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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상설’은 9일 북한 정권수립 60주년 기념행사에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꺾어지는 해’(정주년)에 진행하던 인민군 열병식이 취소되면서 증폭됐다. 이와 관련, 외신보도에서도 ‘중국의사 5명이 방북했다’, ‘김정일이 3주 이상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내용이 거론되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악화설과 사망설 등 온갖 추측이 쏟아져 나왔다. 이전에도 김 위원장은 40대 후반부터 당뇨병과 심장병, 고혈압 등에 시달리며 2000년 이후 두 차례 수술을 받았고 최근 공개된 모습에서도 다리를 저는 등의 모습을 보여 건강문제로 후계자 지명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김정일 후계체계에 대해 현재까지 나온 시나리오는 3대 세습, 집단지도체제, 군부통치, 한국으로의 흡수통일 등 4가지로 요약된다.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은 3대 세습에 무게를 두는 한편 집단지도체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 가능성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북한전문가들이 분석한 시나리오를 통해 김정일 이후 나타나게 될 북한 권력의 향방과 변화양상을 전망해봤다.
국내 북한전문가들은 2012년에 김 위원장이 권력승계를 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2012년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자 김정일이 70세가 되는 해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맞춰 권력이 이양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그 시기와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일 후계체계와 관련해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북한은 김정일 유고 시 위기대응에 따른 계획을 이미 완료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정일 건강이상설 파장
미국의 민간 정보분석기관 cna의 켄 고스 대외지도자 연구국장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당국은 올해 66세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등 유고 시에 대비해 나름의 ‘위기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을 이미 마련해 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수의 정보를 통한 중국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위기대응계획이 존재한다면 북한은 김정일의 후계자를 이미 정해놓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럴 경우 북한의 정권 이양도 순탄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스 국장은 김정일 유고시 그의 세 아들, 장남 김정남(37), 이복동생 김정철(27), 김정운(24) 가운데 한 사람으로 권력이 이양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 근거로 김일성이 김정일을 후계자로 옹립하는 데 20여 년이라는 준비기간을 거쳤지만 김정일의 아들들은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치지 못했음을 제시했다. 때문에 설령 권력이 아들에게 이양된다고 해도 강력한 파벌세력의 명목상의 지도자에 불과할 것이며 김일성, 김정일처럼 최고 결정권을 갖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일성이 62세인 1974년에 김정일에 대한 권력세습을 공식화했던 것에 비해 올해 66세인 김정일의 후계자 선정은 다소 늦었다고 볼 수 있다. 김정남은 장자 우선 원칙과 김 위원장의 매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막강한 지지, 중국 고위층과 친분이 두텁다는 이점이 있지만 아직까지 북한 내부에 확실한 지지기반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김정철은 김정일의 부인이자 향후 후계자 구도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김옥과 이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지지를 받고 있고 국내 전문가들도 김정남에 비해 흠결이 적고 국제 감각과 온건한 성격이라는 점, 조직지도부에 근무하며 실제 후계 수업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하게 후계자로 부상한 인물이 없고 북한의 위기를 타개할 만한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전문가들은 3대 세습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 北 전문가들, “3대 세습 가능성 높아… 권력투쟁 배제 못해” |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의 아들들에게 현재 북한의 위기 능력을 타개할 만한 능력이 없다. 국제사회가 세습체제에 대해 비우호적이라는 점에서 3대 세습까지 감행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신 군부 출신 중 제 3자를 내세울 것이며 자식은 아니더라도 친인척 중 장성택 행정부장 정도가 유력하지만 집단지도체제를 통한 통치는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3대 세습 가능성 높아”
이러한 취약점으로 인해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권력을 직접 승계하거나 후견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당과 군부의 강력한 지도자가 집단지도체제를 이루거나 국방위원회가 전면에 나서는 집단지도체제로 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솔솔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세 아들 중 한명 또는 현재 권력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 인민회의 상임 위원장을 내세운 일종의 집단지도체제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군부와 당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제3의 인물이 권력의 핵심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제 3인물로 물망에 오른 사람은 공군사령관 출신으로 현재 노동당 작전부장으로 있는 오극렬과 인민군 총참모국의 작전국장 김명국 대장 등이다. 이외에도 지난 14년간 선군정치를 통해 군부에 힘이 실렸다는 점에서 군부가 정권을 계승할 수 있다는 전망과 김 위원장 사후에 정당성 부족으로 북한정권 내부에서 붕괴하거나 후계자가 나서 한국과의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는 ‘한국으로의 흡수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와 북한 내부의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3대 세습설’에 여전히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것은 김일성 이래로 1인지배 체제를 고수해왔고 북한 주민들도 ‘혁명적 수령관’을 바탕으로 한 수령-당-대중이라는 ‘유기체적 국가관’이 세뇌돼 있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이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것. 더구나 집단지도체제로 갈 경우 주민들의 반발과 혼선을 살 수 있고 제3의 인물이 정권을 잡으려 할 경우 권력쟁탈 과정으로 인해 내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한 소식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체제는 3대 세습체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현재 물망에 오르고 있는 김정남과 김정철 중 한 사람이 정권을 이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1인 지배체제가 붕괴하면 대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일이 물러나면 북한은 개혁개방을 도모하는 등 급격한 대변화를 겪을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이 올해 신년사설에서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선언한 부분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부 국내 전문가들도 의견을 같이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제3자에게 권력이 세습되기보다는 아들 중 한 명에게 세습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집단지도체제로 갈 경우 북한의 정치 불안은 가중될 수 있고 권력투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김정일 유고 시 아들이 아닌 제3자가 권력을 잡으려 하면 권력쟁탈 과정을 겪으며 내부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권력 엘리트들도 잘 알고 있다는 것.
| 북한 소식통 “1인 지배 체제, ‘유기체적 국가관’ 세뇌로 북한 주민들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 집단지도체제, 제3의 인물 정권 잡으려할 경우 권력쟁탈 등으로 인해 내분 가중” 전망 |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3대 세습 가능성을 언급한 내용을 들어 “김정일이 3대 세습을 한다고 해도 아무도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과거 스탈린 사망 후 후루시초프로 인해 스탈린이 격하되는 것을 봤기 때문에 부자 세습을 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일부 다른 견해를 보였다. 북한인민들 사이에 3대 세습에 대한 거부감은 있겠지만 북한체제가 인민들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는 체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집단지도체제 가능성에 대해 그는 “김정일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더라도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1인 지배체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향후 후계자 구도 및 북한 정권 변동을 놓고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의 예측불허의 시나리오는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재 / 임민희 기자 bravo1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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