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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뱀-제비와 재미보다 꽉 물려버린 남녀들

<잠입 르포> 춤으로만 말하는 카바레의 진풍경

문일석 시인 | 기사입력 2006/04/03 [17:58]
카바레 내부의 불빛은 유혹적이다. 불빛 자체가 사람을 유혹 속으로 빠뜨린다. 겨우 옆 사람의 얼굴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의 조명이 사람을 흥분하게 만든다. 쿵꽝거리는 음악은 카바레 특유의 마력이다. 음악 소리에  맞춰 나근나근하게 스텝을 밟아봤으면 하는 충동을 뒤따르게 한다.
 카바레 안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할 것 같은 술냄새로 가득하다. 연하남자와 연상의 연인이 춤을 추고, 중년 남자와 풋풋한 여인이 허리를 껴안고 돌아가는 춤의 자태는 환상적이다.
 카바레는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중년의 분위기이다. 그래서인지 중년의 연령층들이 카바레를 즐겨 출입하는 모양이다.
 카바레를 출입할려면 우선 춤을 배워야 한다. 무도학원, 댄스 교습소에서 춤을 배우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아니면 개인교습을 받아도 무방하다. 어느 정도 배우면 실전(實戰)이 필요하다. 실전을 위해서는 카바레에 나와 고수(?)들과 함께 춤을 춰보는 게 최선의 상책이다. 그래야만이 춤을 다듬을 수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블루스-지르박 타임
 춤실력은 타고난 재주가 말해주기도 하지만, 많은 실전을 거쳐야 한다는 게 고수들의 증언이다. 카바레의 출입은 춤을 추기 위한 것이므로, 춤을 잘추는 사람은 카바레문을 들어오는 순간부터 어깨를 펴고 들어온다.
 서울의 경우, 유명한 카바레는 교통이 편려한 곳에서 영업을 했다. 서울역, 영등포, 천호동, 연신네, 신사동, 이태원, 용산 등등 교통의 요충지 인근에서 성업을 이뤘다. 그 이유는 인근 도시나 지방에서 원정온 춤꾼들도 카바레 성업에 한몫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카바레는 춤꾼들의 사랑을 받아와 사교춤의 본거지 역할을 했지만, 그 부작용으로 나타난 춤바람의 진원지이기도 했다.
 영등포의 00카바레. 대로변에 나붙은 네온 사인 간판은 여느 업소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밤 9시경 그 업소에 도착했을 때 흥이 돋궈진 상태였다.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 신나는 노래판이 벌어졌고, 춤꾼들은 신나게 춤을 춰댔다.
 입구에 들어서는 손님들은 제각기 알고 있는 웨이터를 찾아달라고 외친다. 카바레 내부의 테이블 위에는 연등색깔의 작은 플라스틱 등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손님들은 웨이터를 부를 때 이등을 들고 흔든다. 실내가 음악소리로 가득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등을 봉화불처럼 흔들어, 술이나 안주를 주문하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실내의 한켠은 혼자 온 여자들이 듬성 듬성 앉아 있다. 손님들이 춤을 추거나 같이 어울릴 파트너를 원하면 웨이터들이 대기자들의 의향을 물어 합석을 주선한다.
 카바레측에서는 이들도 매상을 올려주는데 기여하기 때문에 홀대하지 않는다. 손님과 어울려 술을 마시면 그만큼 매상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한 신출내기 남자 춤꾼이 오면 춤의 고수로서 파트너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대기석에 앉아 있던 한 중년 여성은 말한다.
 "술이 마시고 싶고, 춤을 추고 싶어 왔어요. 대기석에 앉아 있다가 좋은 손님과 짝이 맺어지면 땀이 나도록, 한판 어울려 볼려구요"
 디스코걸들도 한몫을 한다. 야한 의상을 걸치고 나와 야들야들하게 흔들어대는 춤솜씨는 남녀 불문하고 동경의 대상이 된다.
 파트너가 정해진 손님들이 무대 앞에 나가 한바탕 춤을 출 때면 공간이 비좁아지고, 실내는 완전 춤의 열기로 화끈댄다. 카바레 손님들은 디스코 타임 보다 블루스, 지르박 타임을 더 원하는 모양이다. 온몸을 흔들 수 있는 디스코 음악이 나온 후 블루스, 지르박 음악으로 바꿔지자 "같이 나가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남녀가 손을 맞잡고, 또는 살을 맞대고 춤을 즐길 수 있어서이다.
 필자가 취재차 영등포 00카바레를 찾은 날은 금요일. 일주일 중 금요일에 제일 많은 손님이 온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카바레 안은 사람들이 와글와글, 재미가 물씬물씬 거렸다.
 카바레에 출입하는 손님들은 대게가 중년의 나이. 남자는 30-40대가 많고, 여성 역시 그 연령 수준이다. 입장료와 기본료를 합하면 최소 3만5천원이요, 술을 마시면 상당한 돈을 지불해야 하므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카바레 출입이 가능하다.
               
