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대선개입’ 정국에서 NLL 대화록 불법공개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에서 노무현·유병언 유착제기
‘정윤회 게이트’로는 노무현 정부 비서관들 비리거론
‘이명박 자원외교’는 확인되지 않은 공동책임론 주장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하고 남긴 메모와 녹취록으로 인해 박근혜 정부가 최대 위기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활동자금을 담당했던 전·현직 비서실장 3인방(허태열·김기춘·이병기)과 박근혜 대선캠프의 본부장이었던 홍문종 의원의 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졌다. 또한 친박계의 핵심 인사인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마저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오면서 더욱 사태는 꼬였다. 결정적으로 친박계의 떠오르는 권력이었던 이완구 총리는 ‘목숨’까지 걸며 무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야권은 물론 여권의 사퇴압박에 사실상 떠밀려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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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위기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출구를 찾기 시작했고, ‘야권 인사’도 ‘성완종 장부’에 적혀 있다는 일부 언론의 검찰발 인용보도를 강조하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를 시도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하에 ‘물타기’ 고전이자 정점인 ‘노무현 끌어들이기’도 시작했다. 성완종 전 회장이 노무현 정부 때 두 번이나 사면을 받았다는 점에 착안해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표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을 둘러싼 일각의 특혜 의혹과 관련, 2007년 말 특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05년 특사의 경우에도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부탁을 받고 자민련의 의견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 인터뷰나 메모 등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은 정황을 보면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새누리당의 ‘여야 모두 같다’는 물타기 전략은 큰 효과를 거두긴 어려워 보이는 실정이다.
대선개입 ‘갑작스런 노무현’
이 같은 ‘노무현 끌어들여 물타기’는 박근혜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박근혜 정부하에 여권은 대통령 취임하자마자 터진 사고부터 ‘노무현 끌어들이기’를 시작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이 위협받았던 ‘국가 기관 대선개입’사건에서 전면적으로 사용했다.
지난 2013년 6월20일,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정원이 들고온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일부 발췌본을 무단 열람한 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해 야당이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을 일으켰던 것이다.
당시 국정원은 한기범 1차장을 국회로 보내 서상기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정상회담 대화록의 발췌본을 열람시켰다. 서상기 의원은 이 발췌본을 본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에 대한 열람을 공식요청해 새누리당 정보위 소속 의원들과 검토한 결과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 말이 과장됐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야당이 계속해서 당시 ‘NLL’ 포기 발언이 없었다고 책임회피로 일관할 경우, 대화록 전문을 국민 앞에 공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협박했다.
서 의원은 또 “대통령기록물보관소에 있지 않은 ‘공공기록물’은 관할 기관장(국정원장)이 허락하면 되는 것”이라며 ‘여당 단독열람’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과 함께 이 발췌본을 열람한 의원은 조원진·조명철·정문헌·윤재옥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이다. 이들은 “야당에도 같이 보자고 제안했지만 그들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도 당시 ‘국정원 입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쟁을 불식시키기 위해 국회 요청이 있을 경우 적법 절차를 거쳐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요구를 희석시키려는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의도된 야합이자,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한 ‘국기문란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보여줬다는 문건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이 아니라, 그 내용을 왜곡·훼손한 내용이다. 새누리당의 허위사실 유포에 엄중 대처하겠다”며 “지난해 대선에서 국정원의 불법개입, 헌정파괴, 국기문란사건을 물타기하려는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발췌본을 같이 보자고 요청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도 거짓말”이라며 “여야 원내대표가 국정원 개혁을 합의하자 화들짝 놀란 국정원의 치졸한 반격이다. 남재준 국정원장도 결국 제2의 국기문란사건을 일으키며 정권의 시녀로 전락했다”고 했다.
특히 민주당은 국정원이 보도자료에서 “정보위원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열람을 허용할 수 있는 공공기록물”이라고 밝힌 데 대해, 열람과 관련해 여야 사이에 어떠한 사전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여당 단독범행’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NLL 대화록 무단 공개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국면에서 집요할 정도로 노무현을 찾았다. 국정원 개혁특위가 본격 가동된 첫날인 지난 2013년 12월 중순, 다시 ‘노무현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이다.
당시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은 12월12일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국정원의 역할 강화를 강조하던 언급 자료를 국정원에서 넘겨받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향토 토착비리 척결 등을 위해 국정원의 정보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했다. 새누리당의 국정원 자료 전격 공개는 이러한 노 대통령의 언급을 무기 삼아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차단하려는 국정원특위의 활동을 무력화하는 의도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이 같은 주장은 노 대통령이 ‘대통령이 딴 맘을 먹지 않는 한 이제 국정원은 스스로는 나쁜 짓을 하지는 않을 수준까지는 됐다’고까지 말하는 등 이전 민주정부에서는 정상적인 정보기관으로 기능했던 국정원과, 이명박 한나라당 정부를 거치면서 노골적인 대선 개입을 일삼는 조직으로 변질된 국정원을 같은 집단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비난을 샀다.
