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팍팍한 시대…“에잇~죽자” 자살 도미노

[안재환 자살 계기 긴급점검] 대한민국은 자살 공화국?

김보미 기자 | 기사입력 2008/09/19 [14:32]

한국은 살아가기에 너무 힘든 곳일까. 아니면 지금 사람들이 사는 데 지친 것일까. ‘대중의 별’로 불리던 서울대 출신의 유명 탤런트 안재환이 사채 빚에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뉴스가 또다시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안재환 자살’ 소식은 그렇잖아도 고유가와 물가고로 시름하며 막다른 길목으로 내몰리는 서민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죽음을 생각할 만큼 절박하고 막막한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안재환의 죽음을 전하는 언론보도와 이를 접하는 시민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보다는 세상은 참 요지경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며 혀를 끌끌 차고 있다. 고단한 삶에서 최후로 선택해야 했던 비극이 누군가에겐 일회성 가십거리밖에 안 된다는 이 모순 때문에 자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을 알면 자살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은 웰다잉 안내서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오진탁 지음·세종서적 펴냄)의 주요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하루평균 34명 스스로 목숨 끊어…그 어렵다는 imf 때보다 2배 많아

하루평균 34명 스스로 목숨 끊어…그 어렵다는 imf 때보다 2배 많아
 
우리나라의 한 해 자살자 수는 얼마나 될까?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7년 국내 자살 사망자수는 1만2174명으로 하루 평균 34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구 10만명당 24.8명꼴로 10년 전 13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9월9일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국내자살 실태 및 국제 자료비교’에 따르면 지난해 1만2174명이 자살로 사망했으며 2006년(1만688명)에 비해 11.6% 증가했다.
 
2006년 한 해 동안 한국의 자살자 수는 1만688명으로, 하루 평균 2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5년에는 그 수가 더 많아 전체 1만2047명, 하루 33명꼴에 이른다.
 
통계 속의 자살
 
인구 10만명당 자살로 계산하면 각각 23명(2006), 26.1명(2005)에 이르는 높은 수치다. 자살률이 충격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하던 외환위기 직후가 19.9명(1998)이었으니 현재의 자살률이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할 수 있다.
 
자살 사망자수가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넘어섰다는 이야기는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2002년 이미 교통사고 사망률(19.13명)을 앞질렀다. 게다가 자살은 수년째 20대와 30대의 사망원인 1위로 나타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한국의 자살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가운데 최고라는 사실이다. 자살률이 높은 나라라면 먼저 북유럽, 일본 등 잘사는 선진국들을 꼽던 우리들의 상식은 이미 낡은 것이 되었다. 지난 2003년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4명으로, 세계적으로 자살률이 높은 헝가리(22.6명), 일본(20.3명)을 제친 지 오래다. 한국은 이제 자살률 세계 최상위의 고위험도 국가가 되었다. 결코 자랑할 수 없는 1위인 셈이다.
 
게다가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6년 자살자 수는 전체 1만2968명, 하루 35.5명꼴로 통계청 수치보다 훨씬 높은 자살률을 보여주고 있다.

고유가·살인물가·실업…코너 몰린 서민들 자살현상…사회적 혐의 짙어

통계청과 경찰청 자료가 이렇게 다른 것은 조사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통계청은 유족이 제출한 사망신고서에 입각해 자살률을 계산하지만, 경찰청은 자살 현장에서 경찰이 직접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살률을 산출한다. 사망신고서에 ‘자살’이라고 쓰기를 꺼려하는 유족들의 심정을 감안할 때, 통계청의 발표는 실제보다 많이 축소된 것이고 오히려 경찰청 자료가 좀더 사실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림대 철학과 교수이면서 생사학(生死學)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는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의 지은이 오진탁 교수는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언론은 단지 일회성 보도에 그치지 말아야 하며, 정부 당국 역시 구호성 정책 나열에 그치지 말고 무엇보다 먼저 정확한 자살자 통계자료부터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 교수는 또한 “통계청과 경찰청의 자살자 통계 문제를 보완하는 노력에서부터 자살 예방의 첫걸음은 시작된다”면서 “정확한 통계자료조차 없는 상태에서는 자살 예방의 의지가 있는지조자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왜 사람들은 자살을 택할까
 
자살은 자기 자신의 의지로 자기 목숨을 끊는 행위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 급증하고 있는 자살 현상은 ‘자기 자신의 의지’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로 사회적 혐의가 짙은 느낌이다.
 
굳이 통계수치를 인용하지 않아도, 매일 저녁 뉴스에 거의 단골처럼 빠지지 않는 자살 소식만으로도 우리는 자살 문제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요, 발등에 떨어진 불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도대체 사람들은 왜 자살하는 것일까? 지난 10년 간 한국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현재 우리 사회의 자살은 연령과 계층, 성별을 가리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서 무차별적으로,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초등학생까지 자살하는 마당이니 더 이상 말할 게 없다. 지나친 학습부담으로 인한 중고생과 재수생의 자살이라든가 인터넷 사이트의 공개적인 유혹,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자살, 실직과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그리고 외로운 독거노인의 자살 등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오진탁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자살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는 사회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되는 자살이요, 둘째는 개인적 원인에서 비롯되는 자살이 그것이라는 것.

