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의 탄생배경은 양극화, 격차해소,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의 대의명분을 내걸고 MB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게 아니다. 재벌 대기업의 탐욕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여론 무마용으로 재벌 대기업으로부터 준조세 성격인 투자금을 갹출하여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민들은 동반성장위원회가 공공기관으로 혼돈하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는 동반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동반성장’을 트레이드 마크로 만들어 한국경제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며 정치권의 러브 콜을 받고 있다. 문제가 경제이므로 강연을 요약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자구구국(自救救國)포럼 준비위’ 주최로 열린 초청강연회에서 '한국경제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하였다. 정 이사장은 “동반성장은 한마디로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어 다 같이 잘 사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서로 힘을 합쳐 전체의 파이를 먼저 크게 키우고, 분배의 룰을 공정하게 바꾸어서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게 근본 취지라고 강조했다.
|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만 문제 삼고 있지만, 정이사장이 이끄는 동반성장연구소에서는 ‘동반성장’이란 개념 자체를 그보다 훨씬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대중소기업은 물론, 빈부 간, 지역 간, 도농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남녀 간, 세대 간, 남북한 간, 그리고 국가 간 동반성장 등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은 남북한 간 동반성장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고, 서울대학교가 입시제도로 채택한 지역균형 선발제는 지역 간 동반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국의 경제 현실과 과제
정 이사장은 한반도 주변 동북아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새로운 응전을 요구한다고 하였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4개국이 사안에 따라 서로 협력하거나 갈등하는 복잡한 구도가 전개되면서 이전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미래와 대면하고 있다. 분단 상황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이익이 직접 충돌하는 각축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부적으로는 지난 반세기 동안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비정상’이 사회의 각 영역에 작동하면서 공동체의 결속력이 급격히 약화되었다. 지역·세대·이념·계층 간 대립과 갈등은 심화되는데, 정치는 국민통합이라는 제 역할을 못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또한 “경제성장은 재벌 대기업들의 수출에 의존하고, 중산층은 무너지고, 서민들은 상시적으로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양산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상당수 사람들이 안정된 삶을 설계할 수 없게 되었다. 노동시장의 과도한 유연화는 그나마 직장을 가진 사람마저도 각자의 일터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직업윤리를 발휘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는 위기상황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대며 절차적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민주’ 정치를 구현하고 예측 가능한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정상’ 국가로 가는 길은 실로 요원하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21세기 4차 산업혁명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는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통일을 성취하고 진정한 일류국가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4대 열강에 휩싸여 상시적 위기상황으로 계속 표류할 것인가를 가름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의 명암
정 이사장은 한국경제의 밝은 면은 “한국은 세계에서 인구가 5천만 명이 넘으면서도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가 넘거나 이에 근접한 세계 7개 국가 가운데 하나다. 다른 6개국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뿐이라고 역설했다.
