 이 기구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두는 방안을 선호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순수 독립기구로 설치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위를 독립기구로 설치하더라도 획정위가 마련한 안을 국회에서 다시 손질할 가능성이 있어 의원들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초 획정위의 결정안을 국회가 수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획정위의 의견을 수용할지 거부할지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일부 정개특위 의원들은 선거구 획정 권한을 외부에 전적으로 넘기는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뜨거운 감자인 의원수 확대는 정개특위 위원이기도 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총대를 멨다. 심 의원은 의원수를 360명으로 늘리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유지해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론화했다. 하지만 주장의 합리성과 실효성과는 별도로 국민 정서상 의원수 확대를 골자로 한 합의안 도출은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분위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필두로 하는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 완전국민경선)도 정개특위에서 핫이슈다. 새누리당은 석패율제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는 긍정적이지만,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는 미온적인 상태다. 여야를 떠나 의원 개인에 따라 제도 도입에 따른 이해득실이 달라, 8월31일까지를 기한으로 출범한 정개특위 역시 가시밭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투표시간 연장, 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 정당 지구당 허용 등 각종 첨예한 정개특위 안건들이 4월 정국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정개특위 여야 위원 구성현황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수도권 의원을 줄이고 영남 및 강원 등 동부라인 강화가 두드러진다. 위원장인 이병석 의원부터 경북 포항 출신이고, 부산 북구·강서구갑 출신의 박민식 의원, 경남 사천·남해·하동의 여상규 의원, 울산 북구 박대동 의원, 대구 서구 김상훈 의원 등 5명을 영남 출신 의원으로 배치했다. 여기에 강원 속초·고성·양양의 정문헌 의원을 간사로 선임하며 강원권에 힘을 실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강원도 9석을 새누리당이 ‘싹쓸이’한 것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해석된다.
반면 충청권에선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의 경대수 의원만 포함됐다. 수도권에서도 서울 서초의 김회선 의원과 경기 안산 단원의 김명연 의원 등 2명만 참여하게 됐다. 앞서 선거구 획정을 논의했던 당내 보수혁신특위의 내용은 비례대표 여성의원인 민현주 의원이 이어간다.
야당의 정개특위 위원은 중량감이 느껴진다.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박영선 의원과 당내 원로급 인사로 분류되는 유인태 의원이 포함됐다. 또 정책위의장으로 세월호 협상 등에서 활약한 백재현 의원과 국토교통위에서 ‘날 선 지적’을 주도해온 김상희 의원도 위원으로 결정됐다. 여기에 김영란법 처리를 주도하며 당내 정책 전문가로 각인된 김기식 의원과 원내대변인과 비선실세국정농단진상조사단장을 지낸 박범계 의원 등도 야당의 힘을 배가할 인물로 꼽힌다.
비교섭단체 몫으로 포함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양당이 말을 아끼고 있는 의원정수 확대를 제안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야당은 6명을 수도권 의원으로 포진시켰다. 텃밭인 호남에는 전남과 전북 각각 1명씩만 포함됐다. 선관위 안에 따르면 4석이 줄어드는 호남권에 집중하기보다 늘어나는 수도권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선수로 보더라도 야당에게 무게가 실린다. 위원장과 간사를 제외하면 야당에는 3선 2명과 재선 3명이 포진해 있는 반면 여당에선 재선 의원 2명에 나머지는 모두 초선이다.
정개특위는 늘 가시밭길
총선 룰을 결정하는 정개특위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역대 어느 국회를 막론하고 ‘가시밭길’이었다. 특히 지역구 의원들의 생사가 갈리는 선거구 개편은 거의 매번 규정된 시한을 넘겨 결론이 났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도 늘상 따라다녔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도입된 것은 15대 국회 때부터다. 그 이전에는 별도의 위원회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선거구를 확정했다. 17대 국회부터는 위원회에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 정당의 당원을 배제하고 순수 민간인으로 구성해 중립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위의 안은 말그대로 참고용일 뿐 정개특위에서 여야 간의 협상을 통해 결정돼 왔다.
늑장 처리도 매번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규정에 따르면 선거구 획정은 총선 6개월 전에 매듭짓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선거를 불과 2개월 안팎 앞두고 결정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여야는 물론, 해당 지역 현역 의원들의 이해와 맞물려 치열한 암투가 벌어진 결과다.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 때는 선거일을 44일 앞둔 2월27일, 2008년 제18대 총선 때는 선거일 50일 전인 2월22일, 2004년 제17대 총선 때는 37일 전인 3월9일에야 선거구 획정안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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