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프렌들리'와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서두르겠다는 입장과 함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 출자를 제한했던 '금산분리' 제도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의 매각 대상 기업 리스트 맨 앞줄에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건설 외에 우리은행 등 매머드급 금융회사들의 향방에도 눈길이 쏠리며, 이러한 정부출자 회사 대부분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민영화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점도 심상치 않다.
금산분리 폐지는 재벌그룹들의 은행업 진출 제한을 풀어버리는 효과는 물론 기존에 형성되어있는 대형 금융그룹들이 앞으로 기업m&a에 인수희망자로 참가할 수 있는 문호 또한 개방하는 것이고, 이러한 관문 개방은 외국계 금융자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대격변의 시대에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계획들이 현실화된 이후의 재계서열 등 경제지형도를 미리 그려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들을 정리해보고 추론 가능한 수준의 밑그림을 그려보는 것 자체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요동치는 국내 m&a시장을 대해부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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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시대가 끝날 무렵 재계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돼 있을까? |
대한민국 재계 지형도에 사상최대 규모의 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한 건 한 건이 모두 재계 서열을 뒤흔들어놓을 수 있는 핵폭탄급 초대형 m&a 매물들도 주요 변수이지만, 공기업 민영화는 이보다 더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민영화될 국책금융기관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데,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외에 대우조선해양(31.26%), 하이닉스반도체(7.06%), 현대건설(14.69%), 현대종합상사(22.53%) 등 100여 개 회사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이 중에서 대우조선해양 지분에 대한 매각 절차가 2001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 이후 무려 7년 만에 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부터 정확히 한 달여 만인 3월26일 매각절차 개시를 선언한 것이다.
지금 재계의 관심은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쏠려 있다. 대우조선을 인수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나서고 있는 회사들도 여러 개인 가운데, 최근 몇 년 사이 m&a로 한 이름을 얻은 기업들도 한마디씩 거들고 나서는 등 재계는 온통 대우조선 이야기이다.
대우조선은 8개 계열사의 자산총액이 8조7000억여원으로, 공기업을 제외한 재계서열 22위이고, 공기업을 합친 순위에서도 30위 안(28위)에 이름을 올린 그 자체로 대규모기업집단이며, 세계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에 이어 3위의 글로벌기업이다.
그런데 대우조선은 자산규모로 따지면 재계서열 14위인 하이닉스반도체(15조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고, 하이닉스반도체의 세계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의 위상이 삼성에 이은 2위인 것에 비해 세계 조선업계 3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 m&a 시장을 보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고 싶다고 두 손들고 나서는 기업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는 반면 하이닉스반도체 쪽 줄에서는 마땅한 인수 후보 기업을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하이닉스반도체의 인수 액수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에 대한 부담감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조선과 반도체라는 각 산업의 특성도 중요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된다.
반도체산업은 글로벌경쟁력 유지를 위해 매년 들어가는 설비투자액만 4조원 이상에 달하지만, 경기 변동에 따른 수익성 변화도 많아 그동안 이어져온 연속 흑자기조가 언제 뒤집어질지 예상할 수 없고, 업계 1위의 주도력이 큰 승자독식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조선산업은 주문 생산 방식이기 때문에 2∼4년 정도의 일감을 미리 확보할 수 있어 경기변동에 대한 민감성이 낮고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도 반도체에 비해 훨씬 적으며, 현재까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생산자 중심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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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보다 훨씬 큰 하이닉스가 인기 없는 이유 “매년 4조원씩 투자할 수 있는 회사 어디 없나요?” |
대우조선 먹는 효과는?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부실자산이 전혀 없고, 현금 보유액만 2조원을 넘으며, 연 매출 규모는 지난해 7조1000억원에 이어 올해는 37% 증가한 9조733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영업이익 또한 전년 대비 160% 증가한 7892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주요 조선업체 가운데 최고의 매출 및 영업이익 증가율이어서 말 그대로 알짜배기 기업인데, 여기에 더해 2011년까지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서 일단 경영권만 인수하면 최소 4년은 별 걱정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현재까지 대우조선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기업으로는 재계서열 6위의 포스코와 7위인 gs, 12위 한화, 13위 두산이 있고, 이밖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stx 등 조선업계 경쟁사들과 후판 공급업체인 동국제강 등이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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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9월 인도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 원유생산공장 '아그바미fpso'가 거제도 옥포조선소에 정박해 있는 모습. |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포스코(현 6위)는 롯데를 제치고 재계 5위로, gs(현 7위)는 포스코를 제치고 6위로, 한화(12위)는 kt(9위)와 금호아시아나(10위), 한진(11위)을 모두 제친 재계 9위로, 두산(현 13위)은 한화를 제치고 재계 12위로 등극하게 된다.
각 후보들과 대우조선의 궁합(?)을 보면 조선산업의 핵심 부자재인 후판의 주요 공급회사인 포스코 입장에서는 주요 매출처를 고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의 경우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와 hsd엔진(현 두산엔진) 등 대우조선의 옛 가족(?)들 대부분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며, gs는 gs칼텍스라는 굴지의 에너지 관련 기업을 가지고 있으며, 선박의 주요 고객인 중동 산유국 정부 및 석유 메이저들과 오랜 동업관계를 형성하고 있어서 대우조선이 강점을 지닌 초대형 유조선이나 해양구조물 부문에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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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먹는 회사 재계서열 최소 1∼3 단계 점프‥ 경쟁 지나칠 경우 ‘승자의 재앙’으로 동반부실 위험성 |
한화 역시 ㈜한화와 한화석유화학 등이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최근 카자흐스탄과 동남아 등지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화건설의 노하우가 각종 시추와 생산 플랫폼을 제조하는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사업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압도적 재계 1위이며 1994년 이후 절대로 m&a를 하지 않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의 삼성중공업이나, 이미 세계 10위안에 드는 대형 조선소 3개를 가지고 있고, 최근 전북 군산에 세계 4위 규모의 초대형 조선소 건립을 시작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조선사업의 선종 구성이나 경쟁력 유지라는 측면에서는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게 쏟아지고 있어서 앞으로 변화되는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는 있을 듯하다.