어두운 면은, 저성장과 양극화다. 2000년대 들어서 경제성장률이 4.4%로 하락하더니 10년대에는 2~3%대까지 떨어졌다. 그는 “소득분배도 점점 악화되어 삼성 현대 LG SK 등 4대 그룹의 1년 매출액이 GDP의 60%에 육박할 정도로 특정 대기업 의존도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을 상징하던 ‘역동적 한국(Dynamic Korea)’이란 구호가 사라진지 오래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를 크게 성장시킨 요인은 첫째, 교육 및 인적 자원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핵심 요인이었다. 두 번째 요인은 ‘하면 된다’는 과감한 도전정신이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의 어두운 면은 “수출기업 및 중화학공업 같은 특정 산업을 선도부문으로 먼저 육성하고 그 성과가 경제 전체에 파급되기를 기대하는 불균형 성장전략, 이른바 낙수효과 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경제의 가계부문과 기업부문이 각기 양극화의 가속적 심화를 경험하면서 분배문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고용 없는 성장’에서 최근에는 ‘임금 없는 성장’의 문제가 심각히 대두되고 있다. 그 결과, 가계부채와 중소기업 부실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양대 문제로 자리 잡았다. 우리 사회에서 분배의 공정성을 개선하지 않고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핵심 배경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4반세기 동안 급속히 진행된 세계경제의 개방화와 정보화, 그리고 한국사회 특유의 갑을관계 문화로 인해 산업간 연관관계가 단절되었다. 그 결과 수출과 내수 간,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고용과 소득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크게 약화되었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국내 소비 및 투자의 위축은 성장 둔화와 양극화 심화를 가져왔고 그 결과 한국경제는 ‘양극화 심화 ⇒ 가계부채와 중소기업 부실 누적 ⇒ 내수 부진 ⇒ 성장 둔화 ⇒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의식수준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선성장-후분배의 관성 또는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부자든 빈자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한국 경제라는 배에 동승한 이상, 더 이상 실기하면 모두가 공멸을 맞을 수밖에 없는 위기상황이다. 양극화의 개선 없이는 성장 둔화를 피할 길이 없다고 설파하며 그는 이것이 우리가 한시도 주저할 틈 없이 동반성장을 추진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
동반성장의 원리와 정책
정 이사장은 “경제는 순환이다.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각 부문이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서 끊임없이 선순환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동맥경화에 걸린 경제를 선순환 시키고, 사회 전체의 지속적 성장과 안정을 기하는 것 ―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동반성장의 요체”라고 피력했다.
국민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첫째, 부자·대기업·성장산업 등 선도부문의 성장효과가 아래로 잘 흐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중소기업 간의 하도급거래에서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기술탈취와 같은 불공정거래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불법과 편법 그리고 경제력의 남용이 오히려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무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공정한 경쟁 질서를 만드는 것이 시장을 바로 세우고, 동반성장을 이끌어내는 길이다.
둘째,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영세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적극적인 지원이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분수효과(fountain effect)’를 겨냥한 방식이다. 우리나라에는 극도의 불균형성장 전략의 결과 구조적 장벽이 너무나 높게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다수 국민의 고용과 소득을 늘리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서민층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직접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내수의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고용과 투자를 자극함으로써 성장을 가속화한다고 예측했다.
셋째,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여 대기업이 더 이상 지네발 식 확장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정부가 재화나 서비스를 조달할 때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중소기업 위주의 신산업정책으로 바꾸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람이다. 좋은 학생들을 중소기업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학자금 융자에 혜택을 준다거나 군복무에 혜택을 줄 수도 있다. KOTRA 같은 정부 조직을 활용하여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정부의 R&D 자금 배분을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을 정상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향상·안정화시키면서 궁극적으로는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 또 최저임금을 꾸준히 인상함과 동시에 그 사각지대를 방지하기 위한 근로감독의 강화 등 노동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는 비정규직 등 불안정 고용계층이 너무 많다. 특히 청년층의 불안정 고용은 잦은 이직이 숙련기술 형성을 저해함으로써 미래 세대의 인적 자본 축적에 결정적 장애가 된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고용 관행은 나라 안에 두 개의 국민을 만드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하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집행하고, 민간기업의 정규직 전환 노력에 대해서는 재정·세제상의 지원이 필요하다.
정이사장은 “동반성장은 21세기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Zeitgeist)이다. 이것을 이루지 못하면 서민경제가 파탄 나고, 경제 전체가 붕괴되어 사회를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동반성장에 성공하면 한국경제가 새로운 시대로 도약할 수 있다. 나아가 동반성장은 경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는 삶의 철학이자 새로운 사회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가치이다.”라고 강조했다.
동반성장으로서의 남북경협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이후 통일의 초석을 놓겠다는 의지로 ‘한반도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같은 통일 구상도 내놓았다. 2014년에는 “통일은 대박”이라며 ‘통일준비위원회’라는 단체도 발족했다.
