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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분규 덕분 실적 호조 "勞 좋고 社 좋고"

노사갈등 골몰하던 기업들 잇따라 '평화선언'…新 노사문화 열어가나?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07/05/10 [17:38]

▲lg전자 경영진과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4월 서울 청계산 등반대회를 통해 화합을 다지는 모습. 남용 부회장(왼쪽)과 노조 대표가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모습에서 lg전자의 노사문화를 읽을 수 있다. 

해마다 이맘 때면 이른바 춘계투쟁(춘투·春鬪)으로 몸살을 앓던 노사문화가 올해는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노사갈등 해결을 위한 해법 찾기에 골몰하던 노동자와 기업들이 평화선언으로 화합을 다짐, 올해는 예년과 달리 '춘투' 없는 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시대에서는 노와 사,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한 배를 탄 ‘동지’이다.

세계시장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기술력을 앞세운 일본, 저생산 비용으로 무장한 중국과 맞서 이기려면 한 배를 탄 동지들의 협력과 상생의 지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상생경영이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노동자와 기업이 임금이나 근로시간을 놓고 다투기보다는 세련된 '상생적 노사관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무분규, 상생경영으로 신 노사문화를 열어가는 기업의 이모저모를 취재했다.

'무분규'로 쑥쑥 크는 기업 3곳
달라진 노사문화 풍속도 밀착취재

우리나라는 1960년대 초만 해도 각국의 원조 없이는 연명하기 어려웠지만 40여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 2008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수준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사관계 경쟁력 부분은 그리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삼성연구소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와 사회를 이끌어갈 동력은 새로운 노사문화에 달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 노사문화는 1987년 이후 10년을 주기로 노사·인사 시스템이 격변하는 등 큰 변화를 겪었다. 성과주의 확산과 고용 유연화의 진전으로 평생직장 개념이 퇴색하는 등 인사관행이 빠르게 붕괴되면서 노사문화도 달라졌다. 기업도 노동자도 이제 임금이나 근로시간을 놓고 다툴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 만큼 ‘상생의 경영’은 이제 기업의 경쟁력을 재는 핵심 척도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상생경영은 이제 해도 되고 안해도 좋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상생경영이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상생경영에 적극 나서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주요 대기업 노조도 어려운 경제현실을 감안해 임금·단체 협상권을 회사측에 위임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모처럼 노사 평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노사화합의 한마당을 일궈낸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이 극단으로 치닫는 노사대결에 허덕이는 동안 생산성 향상 결과물을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재계의 모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대중공업

12년 연속 무분규 진기록…노사관계 모범답안
창립 35주년 기념으로 노사 '평화선언' 선포식
대외신인도 오르자 일감 밀려들어 '즐거운 비명'

▲현대중공업 노와 사의 '평화선언' 장면.

업계의 최고 대우와 노조의 합리적인 정책에 힘입어 1995년부터 작년까지 12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한국 노사관계의 모범답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

지난 4월23일 창립 35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은 12년 연속 무분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노사 평화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4월22일 울산 본사 체육관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 선포식을 갖고, "노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각각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기업발전의 공동주체로서 책임을 다해, 다음 세대에도 희망이 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민계식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노사관계도 세계적으로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할 것이며, 이를 토대로 해마다 발전을 거듭해 다음 세대에게도 희망이 되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김성호 노조위원장도 “올해는 노동조합 창립 2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로,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노조도 공동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가 많은 기업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며, “상호 신뢰하고 이해하는 노사문화가 어려운 한국 경제를 일으키는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노사 공동선언'을 통해 더욱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가치 극대화에 주력할 수 있게 됐으며, 기업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적 도약과 사회적 통합에도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분규 덕분에 실적잔치 '푸짐'…"勞 좋고 社 좋고"

조합원 2만 5000여명에 이르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노동계가 못말리는 강성 노조였다. 노동운동 초창기부터 현대자동차 노조와 쌍두마차를 이루어 과격분규를 주도했다. 1988년부터 이듬해까지 계속됐던 128일 파업, 고공농성의 효시로 불리는 1990년 골리앗 크레인 점거농성 등은 대표적 투쟁사례로 꼽힌다.

