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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를 통해 본 파워엘리트의 초라한 자화상

김정기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4/11 [17:37]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연철 인제대 교수를  각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모든  것이 위선 뿐인 박영선과  모든 것이 북한 뿐인 김연철' 의 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불통,  오만, 독선을 성토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이념 편향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투자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2000년에 도입한  이후 한 번도 바람 잘 날 없었다.  수많은 고급 인재들이  정책 수행 능력보다는 사전 검증이 철저한 미국에서는 청문 대상이 되지도 않는  신상 문제로 낙마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가적으로 재앙에 가까운 고급 인재 손실이다.  1789년에 도입했던 미국은 230년간 낙마한 후보자가 12명에 불과한데, 한국은 정권 5년간 10명꼴이다. 도입 역사가 일천해서 그럴까?  미국처럼 선진적인 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해서도 그렇겠지만,  후진적인 한국의  사회구조가 낳은 부산물이  아닐까?  우선 제도 개선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접근해보자.


국회 인사 청문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는 총리와 국무위원(장관),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중앙선관위원, 감사원장, 국정원장, 합참의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국가인권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한국방송공사 사장 등이다. 


능력, 자질, 도덕성 등 고위공직자로서의 적격성 여부를 검증받는 후보자들이 문제가 있다는데, 이를 개인의 일탈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이중성 문제로 정직하지 못한 국민, 투명하지 않은 사회, 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국가가 낳은 비극적인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회의원의  경우는 선출직 공무원으로  선거를 통해 일정 부분  검증을 받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쉽게  통과한다. 관료의 경우는 임명직으로  대개의 경우 행정고시 출신이 많고 그들끼리 리그를 만들어 각   중앙부처에서  고공단(1급--2급)까지는 과도한 경쟁없이  무난하게 승진하기 때문에 자기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있고, 이것이  나중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판사의  경우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판사로 임용되면 치열한 경쟁없이 부장판사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간다. 사법정의를 실현하는 보루로서 외부인과의  교류도  극도로 꺼리는 문화가 있어서 비교적 자기 관리가 잘 되는  편이다. 여기에다가 미국과는 달리 예외적인 실책을 제외하고는  탄핵되지도 않는다. 드물지만 이해 충돌과  이념 편향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교수는 박사 취득 후 전임으로 임용되면 자동적으로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로  올라가지만 위계질서가 엄격하지 않고, 자유로운 활동에 익숙하여 통제불능인 경우가 많고, 청문 후보자  대다수가 논문 표절로 애를 먹는 것도 사실이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출신 공직자와 교수  출신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공통적으로 걸리는 단골 메뉴가  위장 전입과  부동산  투기고,  여기에 관료 출신은 이해 충돌이 더해지고, 교수 출신은 논문 표절이 추가된다.


조선의 선비들은 '공사구분의 정신'이 지배적이어서 자신과 가족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했고,  한국의  파워엘리트들은  공사구분은 커녕   '내로남불 정신'(특히 문재인 정권 인사들이 대놓고 한다!!)으로 합리화시켜 자신과 가족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가혹하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일까?

 

▲ 김정기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조선의 선비들은 태어날  때부터 경제적인 독립인이었다는 게  절대적인 이유다. 농업 중심의 사회에서 경제적인 독립인인 현대판 CEO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선비는  토지를 소유한 지주로서 집사를 통해 대리 경영을 시키면서 '돈'으로부터 자유로웠다. 평소에는 학문을 연마하고 때가 되면 국정에 참여하여  목에 칼이 들어와도 원칙에  입각하여 '바른' 말을 했다.  <위장전입>도  할 필요가 없었던 게  조선시대에는 인구의 10%인 사대부가  교육을 독점했기 때문에 이들의 자녀가 기본적으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부동산투기>는 당연히 지주로서  토지 소유를 독점적으로 했으니까  투기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해 충돌>에 대해서는 사적 이익을 추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었다. <논문 표절>은  어떤가?  조선시대 선비들은 모두 성리학자로 철학자고 사상가였다. 또한 시인이기도 했다. 요즘처럼 특정 학문의 단일 소분야만  아는 학자들과는 달리 모든 학문에 정통한 그야말로 박학다식한 제대로 된  '박사'로 창작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여기에 비하여 한국의 파워엘리트들은   경제적  불안정으로   공사구분을 하기가 어렵고, 신분상승의 수단인  자녀 교육을 위해  교육특구로 이사를 가고,  재산증식의 수단인 부동산에 눈을 돌려 개발이익을 챙기고,  공직자 윤리를 넘어서는 이해 충돌을 배우자의 짓으로  눈을 감고, 지식인으로 생명줄인 창작물에 표절의 덧칠을 쉽게 한다.


안타깝지만 현실이고, 이는 대한민국 상층부의   총체적인 부실을 말하는 것이다.  모두가 알면서도  이런 악순환은 계속되어 왔다. 태생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걸까?  크게 보면 국민들이 정직해야 하고, 사회가 투명해야 하고, 국가가 법치에 기반해야 한다. 최선은 조선시대 선비처럼 경제적인 독립인이면  좋겠지만, 차선으로라도 제시할 수 있는 실행 방안은  교육이다. 가정교육에서  정직의  가치를 신앙심에 가깝도록  주입시켜 체화되도록 한다. 학교교육에서 공정함의 가치를 가르쳐 사회의 작동 원리가 투명성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사회교육에서 민주시민의  기본 책무로서  신성한 준법의식을  가지도록 한다.

 

*필자/김정기. 석좌교수 * 법학박사 * 제8대 주 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 * 숭실사이버대학교 초대 총장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특임교수 * 한남대학교 경제학부 예우교수 *중국 베이징대학교 북한학 연구교수 * 법무법인 대륙아주 중국총괄 미국변호사 *저서 : <밀리언셀러 거로영어시리즈> <대한민국의 미래를 말하다>  외 2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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