어린이·청소년·청년백수·실업가장·독거노인…계층 안가리고 발생해 더 심각

그러나 실제 자살 사례를 살펴보면 사회구조적 문제와 개인적인 원인 두 가지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질만능주의, 우울증과 스트레스, 생명경시 풍조, 젊은이의 사회 부적응, 인터넷의 부작용, 학교성적과 대학입시 실패, 실직과 구조조정, 노인문제 등 다양한 이유가 거기 숨어 있다. 어디까지가 개인적 이유이고 어디까지가 사회적 문제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 명동거리를 활보하는 시민들    © 브레이크뉴스
 
사회적인 이유로 인한 자살
 
불황의 장기화와 양극화, 그에 따른 실업률 증가, 그리고 최근 유가 급등과 살인 물가고 등 사회 분위기가 말할 수 없이 침체된 요즘, 우리 사회의 자살은 개인 차원의 일시적 문제로만 볼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기실 자살은 그 자체로 사회병리적 현상이므로 개인의 불행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불행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들이 개인에게 영향을 미쳐 자살에까지 이르는 동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자살의 원인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일시적인 미봉책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순이 총체적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사회구조적 모순은 ‘자살 도미노 현상’이라는 달갑지 않은 형태로까지 표출되고 있다.
 
먼저 물질만능주의가 빚어낸 어이없는 자살 사례들은 우리 사회가 갈수록 ‘돈의 노예’가 되고 있는 현상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카드빚을 갚지 못해 아까운 청춘을 스스로 저버린 어느 여대생의 자살사건이라든가, 잘못된 ‘10억 만들기’ 열풍이 빚어낸 아버지와 딸의 자살 행각, 거액의 재산 때문에 자녀들의 불화가 끊이지 않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느 할머니의 안타가운 죽음 등은 모두 물질만능주의가 사람들을 얼마나 잘못된 길로 내모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그와 결부된 출세주의는 성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잘못된 풍조는 청소년들에게서는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의 인격적 성장과 지적 성취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점수 따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에만 온통 학업 목표가 쏠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업의 실패는 곧 인생의 실패처럼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은 주로 청소년층에서 발생해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사태로 번지고 있다.
 
명문대 출신이라는 이력서 한 장이 젊은이 미래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고 있는 한, ‘인생은 고등학교 성적순’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은 계속 좀먹을 것이다.
 
그런데 사회구조적 병리현상은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의 자살만 부르는 것이 아니다. 사회안전망 부재로 인한 독거노인들의 자살과 생계비관형 자살도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사회 분위기 침체일로…자살은 개인이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의 불행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다르면, 60~64세 노인의 경우 1995년 17.4명에서 2005년 48.0명으로, 65~69세 노인은 같은 기간 19.2명에서 62.6명으로, 70~74세 노인은 24.8명에서 74.7명으로, 75~79세 노인은 27.5명에서 89명으로, 80~85세 노인은 127.1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사회안전망 부재로 인한 자살은 노인층 외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0개월치 전기료를 내지 못해 자살하고, 아이에게 먹일 분유값이 없어 자살에 이르는 가정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아직도 한국 사회가 국민복지 면에서 후진국형 국가임을 그대로 드러내는 실례일 뿐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03년 인권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형성된 300만명이 넘는 빈곤층이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해 더욱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생계형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취재/김보미 기자
오진탁 교수가 말하는 '자살해선 안 되는 이유'

나만 죽으면 그만? 그 후유증 평생 간다! 

▲ 오진탁 교수   
생사학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한림대 철학과 오진탁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자살 사례들을 생사학의 관점에서 검토해보면, 다음 6가지 점에서 자살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제시한다고 풀이한다.

첫째, 자살은 더 큰 고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둘째, 자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자살이 끝은 아니며, 자살한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넷째, 우리에게는 자살권이 아니라 인간답게 죽을 권리만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자살은 남은 사람에게 더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여섯째,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영혼의 성숙을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살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살의 유혹을 받게 된다. 문제는 이처럼 사람들이 자살 이후를 전혀 모른다는 데서 시작된다. 자살하면 모든 고통이 소멸되어 버리고 평안해질까? 끝없는 망각과 무(無)만 남을까? 하지만 사살 시도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자살 시도자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예외 없이 자살 후 가사상태에서 무서운 고통을 겪은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현실보다도 더 무섭고 괴로운 경험’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살펴보면 세속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면 마치 자살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라도 하듯 골치 아픈 세상사를 회피하는 도피처로서 쉽사리 자살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자살한다고 해서 그가 처했던 문제가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자살자는 자살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려고 하지만, 문제가 사라지기는커녕 남아 있는 가족에게까지 혹처럼 붙어 다닌다.

그런 의미에서 오진택 교수는 “자살 이후의 일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자살이라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도망치려는 발상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자살을 암시하는 특징들

죽기 직전 농담처럼 자살뜻 비쳐 
 
일반적으로 자살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그 실행에 옮기기까지 1주에서 1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중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한다.

먼저 주위 사람들에게 자살하겠다는 뜻을 비친다. 심각하게 이야기 해놓고 농담이라고 덧붙이는 경우도 있고 마치 농담처럼 말하기도 한다.

고(故) 안재환의 경우도 스스로 목숨을 끊기 한 달 전 다니던 교회 담임목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 성직자나 의사, 주변의 동료를 찾아간다. 이때 주변의 겉도는 이야기 몇 가지를 하다가 그냥 나온다.

셋째 자살이 임박한 사람들은 언행이 위축되고 식사량이 줄며 성생활이 중지된다. 잠자는 습관에도 큰 변화가 와 아예 잠을 못자거나 지나치게 많은 시간 잠에 빠져든다.

뿐만 아니라 자살자들의 자살 당일 행동을 사후 분석해보면 특징적인 모습을 보인다. 평소 소중히 여겨온 물건을 아낌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마치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행동하며 밀린 공과금이나 세금 등을 납부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살 후 발견될 자신의 모습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가장 흔한 경우가 자신의 몸을 깨끗이 씻거나 깨끗한 속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시체를 다룰 사람들에게 정갈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심리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