투쟁 외골수였던 노조가 합리적인 선진노조로 탈바꿈하게 된 데는 노사신뢰가 바탕이 됐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오늘의 상생관계가 있기까지 비싼 대가를 치렀다.

1987년 노조 설립 뒤 해마다 장기파업으로 생산손실·대외신인도 하락 등 유·무형의 손해가 컸다. 회사측이 파업기간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는 바람에 파업을 할수록 노조원들의 월급봉투는 얇아졌다. 투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노조원들이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다.

이렇듯 안정적인 노사관계는 세계 최고 기술을 갖춘 현대중공업의 대외신인도를 정점으로 끌어올려 외국 고객사들은 마음놓고 선박건조를 맡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2009년까지 일감을 확보해 놓고,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 위주로 수주활동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김성호 노조위원장은 “노조 집행부와 회사가 노사관계에 항상 신경을 쓰고 노력해야 신뢰가 깨지지 않고 지금의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 집행부는 매주 하루씩 현장에 조합원들을 찾아간다.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대화를 하며 건의사항 등을 듣고 회사가 나서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회사측과 의논해 해결한다. 현대중공업 노사담당 관계자는 “노조가 과거처럼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기 때문에 노조 건의사항은 회사가 되도록 들어주려 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조합원 복지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사원 아파트 1만6000여 가구를 지어 시중 분양가보다 30% 싼 값에 공급했으며 울산 동구 관내에 6개 문화예술회관을 짓고 7개 잔디구장을 조성해 사원가족들이 여가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

2007년 83일간의 파업…아픈 만큼 노사 성숙
임직원-노사대표 한자리 모여 '한마음' 선포식
상생경영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복리후생으로

▲포스코 노사와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마음' 선포식을 하고 있다.

지난해 83일 간의 지긋지긋했던 포항건설노조 파업으로 도시 전체가 술렁거렸던 포항시. 그러나 올 봄에는 '노사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4월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임직원과 외주 협력업체 노사 대표, 포항 전문 건설업체 관계자 등 2000여 명이 참석하는 '내 일터 내 고장 산업평화를 위한 포항지역 범포스코 가족 노사 한마음 선포식'이 포항에서 열린 것이다.

포항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포항제철소 임직원, 56개 외주 협력사 노사 대표, 포스코 출자사, 운송 및 하역회사, 전문건설 회사 노사 대표 등 총 2500여 명이 참석해 '신 노사문화' 정착을 기원했다.

포스코 정준양 사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포항제철소 5개 부문 150여 개사 노사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상호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어 갈 것을 선언하는 뜻깊은 자리에 서게 됨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연 후 “중국의 저원가, 일본의 기술력 등 무한경쟁 체제에서 생존경쟁을 하고 있는 포스코의 발전과 나아가 한국경제의 성장을 위해 협력과 상생의 노사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갈등 골몰하던 기업들 잇따라 '평화선언'…신 노사문화 열어가나?
상생경영이 기업 경쟁력 척도…임금 신경전보다 세련된 노사관계 구축

