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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협회 리베이트 업체 적발 투표 실효성 논란

부실한 보안 유지와 서로 고발하는 “불편한 시스템”

임수진 기자 | 기사입력 2015/04/27 [10:48]
한국제약협회가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최근 이사회에서 ‘불공정거래 사전관리 설문조사’를 무기명 투표방식으로 실시했다. 하지만 이번 무기명 설문조사가 실제로 불법 리베이트를 줄이는 데 일조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설문조사 이후에도 제약협회의 구체적 조치나 처분이 내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제약업계 상위와 중소 업체들 간의 입장 또한 엇갈리고 있다. 체계적인 CP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는 상위 업체들과는 달리 후발·중소 업체들은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해 영업 환경이 어렵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조사결과 보안유지 허술해 ‘리베이트 업체’로 낙인 위험
경쟁력 약한 중소·후발업체들은 갈수록 영업 어려워져


[주간현대=임수진 기자] 최근 한국제약협회 이사회에서 진행된 ‘불공정거래 사전관리 설문조사’에 대한 신뢰성, 실효성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설문조사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었고 설문결과가 나온 뒤에도 구체적 대응방안 없이 경고만 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약협회의 리베이트 규제에 대해 중소·후발업체들은 상위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환경을 고려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로 고발하는 무기명 투표 

▲ 한국제약협회에서 불공정거래 사전관리를 위한 설문조사를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실시했다.     © 주간현대
한국제약협회에서 리베이트 제약사를 업계 스스로 예방하고자 ‘불공정거래 사전관리 설문조사’를 처음으로 시행했다. 이는 지난 2월 제약협회의 1차 이사회에서 의결한 사안으로 이사회 개최 시 협회 회원사 중 불법 리베이트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제약사 3개와 그 이유를 무기명으로 적어낸다는 내용이다.


무기명 투표는 이사사들이 기표소에 들어가 밀봉된 기표함에 설문지를 넣는 방식으로 진행하며, 협회는 조사 직후 설문지를 폐기한다. 어떤 회사가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고, 설문확인은 오직 제약협회장만 가능하다. 무기명 투표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업체에 대해서는 협회가 비공개로 경고조치를 취하고 경고를 했음에도 불법 리베이트를 지속하다가 사법당국에 적발될 경우, 협회 차원에서 가중처벌을 탄원하는 조치를 하기로 했다.

지난 4월14일 제약협회는 2015년 2차 이사회에서 계획대로 리베이트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다. 제약협회 이사사로 참여하는 50개 업체 중 대리인 참석을 포함한 총 48곳의 대표들이 불법 리베이트 정황이 있는 제약사를 적어냈다. 설문조사 결과는 이경호 제약협회 회장만 열람한 후 즉시 파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회장은 이름이 거론된 제약사에 직접 통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제약협회가 이번 무기명 설문조사를 다음 이사회에서도 시행키로 하면서 제약업체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제약협회 이사회는 분기별로 열리게 되는데 이를 감안하면 올해 3번의 이사회가 남았으므로 제약사 대표들은 3번 더 다른 제약사의 혐의를 써서 내야 한다. 일부 업체들은 무기명 투표가 이사회 본래 취지인 제약업계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것과 맞지 않고 다른 업체들을 지적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이다.

갈 곳 잃은 중소업체

무기명 투표 방법과 실효성에 대한 업체들의 신뢰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제약사마다 자율정화를 통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무기명 설문 조사로 훨씬 이전의 사건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설문결과가 나오면 이 회장이 직접 해당 기업을 방문하겠다고 했지만 설문 결과 내용 보안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제약협회의 수장인 이 회장의 업무가 비공개로 이루어질 순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설문조사 이후 결과를 통보, 경고하는 것 외에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제약협회의 대책방안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실질적인 처분이 없어 협회 차원에서 자율정화를 강화하고 불법 리베이트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목적에 효과를 나타내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제약업체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신약개발 역량을 갖춘 상위사들은 리베이트 영업에서 자유로운 편이며 공정거래 자율준수(CP)를 위한 조직도 체계적인 편이다. 실제로 현재 CP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제약사는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제약업계 상위업체다. 이들은 조직 내 이미 CP 전담 팀을 갖추고 있어 교육 등에 힘쓰고 있으므로 무기명 투표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소·후발 제약사들은 소비자들이 상위업체만 선호하는 탓에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신약 개발에 많은 역량을 투입할 수 없고 주로 제네릭 의약품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영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무기명 투표 결과가 업계 내에서 소문이 날 수도 있고, 소문 때문에 ‘리베이트 업체’로 낙인이 찍히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제약협회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투표를 반대하는 측에서도 리베이트 근절 자체에는 모두 공감할 것”이라며 “개별 회사의 이해관계 때문에 반대를 하는 입장이라면 그것까지 협회가 배려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제약협회는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와 공동으로 ‘윤리경영 아카데미(이하 CP아카데미)’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는 5월22일 열리게 되는 ‘제 1회 제약산업 CP아카데미’는 80여 명의 제약사 자율준수관리자 및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번 아카데미는 투명한 의약품 거래질서 확립 및 제약기업의 윤리경영을 도모하기 위한 제약협회 노력의 일환이다.

jjin23@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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