하지만 국제여론은 냉담하다. 외국의 관심은 여전히 한반도 안정과 북핵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돌출적이고 변덕스러운 북한 정권을 상대하는 것이라 근본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지만, 통일의 결과만 강조할 뿐 ‘과정으로서의 통일’에 대한 비전과 담대한 통일 철학의 부재를 보여주고 있다.
냉전시대로 회귀한 남북관계
개성공단은 단순한 ‘공단’이 아니었다. 남북 사이의 ‘평화지대’이자 안전핀이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도 개성공단만은 폐쇄하지 않았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개성공단은 통일경제의 교두보 역할도 수행했다. 남한의 시장경제와 북한의 사회주의경제가 결합한 최초의 ‘한국형 통일모델’이었다. 자본 및 기술에 강점이 있는 남한과 토지와 노동력을 가진 북한이 결합해 상호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개성공단 폐쇄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시켜 한국의 국가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자본‧경상‧재정수지가 훼손되어 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고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무디스의 언급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은 남북 근로자 사이 소통의 장이자, 북한에 시장경제를 전파하는 매개체였다. 동독 출신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의 뤼디거 프랑크 교수는 “독일 통일 전 동독인이 서독인을 접촉하는 경험은 물론이고 그냥 바라보는 경험만으로도 동독 체제에 매우 파괴적”이었다며 “개성공단은 거대한 남한 측 선전기구”였다고 했다. 그로 인해 북한 노동자들은 “남쪽이 풍요의 땅이라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자체만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평화적인 통일을 추구한다면 개성공단을 다시 살려야 한다. 경제는 물론 안보의 관점에서도 폐쇄보다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
통일의 선행과제
통일은 우리 민족 최대 과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이사장은 “2010년 이래 지속되어온 ‘5·24조치’를 점진적으로 해제하고 남북 당국 간 대화를 통해 중단된 개성공단도 재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일기반 조성용’ 사업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중단 없이 지속해야 할 사업으로 분류하고 추진하여 남북한 간에 신뢰를 구축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개성공단을 다시 열고 남북교류 및 경제협력 사업을 다시 재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먼저 민간부분의 ‘작은 사업’부터 물꼬를 터가며, 서로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순차적으로 남북 교류협력의 통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국민통합과 통일
통일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어야 한다. 결과만 보는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에 깊게 뿌리박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남북은 70년을 서로 다른 체제와 다른 이념으로 살아왔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 정도로 심리적 간극도 크다. 경제력의 차이는 또 어떤가? 2013년 기준 국민총소득(명목GNI)이 남한은 1,441조 1천억 원, 북한이 33조 8,440억 원으로 42배 차이가 난다.
한국 사회는 지금 매우 유동적이며 혼란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냉전시대의 고정관념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패권주의와 엘리트정치가 그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려스러운 건, 이러한 갈등이 정치의제를 넘어 모든 의제로 확대되고, 최근에는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그 기저에 승자독식으로 인한 양극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양극화는 이미 경제영역을 넘어 우리 사회 전 영역에 구조화되고 있다. 양극화에 대한 근본적 수술을 동반하지 않는 국민통합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국민통합은 통일을 추진하는 데에도 기본조건이다. 따라서 경쟁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고, 규칙은 공정하게 적용하며, 패자에게는 재도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양극화의 해소는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야 남한체제가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통일 이후의 사회혼란을 막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그가 강조하는 “동반성장의 불가피성”이 여기에도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남북한 간의 경제력 격차가 커질수록 통일비용도 커진다. 우리 국민의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내면에는 통일비용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결국 북한경제가 성장하여 남한과의 격차가 완화되는 길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남한의 협력과 지원은 필수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이사장은 “남북 경제협력은 막대한 통일비용의 부담을 분산시키면서 북한체제의 전환을 유도하는 지렛대이자, 통일을 위한 선제적 투자”라고 역설했다.