아울러 “이번 노사화합 선포식이 화합과 협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지역 전체로 확대되어 산업평화를 정착시킴으로써 포항이 동북아의 중심도시이자 국가발전의 핵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외주 협력사인 '㈜대운'의 박승대 사장과 황신 근로자 대표가 발표한 “노사분규 없는 산업평화 정착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하며, 성숙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포항제철소 한가족 및 지역사회가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통해 노사화합이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한번 더 다짐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외주 협력사, 전문 건설회사 등 5개 부문의 노사 대표가 상생문화를 공동으로 만들어 갈 것을 선언하는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포스코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노사화합 선포식은 지난 2월1일 포스코 외주 협력사인 ㈜대운의 ‘영구 노사평화 선언’에 이어 일부 외주 협력사와 출자사의 잇따른 선언에 이은 것으로 포항제철소 내에 함께 근무하는 노사 주체가 모두 한마음이 된다는 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포스코 노사관계에도 아픈 기억은 있다. 포항건설노조는 지난 87년 이후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파업을 벌여 포항시민들에게 '파업도시'라는 불명예를 떠안겼다. 그런 만큼 지난해 파업 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포스코가 올해는 '노사 한마음 선포식' 통해 19년 연속  파업의 고리를 끊고 신 노사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선포식과 노사상생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고스란히 포스코 직원들의 복리후생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근무제도와 복리후생제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4조3교대(1992년)를 비롯해 주5일근무제(2003년), 선택형 복리후생제도(2003년) 등 선진형 제도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직원 삶의 질 향상을 도모, 철의 도시 포항을 '복지왕국'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것이다.

lg전자

"일단 회사부터 안정시켜 놓고 보자"
노조 껴안고 가는 상생 택해 초우량 기업으로
노조측도 대졸 임금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

▲청계산 등반대회를 통해 화합을 다지는 lg전자 노경 관계자들. 

lg전자도 노조를 껴안고 함께 가는 상생(相生)의 길을 택해 초우량 기업으로 발돋움한 케이스.

lg전자는 ‘가치 창조적 노경(勞經) 관계 구축’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전국의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까지 ‘파트너’로 인정하는 신노경 모델을 만들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또한 전 사업장의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 근로자의 30%(경남 창원공장은 50%)에 달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를 포용하는 노사모델을 만들고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원 플러스 원 클럽’을 운영, 상생의 문화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노조 측도 올해 임금을 소폭 인상 또는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임단협 결과를 내놓고 여기에 화답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8년 만에 대졸 사무직의 임금을 거의 동결하고, 지난해 6%대였던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 인상폭을 2%대로 대폭 줄였다. 원/달러 환율하락·유가상승 등 각종 대내외 경제여건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단 회사를 안정시켜 놓고 보자는 노사 신뢰조성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lg전자가 이렇듯 올해로 18년째 임단협 무분규 타결 진기록을 세우는 이유는 뭘까.

lg전자 홍보실 관계자는 "무분규 임단협 타결의 배경에는 노와 사의 지속적인 대화와 신뢰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lg전자는 사업부별로 노조 간부와 사측 간부가 매달 독자적인 간담회를 갖는다. 여기서 요구사항이 대략 걸러지고 노사 간 이해의 폭이 깊어진다는 것. 어쨌든 현대중공업·포스코·lg전자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의 잇따른 '노사상생' 다짐에서는 일터에서 존중받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노와 사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한편 lg전자 남용 부회장과 장석춘 노동조합 위원장 등 회사 주요 경영진과 노동조합 대표들은 지난 4월13일 서울 청계산에서 등반단합대회를 가졌다. 노경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톱(global top) 도약을 위해 노경이 함께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lg전자 노경은 이날 청계산 등반에 앞서 남용 부회장 취임 후 첫 노경협의회도 개최했다. 노경협의회에서 lg전자 노경은 올해 경영목표를 함께 공유하고, 2007년도 안정적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임금단체협약 조기 타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현장 혁신활동을 더욱 강화하는데 노경이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가치창조적 노경활동에 더욱 매진하기로 결의를 다졌다.

청계산 정상에 오른 남 부회장은 “lg전자를 주주, 고객, 사원에 대한 가치를 창출하는데 열광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어 2010년까지 시장점유율, 성장률, 주주가치 등에서 글로벌 톱 3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등반처럼 노동조합이 경영진의 동반자로 함께 하고 있어, 목표 달성이 현실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함께 정상에 오른 노동조합 대표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penfree@unitel.co.kr

勞經관계란? 노사(勞使)관계라는 용어를 대신해 사용하는 lg전자의 고유 용어. 노사 관계가 갖는 상호 대립적이고 수직적인 의미를 대신해,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勞(노조)와 經(경영자)이 제 역할을 다함으로써 함께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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