세월호 ‘생뚱맞은 노무현’
생뚱맞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보이는 ‘세월호 참사’ 상황 때도 노무현을 부활시켰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6월 국회 ‘세월호 사고’ 국정조사의 초점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노무현 정부 간 유착관계에 맞출 시도를 지속적으로 한 바 있다. 이는 아직까지도 지지부진한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가 이 당시부터 이미 새누리당 측의 진상규명 의지가 약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위’가 아닌 노무현 등을 꺼내 ‘물타기’를 시도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
당시 세월호 국조 특위 소속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특위는 진실규명과 사고 대책, 피해자 지원과 함께 책임자에 대한 처벌 문제를 다뤄야 한다”면서 “지금은 유병언(당시에는 도피 중)이 빨리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병헌의 의혹 중 가장 큰 의혹은 과거에 세모가 부도가 났는데 어떻게 세모 계열사들이 컨소시엄으로 다시 인수를 했고 그 과정에서 2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탕감받은 것”이라며 “왜 ‘노무현 정부’ 한 달을 남겨놓고 2000억원을 탕감해준 것인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세월호 사고의 당사자인 청해진해운 실소유자인 유병언 전 회장과 세모그룹 배후에 노무현 정부 혹은 정권 실세가 있다는 ‘정경유착’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정권의 부정부패가 세월호 참사를 낳았다는 점을 부각해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적폐 척결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는 포석도 있었던 것이다.
세모그룹은 3000억원 규모의 부도를 내고 1997년 파산했으나 회생절차를 악용해 2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탕감받은 (주)세모가 유병언 전 회장 일가에 돌아갔다. 박 대통령은 이 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며 검찰이 세모그룹의 기업회생 과정에 대해 전면 수사에 나선 상태였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 역시 “1997년 파산 후 10년 간 끌던 것을 왜 정권 한 달을 남겨 놓고 2000억원을 탕감해줬느냐”면서 “세월호 사고까지 거슬러 올라온 것은 그것 부채 탕감으로 인한 기업회생을 기반해서 확장된 것”이라고 말해 세월호 사고의 근본 원인이 노무현 정부와의 유착관계에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에 실제로 새누리당은 이 사안을 가지고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전해철 의원과 이호철 전 수석을 청문회 증인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정윤회 ‘난데없이 노무현’
또한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정윤회 게이트’를 노무현 대통령과 엮는 창조적인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15일 정윤회씨의 비선 실세 의혹 등 규명을 위한 국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새누리당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해당 의혹을 ‘찌라시에서 나온 이야기’로 규정하면서 노무현 정부 당시의 비선 실세 의혹을 거론해 조직적인 ‘물타기’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에 대한 비난에 화력을 집중했다. 청와대의 권력암투로 불거진 문제를 여야 간의 진흙탕 정치공방전으로 전환하려는 의도적 공세로 해석됐다. 이장우 의원은 “이번 사태는 정치의 저급한 일면을 드러낸다”며 발단이 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을 “시중의 근거 없는 소문을 모은 전단지 수준”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의 이광재 국정상황실장, 최도술 총무비서관을 언급하며 “국정 농단이라면 이 실장, 최 비서관처럼 대선자금 수수로 사법 처리되는 상황이 국정농단”이라고 했다.
오후 질문자로 나선 김태흠 의원 역시 이번 비선 실세 논란에 대해 “청와대 내에서 소외됐거나 반감을 가진 세력이 ‘찌라시’ 내용을 짜깁기해 만든 보고서가 단순 유출된 사건”으로 규정하고, “노무현 정부의 이광재·노건평처럼 돈을 받고 인사에 개입한 것이 국정 농단”이라고 노무현 정부를 공격했다. 앞서 오전 순서에서는 김진태 의원 역시 이와 비슷한 내용의 야당 비난으로 일관했다.
또한 정홍원 총리마저 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도 “과거 정부의 비선 실세는 다 근거가 있어서 나온 것인데 지금 나오고 있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당시 새누리당은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도록 행동했다. 또 정홍원 총리의 답변은 정부 역시 여당의 주장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면이 컸다. 국회 긴급현안질문의 정식 명칭은 ‘청와대 문건 유출과 비선의 인사개입 의혹, 4대강사업·자원외교·방산비리 관련 의혹 및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이다. 즉,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이유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또한 이후에 열린 국회 운영위 회의에서도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출석한 자리에서 엉뚱하게도 통합진보당 이야기를 꺼냈다.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민정수석이 형기 2분의 1도 못 채운 사람(이석기)을 가석방시켰던 이런 것이 농단이고 국기문란 행위다. 통진당이 해산되는 마당에 한마디의 말도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 의원의 말에 야당 의원들이 “자꾸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어” “박근혜 정부의 비서실장 불러놓고 과거 정부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뭐 하자는 거냐”고 항의해 소란이 일었다.
자원외교 ‘이명박도 노무현’
최근까지 현재진행형인 이명박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를 이용하고 있다. 즉, “노무현 정부 때도 자원외교 했다는 것”이다.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위 새누리당 간사를 맡은 권성동 의원은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내내 “해외자원개발 정책은 노무현 정부에서 수립된 정책으로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에서 수립된 정책 중에 유일하게 계승 발전시킨 것”이라거나 “문제가 된 볼레오, 암바토비 사업 모두 노무현 정부 당시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이었던 이한호씨가 다 의사결정을 했다”는 식의 논리를 펼쳤다.
이에 야당 간사인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권성동 의원에게 “새누리당은 문제가 생기면 참여정부를 물고 들어가 자신들의 실책을 호도하려 한다. 새누리당의 병”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이러한 주장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공사가 2003년 이후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31조 4000억원 중 27조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투자한 돈이라는 감사원의 발표로 민망해졌다.
한편, 이명박 정부 말에도 고인이 된 노무현을 끌어들인 물타기 시도들이 잦았다. 2012년 전반기에 불거진 ‘민간인 사찰’ 논란에 대해서도 ‘노무현 정부도 똑같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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