이밖에 stx의 경우 지난해 세계 크루즈선 건조 2위의 아커야즈를 인수하면서, 세계 4대 조선그룹 도약을 선언했고, 그룹의 비약적 성장의 기반 역시 대동조선(현 stx조선)을 인수한 것이었다는 점을 떠올리게 된다.
대형 m&a를 성사시키면서 그룹규모를 수직 상승시켜온 stx가 만약 이번에 대우조선 인수에까지 성공할 수만 있다면 세계 2위인 삼성중공업은 물론 세계 조선업계의 '지존' 현대중공업그룹을 능가하는 세계 조선 넘버1의 자리까지 엿볼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하지만 stx의 m&a를 직접 진두지휘해온 강덕수 회장은 얼마 전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실제 가치나 기대 수익에 비해) 너무 비싸다"며 '승자의 재앙'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져 stx 역시 대우조선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지난 몇 년 주요 m&a에 소외되면서 재계서열이 계속 뒤로 밀려온 한진그룹의 경우 계열 분리된 한진중공업그룹과 연을 끊은 이후 모든 선박 발주를 현대중공업에 하고 있어서 조선소 인수가 괜찮은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진은 대우조선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인데, 과거 한진그룹의 성장 기반이었던 대한항공(항공공사), 한진해운(해운공사), 한진중공업(조선공사) 모두 민영화된 공기업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진이 m&a 때문에 재계서열이 밀리고 있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한진과 비슷하게 공기업 민영화로 덩치를 불렸던 sk(대한석유공사→sk㈜,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는 스스로가 적대적 m&a의 피해자가 될 뻔했던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대형 m&a를 성사시켰는데, 이 m&a가 sk 역사상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2007년 말 하나로텔레콤(재계서열 60위)을 인수하고, 올해 2월 공정위 및 정통부로부터 기업합병에 대한 승인을 받았는데, 4월말 하나로텔레콤이 고의적인 정보유용을 벌였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상최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는 것은 물론, 통신산업의 핵심 경쟁력의 하나로 주목받았던 800mhz 황금 주파수 대역을 조기반납할 위기에 처해있다.
취재 /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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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 본점. 금산분리가 없어진 직후의 재계 서열 1위는 우리금융그룹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우리’를 먹으면 재계를 지배한다?
금산분리 없어지면 기존 재계 서열 무의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4월23일 자신의 퇴진을 포함한 그룹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삼성이 은행업에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은행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금융기관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은행업 진출 포기는 별로 뉴스거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이렇게 별도로 '은행업 진출 포기'를 별도로 이야기해야 했던 것은 일부 국민들 사이에 퍼져있는 '삼성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것'이라는 루머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m&a 매물로 대기하고 있는 기업들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회사는 어디일까?
하이닉스나 대우조선, 현대건설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테지만, 국책은행들이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회사(우리금융그룹)가 압도적 1위 매물이다.
우리금융그룹은 5월 초 "2008년 3월말 현재 총 자산 307조4000억원으로 국내 금융 최초로 총자산 300조를 돌파했다"고 밝혔고, 같은 시점에 신한금융지주 역시 총자산 304조2000억원을 기록하면서 금융그룹의 '자산규모 300조원 시대'에 동참했다.
이는 다시 말해, 현재 압도적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자산총액이 144조4000억원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대로 금산분리가 없어지고, 금융그룹과 산업그룹의 결합이 본격화되면 기존 재계서열은 무의미해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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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 본격화되고 금융그룹들 m&a 뛰어들면 삼성·현대차그룹 재계서열 5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도 |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리금융, 신한금융, 국민은행 등 금융그룹들이 재계 빅3를 차지하고, 그 뒤를 민영화된 공기업들이 차지하게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될 경우 기존의 재계 빅3니, 빅5니 하는 회사들의 위상은 10권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생명보험회사들의 상장이 변수여서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을 계열사로 가진 삼성그룹 만큼은 재계 선두그룹에 남을 가능성이 높으며, 대한생명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화그룹도 생보사 상장의 큰 수혜를 얻을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해 보험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상장효과가 가장 큰 생명보험회사가 교보생명(재계순위 70위)이라는 보고가 있어서 생보 상장 변수는 전체 재계 구도가 어떻게 될지 예측을 불가능하다.
한편 금산분리 정책 철폐는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 뿐 아니라 기존 금융그룹들의 산업자본 m&a도 가능하게 만든다.
국내 금융부문에서 더 이상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워진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이 m&a 경쟁에 뛰어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이야기이다.
금산분리 철폐에 따른 금융지주회사들의 m&a 진출과 함께 터질 핵폭탄이 바로 공기업 민영화이다.
현재 언론인들 사이에는 재계서열을 말할 때 민영화되지 않은 공기업은 빼고 말하는 관습이 있는데,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자산기준 재계순위 2위는 현대자동차 그룹이 아닌 한국전력공사(한전)이다.
한전의 자산총액은 112조6000억원으로, 3위인 현대차그룹과 큰 격차를 벌리고 있고, 1위인 삼성그룹의 바로 뒤에 바짝 붙어있다.
한전 외에 대한주택공사가 6위, 한국도로공사가 8위, 한국토지공사가 10위인데, 정부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합병해 부분 민영화할 방침이라니 토지·주택공사 합병회사의 자산총액을 단순 합산하면 84조원 이상으로 한 숨에 재계 3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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