경제는 정치체제의 변화를 추동하는 근본이다. 경제체제가 변화하면 정치체제의 변화가 따라올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사회체제의 변화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경제력 격차 해소용 남북경협은 ‘통일기반 조성용 남북 경협사업’으로 분류해 단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경제관리 개선정책과 더불어 외부의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든 자본주의 시장경제든, 저개발경제에서의 성장은 자본의 증가가 필수적이다. 현재 북한에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국가는 남한․중국․러시아뿐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는 경제적 여력을 볼 때 한계가 있고, 중국도 자국의 이익이 걸린 접경지역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결국, 북한 내륙지역의 개발까지 관심을 두고 투자할 수 있는 주체는 남한밖에 없다.
그 첫 단추는 바로 5·24조치 이후 5년째 중단된 남북 경제협력 재개와 개성공단의 재가동이다.
남북한 간 경제협력을 통해, 풍부한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개발할 곳은 많은데 돈과 기술이 없는 북한으로 흘러가게 하여 남북경제를 동반성장 시키겠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럴 경우에만, 통일은 대박이 된다고 했다.
남북경제 동반성장과 통일
통일연구원 김규륜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동독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서독의 약 38% 수준인데 반해 2013년 기준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남한의 5%도 안 된다.
현재의 남북한 격차는 동서독보다 심한 반면, 남한 경제는 당시의 서독보다도 취약하다. 따라서 남북한의 경제력을 동반성장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통일의 준비단계로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저성장 단계에 돌입한 남한 경제도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남북의 경제교류 협력이 중단된 이후 남북 교역액은 2014년 23억 4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99.8%를 개성공단이 차지했다. 사실상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은 전혀 없는 셈이다. 이전부터 개성공단은 성공적인 경제협력 사례로 꼽혀왔다. 어떻게 보면 결과적으로 보수정권 9년여 동안 전 정권의 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중단 등의 업적을 지우는데 있었던 것은 아닌가?
정치적 부담 없이 상호보완적인 경제시스템을 구축하여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는 데에는 인력의 교류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다. 따라서 그는 “드러난 문제점은 보완하고, 개성공단을 재가동한 뒤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북한에 지속해서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해안과 서해안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관심이 없는 북한 내륙도 좋다. 남한의 공단에 북의 노동력을 제공받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 남북 공단 건설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자, 통일경제의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동반성장형 남북 경제협력은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경제협력’과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이 그것이다.
먼저, 동북아시아 경제협력은 남한-북한-중국, 남한-북한-러시아, 또는 남한-북한-중국-러시아가 함께하는 3가지 방식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진행 중인 나진(북한), 하산(러시아), 훈춘(중국) 삼각지역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그 하나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은 동해에 물류 항구를 원하고, 러시아는 부동항을 원하며, 북한은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어 상호 간에 이해관계가 일치하기에 남한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포스코․코레일․현대상선이 참여를 추진하고 있지만, 진척이 더디다.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연결 프로젝트도 동북아시아 동반성장 경제협력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이사장은 한반도 발전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았던 고 김석철 명지대 교수가 생전에 야심차게 제안했던 ‘두만강 하구 다국적 도시’ 건설도 시사점이 크다고 소개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일 수 있고, 개성과 달리 북한 전속 구역이 아니어서 우리 정부의 부담도 적다. 두만강 하구를 동북아의 블루오션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남북 협력과 주변국의 협력까지 이끌어내 대륙진출 가능성을 열어 놨다.
그가 바라본 동북아시아 경협의 장점은 첫째, 남북한의 정치·군사적 변화와 관계없이 지속할 수 있다. 따라서 동북아시아 경협에 참여한 남한 기업은 피해를 보지 않고,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 둘째,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중국과 러시아와의 지속적인 신뢰관계 구축은 통일 한국에서 남한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남북한 간 경제협력 사업은 북한의 변화를 견인한다. 현재와 같은 고립상태의 북한 경제체제로는 어떠한 발전도 끌어낼 수 없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결국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남한 경제도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남북한 간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교정해야 할 중대한 문제가 있다. 경제협력 사업을 정치의 예속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그것이다. 그동안 대북관계와 관련한 정책은 항상 정쟁의 소재가 되어 이념 갈등을 격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했다.
