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이 후원하고 미국과 일본이 주창하는 인도 태평양 시대의 전략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에서 일본의 저명한 사회자가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 아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동맹을 뜻하는 alliance를 어원 분석하면 al>ad(=to, near, intensive)+li>lig (=bind)+ance(=that which)로 '가까이 또는 완전히 묶이는 것'의 뜻이다. 한미동맹, 미일동맹으로 구축된 한미일 삼각동맹체제가 동아시아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보루 역할을 해왔는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가? 한미가 동맹국이라면 가까운 이웃인데 계속 엇박자가 나는 걸 보면 이제는 먼 이웃이 되었나 보다.
한국은 한당원명청이라는 통일왕조 시기에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에서 중국과 사대관계를 맺었다. 중국은 1895년 청일전쟁에서 패했고, 이후 일본이 1945년까지 동아시아 질서를 지배했다. 일본은 동아시아 국가 최초로 영국과 1차(1902), 2차(1905)에 걸쳐 영일동맹을 맺었다.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던 영국이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영국은 청에, 일본은 대한제국에 대해 각각 특수한 이익을 서로 인정해주는 것이었다. 비록 동맹은 아니지만 가쓰라-태프트 협약도 미국은 필리핀에, 일본은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를 상호 인정한 것으로, 메이지유신에 성공한 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세계 주력국가들의 승인 하에 한반도 식민화를 추진하고, 세계의 열강으로 우뚝 서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국제무대에서 강대국과의 동맹체제는 긴요한 것이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강대국이 약소국과 양자동맹을 맺지 않는다.
1945년 2차 대전이 끝나고, 세계는 영프독러를 중심으로 한 다극화 체제에서 미소를 중심으로 한 양극화 체제로 급속히 전환되었다. 특히 민주주의 진영을 대표했던 미국은 유럽의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를 통해 다자동맹을 결성했고, 아시아는 한국, 일본, 필리핀과 양자동맹으로 갔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양자동맹으로 일본은 2차 대전 전범국가로서 관리 차원에서 1951년 미일안전보장조약을, 필리핀은 미국의 반세기에 걸친 식민지로 1951년 미필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고 하지만, 한국이 미국과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양자 군사동맹 체제로 들어간 것은 전적으로 한국전쟁 당시 국제정치 역학에 정통했던 이승만이 한미동맹에 관심이 없었던 트루먼을 상대로 반공포로 석방이라는 승부수를 던져서 얻어낸 쾌거였다.
한미동맹의 근간이 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한미군이 주둔하게 되었고, 이는 제2의 한국전쟁의 발발을 방지하면서 안보 무임승차를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한국의 지도자들이 전후 신생 독립국가로서는 유일하게 1950년대는 이승만이 정치적으로 민주국가의 토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고, 1960-70년대는 박정희가 경제적으로 산업국가의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
양자동맹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상호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문재인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중재자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평양정권의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 특히 2차 북미회담이 결렬된 이유 중 하나는 한미 수뇌 간 무너진 신뢰로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 김정기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
예를 들면, 비핵화(denuclearization)란 용어에 대한 큰 인식차를 좁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북한만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기본 개념은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폐기다. 이것은 엄청난 보상을 전제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정권의 생존 그 자체인 핵을 포기하지 않고 유엔의 대북한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벌고, 낮은 단계에서라도 경제적 실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비핵화에 대한 인식이 김정은에 가까웠고, 그래서 중재자 역할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트럼프가 회담장을 뛰쳐나오는 강수를 두게 된 것이었고, 이는 김정은의 '가짜'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경고는 물론 여기에 동조하는 문재인에게도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메지시를 던진 것이다.
문재인은 각성해야 한다. 5년 시한부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으로서 70여 년간 대한민국을 굳건하게 지켜온 동맹체제를 흔드는 망동을 그만두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