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시절 저도 홧김에 술 많이 먹었습니다…"
술 분해 못 시켜 30년 동안 취하도록 마신 것 두 번
보건복지부는 알코올 문제가 너무나 심각해지자 2005년부터 국가알코올종합대책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급한 대로 2006년 8월에 '파랑새 플랜 2010'이라는 이름으로 일단 완성을 했습니다.
실무자들은 나름대로 획기적인 대책이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국민들에 대한 알코올 위험 홍보 강화, 시민사회 전문가 단체와 함께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파랑새 포럼' 결성, 보건소와 학교의 절주학교 운영, 운동시설과 국립공원 음주제한 청정지역 설치, 알코올 조기 발견을 위한 고등학교 1학년 정신건강검진사업 실시, 청소년에 대한 술 판매를 적발하는 합동감시단 구성, 청소년 자율보호업소인 '클린판매점' 지정, 한마디로 말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 주류 제조와 판매업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그리고 국민들을 크게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도 할 수 있는 사업들만 망라해놓았습니다.
실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만든 종합계획입니다. 왜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만 모았을까요? 돈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들도 술이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을 잘 모릅니다. 게다가 대통령 임기 말이라 재정이 더 들어가는 사업은 국회 예산심의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나다를까? 2006년 가을 정기국회 예결위에서 눈이 밝은 야당 의원들이 이걸 찾아냈습니다.
'파랑새 플랜'과 관련해 청소년 보호를 위한 주류 판매업자 교육과 국민 홍보에 들어갈 많지도 않은 예산을 문제삼은 것이죠.
여러 말이 나왔지만, 압권은 실력있는 경제학자로 손꼽히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과 제가 주고받은 공방입니다.
그는 알코올 소비에 따르는 문제점을 잘 알면서도 이것을 정치적인 공방으로 몰아갔습니다. 2006년 11월29일 예결위 전체회의였습니다. 한 토막만 옮기겠습니다.
유승민 의원 : 세금을 이렇게 많이 쓸 게 아니라, 이 정권이 열 좀 안 받게 하면 술 훨씬 덜 마실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국민 세금 가지고 절주하라고 하고, 이 정권은 계속 국민들 열 받게 만들고, 이러면 이거 좀 곤란한 것 아닙니까?
유시민 장관 : 존경하는 유승민 의원님이 몸담고 계신 정당이 그전에 집권당이던 시절, 저도 홧김에 술 많이 먹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시대나 자기 주관적인 가치기준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 잣대로 국가예산을 평가하시는 것은 그렇게 적절치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승민 의원 : 이 정권 들어 가지고 음주가 많이 는 것 같아요.
유시민 장관 : 유승민 의원님 주변에 그런 분들이 좀 많으셔서 아마 경험적으로 그렇게 아시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유승민 의원 : 장관님은 술 없이도 그냥 잘 사시나 보죠?
유시민 장관 : 예, 제 주변에는 술을 예전보다 덜 마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녁을 먹고 들어와 지루한 중복 질의가 이어지던 회의장에 한바탕 폭소가 터졌지요. 국회에서는 매사가 이런 식입니다.
저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정당이 집권당이던 시절에도 저는 술을 많이 마신 적이 없습니다.
알코올은 몸에 들어가면 독성이 있는 아세트알데히드가 됩니다. 이것이 사람을 술에 취하게 하죠.
간에서 나온 효소가 아세트알데히드를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면 술이 깨는데, 한국인 셋 가운데 하나 정도는 이것이 전혀 나오지 않거나 조금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요. 저는 거기 속합니다. 그래서 취하기도 전에 두통이 나고 얼굴이 붉어지고 속이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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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을 빼앗긴 설움 때문인지, 아니면 조국과 겨레가 걱정되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앞서 설명드린 '알코올 남용'과 '알코올 의존', 또는 같은 당 의사 출신 국회의원의 표현을 빌리면 '급성 알코올 중독' 증세에 빠지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ktx 열차를 발로 차서 세운다거나, 기자간담회 뒤풀이 자리에서 기자를 성추행한다거나, 이런 일들은 다 알코올 남용의 부작용이라고 해야지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행동입니다.
국가알코올종합대책, 정말 꼭 필요합니다. 앞으로 한나라당이 파랑새 플랜 예산 확보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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