그러나 남북한 간의 경제력 차이가 뚜렷한 지금, 통일에 대한 방향성은 정치 논리보다는 경제가 기본이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남북 간에 상호의존성이 증가하면 정치영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한 신뢰의 통로를 만들고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 정부의 정책적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정치· 군사 분야보다 유연하게 풀 수 있어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에서는 디딤돌 역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이사장은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남북경협과 교류협력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지속적인 교역증대로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여 궁극적으로는 북한체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핵심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한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경제협력 방향은 첫 번째가 교역을 통한 동반성장이다. 둘째, 북한에 지역별로 특화된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면 물류비용을 감소시키고 사업영역의 구분을 통해 특화된 개발이 가능하다. 북한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해당지역의 특색에 맞는 산업을 개발하는 것이다. 물론 남한산업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다고 주장했다. 셋째, 상호신뢰를 통한 정치적인 안정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북관계란 게 항상 돌발적으로 급변해서 아직 그런 상황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나 돌출적이고 언제든 급변하므로 남북한 간 경제협력 사업이 정치‧군사적 상황에 좌우되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한 간 경제력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는 사업은 정치와 분리하여 정권이나 조성된 정세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호신뢰 부족, 신냉전체제로의 회귀,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의 정책폐기처분으로 일관성, 지속성이 상실되어 불신으로 점철되어 왔다.
통일과 일류국가로의 도약
통일은 남북한 모두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통일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려면, 경제력이 있고 민주주의 제도를 확립한 남한이 철저하게 준비하고 확고한 비전을 세워나갈 수밖에 없다.
과거 대북정책은 정권의 성격이나 정치·군사적 상황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락가락했다. 대북 강경책은 북한을 굴복시키는 데 실패했고, 대북 포용정책 또한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지 못했다. 오히려 남남 갈등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았다. 강경과 포용이 모두 한계에 봉착한 이유는 양자 모두가 주관적 희망에 기댔기 때문이다. ‘햇볕’이냐 ‘바람’이냐의 차이일 뿐, 북한에 대한 인식은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
정이사장이 내놓은 “새로운 통일정책은 기존의 ‘냉전’과 ‘당위’를 넘어서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냉전적 사고, 민족주의적 감성에 기댄 통일논의나 대북정책은 돌출적이고 변덕스러운 남북관계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남북경제의 교류와 협력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먼저 국민적 합의 수준을 높여 정치가 마음대로 경제를 예속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 '통일기반 조성용 경제협력사업'만큼은 일관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남북 교류추진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통일은 체제와 이념, 민족적 당위의 논리보다 상생공영이라는 남북한 동반성장이 통일논의의 중심으로 진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일은 결국, 남한 경제가 준비 단계부터 북한경제의 발전과 이행을 추동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다. 그렇게 되면 통일 비용부담은 그만큼 감소하게 되고 남한 경제의 2만불 정체현상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가 동반성장을 추구하면서 통일과정을 적절히 관리해 간다면, 2%덫에 갇힌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통일은 남북한 동반성장을 통한 경제적 번영, 품격 있는 사회, 세계문명에 이바지하는 새로운 국가 건설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격식 있고 품격 있는 해박한 논리를 전개하였다. 결론적으로 한국경제를 살리는 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의 차원을 넘어 남북한이 동반성장을 통하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대업을 이룰 수 있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문제는 남북한 상호신뢰다. 정치 즉, 체제가 교류협력, 경제를 압도하는 이 구조를 어떻게 혁파하고 남북한이 동반성장의 길로 나아가고 강대국에 휘둘리는 아웃사이더가 아닌 당사자국의 지위를 잃지 않고 한국경제를 살리며 통일로 나아가느냐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선결적으로 북핵문제와 함께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5.24조치 해제와 개성공단 재개, 북한의 국경지대 개발 등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 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정권교체가 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