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미국 국무부 |
북한은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가 있으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간다고 하면서,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한 인물로 교체를 원한다고 했다. 상당한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면서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 폼페이오가 지난 2월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회담을 무위로 돌려야한다고 조언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그가 비핵화 프로세스와 관련하여 북한의 노림수를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협상 30년 역사를 보면 제네바 합의나 6자회담 등에서 최종적인 승자는 언제나 북한이었고, 그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속에서도 결과적으로는 북한이 비공인이지만 핵보유국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지 않는가?
폼페이오가 누군가? 육사(West Point)를 수석 졸업하고 대위로 전역한 후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다년간 엘리트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정계에 입문, 연방 하원의원을 내리 4선하고, 2017년 트럼프에 의해 해외 정보를 총괄하는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 국장에 중용되었고, 2018년 국무부(Department of State) 장관에 임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의 전방위적인 이력은 세계를 경영하는 미국의 외교수장으로서 최적격이다. 법률가로서 법치대국 미국을 유지하고, 군인으로서 군사대국 미국을 방어하고, 정치인으로서 민주대국 미국을 수호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여, 트럼프에 의해 연방정부의 정보기관장과 외교기관장에 중용된 것이다.
CIA 국장으로서 북한미션센터(Korea Mission Center) 를 설치하여 핵심 측근인 한국계 앤드류 킴(Andrew Kim)을 센터장으로 앉혀 김정은과 북한정권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한국의 서훈 국정원장과 북한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스파이라인'을 구축하여 남북미 관계를 조율하는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또한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은과 '통크게'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김정은이 폼페이오를 만났을 때 미국 정보기관이 자신을 암살하려고 한다면서 사과를 요구했는데, 폼페이오는 마치 저승사자처럼 '지금도 당신을 죽이려 하고 있다 '는 농담을 던졌다. 물론 겉으로는 김정은이 폭소를 터뜨려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지게 하고 이어서 '나만큼 배짱이 좋은 사람을 만나기는 당신이 처음이다'고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김정은이 아무리 독재자로서 정적 숙청을 밥먹듯이 하는 강심장이라지만, 속으로는 '섬뜩한'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당시 두 사람이 나란히 기념 촬영한 사진을 보면, 2차 대전 후 항복선언을 한 패전국의 '죽은' 황제 히로히토와 이후 군정장관으로 7년간 일본을 통치한 '살아있는' 황제 맥아더 원수가 나란히 찍은 사진과 분위기가 비슷하게 느껴졌는데, 국가의 위상도 그렇지만, '덩치'의 크기가 거인과 소인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이렇듯 김정은과 북한정권의 본질을 궤뚫고 있는 폼페이오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한 이유는 자명하다. 미국이 북핵협상에서 북한의 '위장평화전술'에 속지 않고,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거나 최소한 '예방전쟁'이 지속될 때까지 북미정상회담의 장을 유지하며 부드러운 '대화'와 강한 '압박'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국무장관 임명 전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하여 발언한 내용을 보면 그의 대북관과 비핵화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는데,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는 유엔 제재 완화와 경제적 보상은 없고, 북한의 행동 여하에 따라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핵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막는 것이 목표다' 고 했다.
국무장관으로서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폼페이오의 생각은 강경파를 대변하는 것으로 북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이다. 쉽게 말하면 '동시다발적' 비핵화다. 참고로, 초강경파인 존 볼턴(John Balton) 국가안전보장회의 특별보좌관의 입장은 훨씬 더 강한 것으로, 그가 말하는 비핵화는 핵시설의 완전한 해체인데,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도움을 받아 미국이 전담하여 모든 핵설비를 뜯어내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어쨌든, CVID에 대한 대가로 유엔 제재 해제를 기본으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북미수교, 체제 안전 보장은 물론, 북한의 기대치에는 휠씬 못미치겠지만 북한의 경제부흥을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아니고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보는 게 폼페이오의 생각이고, 트럼프의 생각이고, 공화당의 전통적인 생각이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선호한다. 우선, 스몰딜(small deal)로 유엔 제재 완화를 얻어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남북경제협력을 통해 붕괴 직전에 있는 북한경제에 숨통이 트이게 하고, 다음으로, 제재 해제를 얻어내 북미경제협력을 통해 북한경제를 살찌우는 것이다. 다음은, 빅딜(big deal)로 핵의 완전한 폐기를 통해 전세계가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개발계획에 10년간 6,000억 달러의 지속적인 투자를 유치해, 북한 경제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핵은 김정은 수령체제를 떠받치는 축으로 북한정권의 생존 그 자체다. 그래서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이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전자만 얻어내고,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ICBM을 포기하고, IAEA의 핵사찰도 형식적으로 수용하면서 핵심 시설 사찰에 대해서는 교묘하게 피해가는 쇼를 하면서 핵보유국으로 남기를 원하는 것이다.
![]() ▲ 김정기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
북핵 협상이 여의치 않아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취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이 핵을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하여 미국의 주요 도시를 타격권으로 하여 위협하지 않는 한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설사 군사행동을 하더라도, 북한에는 지하 군사시설이 1만개가 넘어서 100%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다. 산악지형이라 단기속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고 게릴라전으로 장기화 되면, 미국 내 반전여론이 형성되어 휴전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중국이 참전하고, 러시아가 지원하면 제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핵을 사용한다면 방사능 유출로 한반도와 인근 국가는 초토화 된다. 한민족과 인류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예견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트럼프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 폼페이오를 교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폼페이오는 협상의 달인 트럼프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벼랑끝 협상 전술로 30년을 우려먹은 북한이 제대로 된 강적을 만난 셈이다. 북핵 협상의 길은 쉽게 풀리지 않는 퍼즐과 같아서 참으로 멀고도 험하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의 운명인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