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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월드컵 성매매논란, 진실 혹은 거짓?

<현장추적> 부풀려진 '성산업' 특수 기대… 실제는 과연?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6/06/23 [20:04]

독일월드컵이 성매매 축제로 변질되었다는 우려와 비난이 국제사회에 끊이지 않는 가운데, 독일의 유력일간지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짜이퉁(faz)이 지난 6월 18일자 신문에서 '과연 이러한 비난이 합당한 것인지, 실태는 어떤지' 등을 짚어본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faz에 따르면 당초 독일의 월드컵 개최지 선정은 성산업에 기대를 낳았지만 실제 축구를 보기 위해 독일로 온 관광객들 중에 성매매 업소를 찾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로, 영국 축구팬들이 몰려드는 도시의 성매매 업소들만이 상대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성매매 업소들은 대박의 꿈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지금은 문을 닫아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고심하는 처지가 된 셈. 월드컵 개막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독일월드컵의 또 다른 얼굴 성매매 실태를 현지 언론의 보도내용을 토대로 집중 조명해봤다.
 
'성매매 여성 4만명 유입'설 근거 없어
영국인들 북적, 그나마 대부분 구경만

 
지난 6월 10일, 프랑크푸르트 역 주변은 밤늦게까지 영국에서 온 축구 팬들이 점령됐다. 몇 일이 지나도록 경찰은 공식발표를 하지 않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성매매 업소를 이용하고 돌아가는 인파들이었다.
 
독일월드컵 개막 이틀째인 10일 낮, 영국이 파라과이를 상대로 첫 게임에서 1:0 승리를 거두었고, 성매매 구역은 햇빛에 그을려 얼굴이 빨갛게 된 영국인들과 영국 국기로 넘쳐났지만 거기에는 축제 그 이상의 비즈니스가 이루어졌다.
 
이 지역의 한 성매매 업주는 faz와의 인터뷰에서 "첫 게임 결과로 영국인 군중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이곳을 떠난 아가씨들도 있다"고 밝혔다.
 
독일의 월드컵 개최지 선정은 독일 성산업에 기대를 낳았고, "월드컵 때문에 성매매 여성 4만명이 독일로 새로 유입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아무 근거도 없이 잇따라 나왔으며, '축구-남자들-섹스'라는 3가지 주제의 결합은 세상의 시선을 성매매 구역으로 집중시켰다.
 
특히 성매매 반대운동가들의 열렬한 활동 덕분에(?) 월드컵이 개막될 즈음에는 독일을 찾은 수백만명의 축구 팬들에게 "독일에서 성매매는 합법"이라는 사실은 상식이 되었고, 성매매 업소에 대한 경찰의 단속은 전례 없이 까다로워졌다.
 
그렇다면 월드컵 경기가 개최되는 도시의 성매매 거리들은 실제 어떤 상황일까?
 

faz에 따르면 함부르크 경찰은 모든 것이 평소와 같다고 밝혔다. 프랑크푸르트 시 환경부 울프강 마이어 장관도 "변한 것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물론 세계 여러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제적 명소로 떠오른 쾰른의 파샤(pasha)와 베를린의 아르테미스 등 일부 성매매업소들은 예선 토너먼트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손님이 몰리기 시작해 지금은 수용한계를 넘을 정도로 성황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업소는 극히 예외이고, 함부르크의 한 전문 클럽은 "평소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고, 뮌헨의 한 성매매 업주는 faz와의 전화통화에서 "평소에 비해 매출이 늘어난 것은 전혀 없다"며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는 진작에 접었다"고 밝혔다.
 
평소와 매출 차이 거의 없어
 
여타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성매매 산업도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이벤트에 집중해서, 독일 최대 성인용품업체인 '베아떼 우세(beate uhse)'는 월드컵을 기념해 레오타드 전용 가죽끈팬티를 출시하기도 했다.
 
앞에서 언급된 아르테미스는 업소를 새로 꾸미는 한편 업소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를 소개하는 광고를 새로운 버전으로 찍었고, 언론보도를 통해 잘 알려졌듯이 파샤처럼 본선 참가국들의 국기가 들어간 플랭카드로 업소 외벽을 장식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제한지역' 내에 새 건물이 들어섰다느니 성매매가 초호황을 누릴 거라느니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미디어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독일의 일간지 faz가 취재 후 내린 결론이었다.
 
프랑크푸르트로 쏟아져 들어갔던 영국인들은 경기가 있는 곳을 따라 게임이 끝나면 즉시 밀물처럼 빠져나가며, 그밖에 대부분 관광객들은 텔레비전이 있는 곳에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실 뿐이었다는 것이다.
 
쾰른 출신의 한 매춘녀는 프랑크푸르트의 한 성매매 업소와 24시간에 1백30유로씩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검은 머리칼에 거무스름한 피부를 가진 그녀는 동유럽 억양으로 "영국팀 경기 때문에 여기 왔다"며, "영국인들은 대부분 좋은 손님"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 말쑥하게 차려입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단순한 호기심에 구경 온 것이다. 영국에서는 홍등가의 후끈한 공기를 느껴볼 수 없으니까…"라며, "축구 팬들은 여비 대부분을 티켓 값과 숙박비로 쓰기 때문에 우리한테 쓸 돈은 거의 남지 않는다. 그들은 술 마시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 아가씨는 월드컵 호황이라고 해봐야 주말에 붐비는 것과 비슷해서, 미성년자들과 만취한 사람들이 길을 가득 메우지만 실제 들어오는 수입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했고, 이쪽 업계에 종사한다는 한 남자도 faz와 인터뷰에서 "사실 대부분 영국인들도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채, 심지어 신체접촉도 꺼리고 구경만 하고 가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faz는 "사람들은 '위험하지 않은'(합법적인) 섹스관광의 이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미디어에서 떠드는 것에 비해 성매매 자유가 축구 팬들에게 주는 매력이라는 것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인다"고 월드컵 시즌 성매매 현상을 분석했다.
 
"공창, 효율적 사회 제도일 뿐" 논란
 
한편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 성매매를 금지하는 국가들은 월드컵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가 성적 착취와 합법적 매춘을 위한 인신매매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연일 쏟아내 왔다.
 
안젤라 메르켈 독일연방대법관은 미국 방문시 이 문제로 격렬한 항의를 받아야 했고, 스웨덴에서는 독일월드컵을 보이코트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가기관에 의해 공공연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유럽 연합이나 유니세프 지도부도 독일월드컵 개막이 가까워짐에 따라 몇 주간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을 강요받았으며,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개막전이 열릴 때까지도 독일 경찰은 단속기준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었다.
 
쾰른시 행정복지부 로베르트 킬프 장관은 얼마전 "공창은 효율적인 제도"라는 발언 때문에 전세계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는 "우리는 당신들이 말하는 것처럼 공공 포주로 나선 것이 아니라 단지 사회적 장치를 운영하는 것일 뿐"이라고도 말했다.
 
쾰른시는 지난 2001년 가을 도시정비 사업을 수정, 마약중독자들을 위한 부분을 성매매 구역과 합쳐 도심주거지역에서 분리시켰고, 도르트문트시도 비슷한 시기에 도시정비를 시작했다. 성매매 구역 재개발이 알려진 것처럼 월드컵 대비용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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