꽃뱀, 제비 한테 왜 물리나?
 사교춤은 남녀의 몸이 밀착되거나 서로의 손을 잡고 추는 춤이다. 그래서 "춤바람이 무섭다"는 유행어도 만들어졌다. 춤으로 사귄 남녀간은 서로의 체온을 몸으로 읽기 때문에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의 파티에서는 사교춤이 필수적이다. 파티의 흥을 돋우고, 이웃 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춤판을 벌인다. 그런데 춤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카바레에서나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었다.
 춤꾼의 세계에서는 과부나 홀아비를 선호하지 않는다. 정이들면 처리하기가 힘들어 질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꽃뱀도 경계한다. 남자와 춤추는 것을 발전시켜 성관계까지 급진전했다가 돈을 욹어내는 꽃뱀은 카바레의 독사로 불리운다.
 여성들에게 춤을 가르쳐 준다고 접근했다가 성관계로 발전, 여성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제비(직업적인 남자춤꾼)도 카바레의 기생충으로 분류된다. 건전하게 춤을 춤으로써 활력이 넘치는 생활을 해보자는 사교춤의 정신을 망각하고 몸 뺏고, 돈도 뺏는 일을 해온 제비들이 가끔식 사회문제를 일으켜 온 것이다. 카바레가 존속하는 한 꽃뱀이나 제비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사람은 춤을 추다 보면 정(情)이 들고, 정이 들다보면, 이성(理性)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거기에다가 카바레에 가면 우구든  사람을 취하게 하는 술을 마시니까. 정에 취하고 술에 취해서 이상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카바레를 자주 찾는 이들은 "사교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좋고,  피로를 풀어주며, 사귀는 이성(異性)의 친구와 빨리 가까와질 수 있으며, 중년에 이유없이 찾아드는 외로움을 더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자주 카바레를 나간다." 고 말한다.
 온종일 운전을 하는 운전수 중에 카바레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하루 종일 운전석에만 앉아있어 쌓인 피로가 춤으로인해 말끔히 없어지는 이유에서다.
 춤과 노래와 술이 있는 카바레는 종합적인 유흥 업소랄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카바레는 중년 남녀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 명맥을 탄탄하게 이어오고 있다.
 한때 카바레는 춤바람의 대명사인양 알려지기도 했다. 근년에는 애인바람이 불면서 "춤바람"이 무색해질 정도로 사회가 급변했다. 카바레에서 만나 정이 들어 애인관계로 변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지 모른다. 많은 사람이 애인을 두고 성(性)을 즐기고 있는 시대가 됐으니 카바레의 낭만이나 부작용은 시대에 뒤떨어진 유흥문화로 취급될 수도 있다.
 외로운 중년, 괴로운 중년, 돈을 맘껏 써보고 싶은 중년..... 그들중의 소수는 카바레에 나가서라도 자신이 중년임을 확인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들은 생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비비꼬고, 파트너의 육체를 빙빙돌리며, 삶이란 의미에 다가서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다. 술냄새 물씬 풍기는, 밤의 현란한 조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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